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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인권 자문변호사로 위촉된 A변호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가해자 형량 감형 방법과 피해자의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다수 게시했다. 그는 군 내부에서 벌어진 성범죄 사건에서도 가해자를 변호한 사례를 열거하면서 가해자의 약한 처벌과 군 복귀에 집중한 사실을 아래처럼 홍보하기까지 했다.
 군 인권 자문변호사로 위촉된 A변호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가해자 형량 감형 방법과 피해자의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다수 게시했다. 그는 군 내부에서 벌어진 성범죄 사건에서도 가해자를 변호한 사례를 열거하면서 가해자의 약한 처벌과 군 복귀에 집중한 사실을 아래처럼 홍보하기까지 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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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인권침해 피해자 장병 법률 자문 등을 위해 신설한 군 인권 자문변호사에 위촉된 A변호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가해자 형량 감형 방법과 피해자의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다수 게시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공군 법무관 출신인 A변호사는 감형을 받기 위한 내부 조직 이용 방법을 강조하는 등 '전관' 여부를 광고에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군의 한 부대로부터 지난해(2020년) 6월 인권 자문변호사로 위촉된 A변호사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자신의 블로그에 '군형사사건' 승소사례 홍보 글로 162건의 글을 올렸다.
 
그 가운데는 만 15세 청소년을 술집에서 강제추행한 후 강간한 사건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된 결과를 알리며 "가히 최상의 결과"라고 평한 내용도 있었다. "부대 간부들에게 변호사가 연락해 탄원서를 받는다거나 역할도 할 수 있었다"며 가해자 실형을 면하게 된 이유도 소개했다.
 
성범죄 피의자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변론 행위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성공 사례를 홍보하며 성범죄 피해사실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가해자 중심의 시각에서 성폭력 피해 사실 입증의 유·불리를 강조한 군 법무관 출신 인사가 '피해자 장병 법률 자문'을 위해 만든 군 인권 자문변호사에 위촉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전관 경력'과 친분 과시... 대한변협 광고 규정 위반 소지 
 
이뿐이 아니다. A변호사는 군 내부에서 벌어진 성범죄 사건에서도 가해자를 변호한 사례를 열거하면서 가해자의 약한 처벌과 함께 그가 군 복귀에 성공한 사례를 홍보했다.

"대대장이 여군 소위를 강간하려 한 이번 사건은 죄질을 생각하면 실형이 선고되어도 이상할 바 없지만, 이번 사건이 '잘 된 이유'는 사건 초기에 구속되자마자 (저를) 선임을 한 것입니다."
 
하급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인물이 자신의 변호로 군에 복귀하게 되자, "최선의 결과"라면서 "무엇보다 사랑하는 해군에서 원하는 군 생활도 계속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들은 고등검찰부장을 접촉해 사건을 설명하고 사정을 얘기할 수 있다거나, "혐의 없음 처분에 대해서도 각 군 지휘를 이용할 수 있다"며 '전관 경력'을 내세운 대목에선 군사법원 성폭력 사건 입건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해당 변호사는 성추행을 70여 회 저지른 성범죄를 감형시킨 사례를 언급하면서 "군인 성범죄는 인터넷으로 수사기관 조회가 안 된다. 결국 해당 조직에 있던 사람이 가장 많은 정보를 알 수밖에 없다"며 자신처럼 군 내부 출신의 변호사를 선임할 것을 추천했다.

피해자의 국선 변호인이 자신의 군법무관 후배였던 사례를 소개한 대목에선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으니 합의해달라고 그나마 편하게 이야기했다"며 "합의 과정에서 아무래도 안면 있는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가 합의를 주도하는 게 여러모로 잘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업무광고기준에 따르면 "법률사건이나 법률 사무 수임을 위해 재판이나 수사 등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과의 연고 등 사적 관계를 드러내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선전하거나 암시하는 내용의 광고"는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권전문 외부인사' 뽑겠다더니... 군법무관 출신 절반 이상 위촉
 
국방부는 2018년 2월 군인권자문변호사 제도 도입 취지를 공식 블로그에 설명하면서 "군 인권 침해 피해자에게 법률 상담 기회를 보장하고 병영 내 인권 문제에 대한 부대 지휘관들에게 자문을 제공하도록 외부 인권전문 변호사를 활용한 군인권자문변호사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는 2018년 2월 군인권자문변호사 제도 도입 취지를 공식 블로그에 설명하면서 "군 인권 침해 피해자에게 법률 상담 기회를 보장하고 병영 내 인권 문제에 대한 부대 지휘관들에게 자문을 제공하도록 외부 인권전문 변호사를 활용한 군인권자문변호사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국방부 블로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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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인권 자문변호사 제도는 국방부가 2018년 신설한 제도다. 애초 인권 전문 외부 법률가를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자문변호사 79명 중 43명이 군법무관 경력의 '내부자' 출신인 것으로 확인돼 제도 취지가 무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방부는 군 인권 자문변호사 제도를 만들면서 당시 보도자료에서 "군 인권 침해 피해자 장병에게 법률 상담 기회를 보장하고 병영 내 인권 문제에 대한 부대 지휘관들에게 자문을 제공하도록 외부 인권 전문 변호사를 활용한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설명과 달리, 군 인권자문변호사로 위촉된 변호사 대부분은 군법무관 출신의 인사로 채워졌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방부에 요청한 자료에 따르면 사단, 전단, 비행단 및 동급 이상 105개 부대에 위촉된 군 인권자문변호사 79명 중 군 법무관 출신은 54%(43명)에 달했다. 인권 경력을 강조한 인사는 10명으로, 전체 13%에 불과했다. 

국방부 답변 자료에 따르면 군인권자문변호사를 위촉하는 기준은 "변호사 중에서 군 인권에 관한 전문적 학식과 경륜, 소양이 있는 자"로, 선발은 각급 부대 법무실의 추천으로 지휘관이 위촉한다. 별다른 심사 회의체도 없다. A변호사는 자신이 선발된 과정을 블로그에 설명하면서 "군수사 법무실장이 연락이 와 인권 자문 변호를 해줄 수 있겠냐고 해서 당연히 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27일 군 법무관을 다수 인권 자문변호사로 위촉한 경위에 대해 "학식과 경륜" 차원에서 선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군 복무 경험이 해결책 제시 과정에 도움 될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자문료가 1인당 연간 최대 60만 원으로 변호사들의 지원이 소극적이었다는 이유도 들었다.  다만 A변호사의 자문변호사 적절성을 묻는 질문엔 "직무 태만, 품위 손상, 비밀 누설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 해촉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군 부대가 자문 변호사를 위촉하는 제도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군 인권 문제 분쟁 당사자인 군부대가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자문변호사를 운영하는 게 실효성이 있겠나"라면서 "국방 옴부즈만 등 외부에서 군 인권을 보호할 방법을 잘 만들어야 한다. 애당초 내부 위촉 변호사는 군 부대를 옹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팀장은 "이런 자문기구를 운영하는 취지는 (성범죄 사건에서) 군이 갖고 있지 않은 시각이 필요해 의견을 듣고자 함인데, 전관을 활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A변호사는 "가해자 성공사례들을 올렸다고 해서 피해자 인권자문변호사를 못맡는 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2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군인권 자문변호사 역할은 피해자 보호와 대리만을 하는 게 아니고 남성, 여성, 가해자 및 피해자를 떠나 군내 전반적인 인권업무에 대한 자문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관 광고 문제 제기에 대해선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태그:#국방부, #군인권자문변호사, #군적폐청산위원회, #성범죄,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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