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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 첫 등교가 시작된 지난 2일 오전 부산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신학기 첫 등교가 시작된 지난 2일 오전 부산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실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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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2살 아들과 10살 딸을 키우는 엄마다. 아들은 소심하고 겁이 많다. 딸은 그 반대다. 남편은 둘의 성격이 바뀌었어야 한다고 매번 말한다. 나는 "여자 같은 성격, 남자 같은 성격이 어딨나. 그저 자신의 성격이 있을 뿐이지"라고 답한다. 

아들이 학교에 입학할 때 가장 걱정한 것은 교우관계였다. 천성이 퍼주기 좋아하고 양보를 습관화하는 타입이라 약삭빠른 아이들에게 이용을 당하진 않을까 늘 우려했다. 반 상담을 갈 때마다 학습 상황보다 이 같은 문제를 살폈다. 

아이에게 종종 물어본다. "학교생활은 어때? 친구들은 어때"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아이가 비슷비슷한 불만을 토로했다.

"차별해. 선생님이."
"누굴 말이야?"
"여자애들이랑 남자애들이랑."
"어떻게?"
"엄마, 여자애들이 막 때리고 도망가. 근데 완전 힘이 쎄. 진짜 아프거든? 그래서 선생님한테 말했는데. 그냥 '하지 마' 하고 끝. 근데 남자애들이 여자애들한테 장난치면 어떻게 하는 줄 알아? 남자애는 벌을 서." 


이것 참. '차별'을 외려 역으로 당하고 있다는 아들. 아들은 그 상황을 몹시 불합리하게 느끼고 있었다.  나는 성별이 다른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요즘 아이들의 성별 간 문화를 비교할 기회가 잦다. 그런데 사실 아들에게 강조하는 게 더 많다.

예를 들면 딸에겐 "남자애들 때리지 마"라고 한 적은 없지만 아들에겐 "절대. 절대. 여자는 때리면 안 되는 거야"라고 힘주어 말한 적은 있다. 물론 누구도 때려선 안 된다고 교육하던 중에 나온 말이다. 친구들 간의 스킨십도 아들, 딸 모두에게 주의를 시키지만 한 번 더 단속을 시키는 것은 아들 쪽이다. 

'82년생 김지영 세대' 엄마들의 걱정 

이 일을 왜 떠올렸냐면, 최근 개그우먼 박나래씨와 관련한 논란을 보면서다. 박나래씨가 한 웹 예능에서 남자 인형을 보며 성희롱 발언과 제스처를 해서 논란이 됐다. '여자가 하면 19금, 남자가 하면 성희롱?' 이런 말들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이 많았다. 특히 네티즌의 분노 댓글이 놀라웠다. 그것은 바로 내 아이가 '여자애랑 남자애를 차별한다'고 했던 그 억울함과 닮아 있는 게 아닌가. 

요즘 아이들 세대는 크게 남녀차별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남아선호 사상이라는 말 자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단다. 지금 아이들은 82년생 김지영이 키우는 아이들이다. 누구보다 차별 없이 신경 써서 키우려고 노력할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성평등 교육이 보편화되면서, 지금의 남아들은 혼란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평등을 강조하는 교육에, 역으로 차별받는 것 같다는 모호함을 느끼는 것이다. 

아이들이 커가며 이 같은 반감이 점점 더 커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자칫 갈등으로 번지고 혐오를 생산해 낼까 걱정이다. 엄마는 늘 걱정이 많다. 우리 집 남매도 가끔 남녀 편 가르기를 하고 '여자들은 다 그래', '남자들은 다 그래'라며 어떤 현상을 일반화시켜 말하기도 한다. 단순히 어린 시절에 있을 법한 놀이문화인 건지 갈등 생산의 시초인지 모르겠다.

성평등 교육은 중요하다. 다만 나는 평등을 얘기할 때 차이도 함께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조건적인 배려와 양보가 아닌 생물학적 차이와 감성에 따른 부연 설명도 필요할 것이다. 이 같은 역할은 미디어와 언론도 함께 해야 한다. 이번 박나래씨 논란은 여자라서 되고, 남자라서 안 된다는 식의 문제가 아니다. '하면 안 되는 일을 한 방송인의 도덕적 태만'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싶다. 

태그:#박나래사건, #아들키우는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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