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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완성' 기대감에 들썩이는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기대감에 들썩이는 세종시.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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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시작된 부동산 투기가 전국으로 확대해가고, 반면 많은 지역들은 소멸 위험에 처해있다. 이는 조금도 새롭지 않은 수도권 인구집중의 결과이다.

2000년에서 2018년 사이에 수도권의 지역 내 총부가가치 생산의 증가율이 수도권은 119.2%인데 반해 비수도권은 87.43%이다. 이렇게 해서 전체 대비 수도권의 비중은 48.26%에서 52.05%로 높아졌다. 많은 대책들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없다면 보다 특단의 혹은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1. 균형발전을 위한 광역행정통합

돌이켜보면 국가균형발전정책이 참여정부 이후 시작되었다. 그 균형발전은 그냥 발전을 전국적으로 평균화한다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슘페터 식의 혁신이 가능케 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이론적으로 지역혁신체계론, 또 실천적으로 1990년대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실제 경험을 참고한 것이었다. 그래서 지역의 혁신과 발전의 거점으로 혁신도시 건설을 통해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과 세종 특별행정복합도시가 추진되었다.

지역혁신을 위해서는 5+2의 초광역단위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각 지역이 유럽 선진국의 한 국가 단위 정도로 규모의 경제를 갖추어 독자적인 생존력을 갖고 효율성을 갖게 하자는 취지였다. 생산의 단위인 기업이 수확불변이 아니라 수확체증현상을 갖게 되었다고 보고 이를 지리적 공간에 적용한 것이 '메가시티 이론'이다. 1990년대 호응을 받았고 실제 글로벌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도시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다'라는 구호 아래 거대 도시들 중심의 성장이 세계적으로 진행되었다.

5+2의 초광역단위 형성 정책은 이명박 정부에 이어졌으나 위로부터의 광역통합이 법적 뒷받침이나 주민들의 호응 모두 미약해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최근 대구경북지역에서 행정통합이 추진되고 있다. 시장 도지사의 합의를 통해 추진되는 만큼 아래로부터의 통합 움직임이라 평가된다. 그로부터 광주-전남의 행정 통합, 부산-울산-경남과 세종-대전-충남의 느슨한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아직 법적 뒷받침은 없고, 주민들이 무관심 혹은 경북 북부지방의 경우에는 강력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청이 이전되어 이제 균형발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는데 또 대구 중심의 초광역단위 형성을 통해 재차 주변화되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이다. 이 상태에서는 주민의 2/3가 참여하고 참여주민의 1/2의 동의가 필요한 주민투표의 과정을 통과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발상의 전환, 접근방식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2. 메가시티 시대에서 중소도시 시대로의 전환

기술혁신을 둘러싼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이제 기업 영역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시장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시장에서의 기회를 정확히 포착하면 규모에 상관없이 신생 스타트업이 급속하게 시장을 장악하는 사례를 애플-구글-아마존-테슬라 등 외국에서, 또 우리나라에서도 카카오-쿠팡 등 기술기업을 중심으로 흔하게 보고 있다. 규모의 경제는 원가경쟁에서 승리를 보장해주는 부분적인 요인밖에 되지 않게 되었다.

물론 규모가 커지면 다양한 아이디어와 지식이 쉽게 모이고 부딪쳐 새로운 지식의 생산, 창의경제가 가능하기도 하다. 범위의 경제효과이다. 그러나 이 효과에도 이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물리적 거리가 중요한 의미를 갖지는 않게 되었다. 인지적 근접성, 조직적-제도적 근접성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로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는 중소도시의 경제성장 속도가 거대도시의 성장 속도를 앞지르고, 인구이동도 중소도시로 회귀하는 현상이 진행되었다. 또 경제학에서는 자원의 이동, 즉 인구의 이동이 완전 자유로움을 전제로 했으나 실제로 여러 현실적 요인 때문에 그렇지 않고, 이에 따른 지역간 격차는 기존 정치 지형에 대한 불만으로 나타나서 포퓰리즘의 온상이 되었다. 빈부격차에 따라 포퓰리즘이 나타난다고 봤지만 빈부격차가 더 심한 대도시 공간에서는 포퓰리즘의 위세가 미약하고, 저발전 지역, 산업쇠퇴 지역(Rust Belt)에서 주로 나타났다고 평가된다.

그래서 지역정책과 이론이 각 지역의 경제수준에 맞게 적용되어야 하고, 특히 대도시중심 논리와 농업농촌정책의 사이에서 사각지대로 버려졌던 중소도시의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한다는 사고 전환이 대두되었다. 기존의 지역혁신체계 이론과 창의도시 이론 등은 거대도시, 성공한 지역을 대상으로 형성된, 단일한 지역이론으로서 모든 지역을 설명할 수 없고 적용할 수 없다는 인식("One Size doesn't fit all"), 그래서 지역 맞춤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장소기반 정책론 place-based development policy)이 제기되었다.

다양한 지역, 특히 낙후된(less innovative, less-developed regions, non-core, periphery) 지역, 인구희박 지역(sparsely populated areas), 산업쇠퇴 지역(Rust-Belt)에 적합한 발전 정책이 활발하게 제기되고 실험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국내외 정보가 빠른 사회에서 이 논의에 관해 전혀 주목하지 않고 있음은 놀랍기까지 하다. 외국의 경험이 무조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실험의 성공과 실패는 살펴봐서 긍정적인 부분은 벤치마킹을 해야 할 시점이다.

이 접근법에서 고려해야 할 점이 또 있다. 여러 방향과 접근법 중 어느 것이 타당하고 옳으냐를 가려서 하나의 경로를 선택(either/or)하는 것은 근대적(modern) 접근법인데 반해 여러 가지 접근법과 경로의 타당한 면을 취해서 동시에 수용(both/and)하는 것은 탈근대(post-modern)의 접근법이라 한다. 물리적 근접성이 효과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규모를 키워서 범위의 경제효과도 꾀하되, IT기술의 발달을 기반으로 인지적 근접성의 효과도 고려해서 중소도시, 농촌의 잠재력도 발견하고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오늘날의 혁신과 창의는 '(혁신적) 기업가적 발견의 과정'이라 평가된다. 중소도시, 농촌에서 지역 주민들 간의 유대와 공동 모색 속에 미사용 자원의 활용을 통한 새로운 발견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으면, 그래서 지역마다 스마트전문화를 꾀할 수 있으면 경제 발전의 수준도 훨씬 높일 수 있다.

3. 비수도권 중소도시 발전을 위한 방안들

물론 우리 사회의 경우 중소도시와 농촌의 노쇠화, 경제적·사회적 가능성을 찾아 대도시, 수도권으로 청년층의 이탈(두뇌 유출)이 누적되어 왔다. 그래서 사람이 창의와 혁신의 계기와 출발점이라 할 때 현 상태에서 '발견의 가능성', 잠재력이 있겠느냐는 반문도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지역정책에 관해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출에 관한 고민과 대책만 있었고, 인구의 역이주의 가능성과 그에 대한 노력은 크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고, 농촌으로의 귀농·귀촌정책이 현 정부 들어 특히 강력하게 시행되어 왔다. 그러나 귀농·귀촌을 위한 교육과 지원이 주로 귀농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성공 사례들도 있으나 양적 측면에서 귀농에 관한 잠재적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좀 더 시야를 크게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생활형 서비스가 세계 최고로 과잉상태이다. 그런데 이것도 주로 대도시의 사정이다. 반면 중소도시와 농촌에서 생활의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는 다양한 과잉생활서비스의 결핍이라 한다. 이를 공공부문에서 충분히 제공하기는 어렵다. 민간부문에서 가능하도록 중소도시와 농촌에서 생활서비스 공급이 이루어지도록 인구유턴, 두뇌유턴을 위한 정책들이 필요하다. 의료서비스가 가장 필요하고 그 외에 다양한 생활서비스 비즈니스, 때로는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복합비즈니스 업태도 장려해야 할 것 같다.

그 외에도 중소도시와 농촌으로의 이주가 생존을 위해서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면 추진력이 붙기에 한계가 있다. 중소도시와 농촌에서의 생활이 신선하고 재밌다는 생각이 들면 더 좋을 것이다. 위 생활서비스 외에 삶의 질,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역시 문화예술의 힘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중소도시와 농촌에 문화예술인들이 이주해서 지역에서 음악과 미술활동을 주민과 함께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이미 간혹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그런 사례들이 있기도 하다.

이에 관해 정책적 뒷받침이 있으면 더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문화예술을 매개로 주민이 자주 만나다 보면 지역 자치에 대해, 지역의 산업을 스마트 전문화시키는, 그래서 일자리를 좇아 인구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게 할 아이디어들도 생겨날 것이다.

경험·지식의 공유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지식 생산을 위해서는 사회적 관계망이 긴요하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사회적 관계망에 관한 이론(사회자본 이론)을 생각하면 강하고 폐쇄적인 결속의 장점과 함께, 느슨하고 개방적인 관계망의 장점도 못지않게 크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틈새상품의 개발, 틈새시장의 개척을 위해서는 보다 넓은 지역에 드물게 흩어진 지식을 발견하고 교류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보통신기술의 활용도 필요하지만, 대면접촉의 장점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현재 추진되고 있는 광역행정통합과 함께 비수도권 전체를 하나로 보는 더 큰 느슨한 '남부 경제권'의 조성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교통망의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교통망은 지금까지 서울을 중심으로 종축의 방사선 형태로 발전해 왔으나, 이는 일제의 만주침략을 위한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런 교통체계에서는 지방이 서울과 연결을 통해 수도권으로의 빨대효과가 강력하게 작용하게 된다. '주변화'의 제도적·문화적 환경이 물리적 인프라를 강화해서 누적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이제 국토의 횡축을 잇는 교통망이 필요하다. 물론 도로망은 최근에야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에 촘촘하게 깔린 철도망(지하철 포함)을 생각하면 이제 국토 횡축을 잇는 철도망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도 필요하다.

4. 타당성 분석의 문제점과 지역책임예산의 확대

횡축의 철도와 함께, 지식과 인적 관계망의 연결을 위해서는 해외로 관문공항도 한 국가에 하나만 있는 것도 충분하다 하기 어렵다. 다만 이때 비용 대비 투자효과, 투자효과 대비 비용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대형 SOC 건설에 관해 (예비)타당성 분석의 문제가 있다. 그런데 현재와 같이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된 상태에서는 수도권에서는 어떤 사업도 타당성 분석을 통과하기가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이 되고, 비수도권에서는 거의 대부분 사업 구상은 타당성 분석의 관문을 통과하기가 어렵게 된다.

이런 제도 구조에서는 지역간 격차는 확대재생산될 뿐이다. 과도한 사회적 투자를 통해 인구집중의 결과 당연히 겪어야 할 외부불경제는 전혀 나타날 수 없다. 결국 이런 제도 아래에서는 지역에서는 타당성 분석을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사회적 자원의 합리적 이용과 지속가능한 전체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타당성 분석에 대한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

또 다른 접근법도 가능하다. 지역의 대규모 SOC에 관해 지역의 독자적 재량의 범위, 아니 책임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자치분권의 확대에 관해 (개헌의 벽이 남아있지만) 대체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가고 있다. 그러나 그 핵심인 사업권한 이양, 재정분권에 관해서는 여전히 중앙의 통제 끈이 붙어있다. 재정분권의 수준을 높인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완전한 지역책임예산은 거의 없다는 것이 지자체의 불만이다. 권한 이양에 대해 결과의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면 될 일이다.

재정분권을 하면 지역간 격차가 더 심화될 수도 있다는 주장, 우려가 있지만 이에 관한 실증연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대체로 선진국일수록 경제발전의 수준에 의해, 재정분권을 하고서도 충분한 중앙정부의 조정역량에 의해 재정분권과 지역간 격차 축소 사이에 상관관계가 높다고 나온다. 지역 대형 SOC의 경우 그 필요성과 성과를 공유할 지방정부들이 공동으로 비용을 우선 부담하도록 해야 진정한 광역행정통합 혹은 협력의 의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5. 정리하면

소외된 지역의 미사용 자원 활용 수준을 높이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일 뿐 아니라 국민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다. 교통과 정보통신이 발달하면 사람이 가는 곳에 새로운 발견과 창의가 꽃필 수 있다. 중소도시들도 거대도시들 못지않게 경제발전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

규모의 경제, 범위의 경제를 위한 지역통합을 위해서는 중심지역에 대한 주변지역의 소외감, 주변화에 대한 경계감을 구조적으로 제도적으로 불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시각으로 보완하는 균형발전의 심화, 시즌3(혹은 제대로 된 시즌2)가 필요하다. 지방대학 역할의 중요성 등 다른 보완점들에 관한 검토도 필요한데, 분량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한다.

태그:#균형발전, #행정통합, #재정분권, #귀농귀촌, #중소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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