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 대강당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조제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 대강당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조제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혈전'을 만든다는 의혹이 일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유럽의약품청(EMA)이 18일 "혈전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고, 안전성이 위험보다 더 크다"라고 밝혔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주요 국가도 접종을 재개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잠잠해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애초에 '혈전 생성' 보고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서만 나온 게 아니었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 자료에 따르면, 혈전과 관련된 두개 주요 질환인 폐색전증과 심부 정맥혈전증은 화이자 백신에서는 1070만 명 접종자 중 각각 15건, 8건으로 총 23건이 보고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서는 970만 명 접종자 중 각각 13건, 14건으로 총 27건이 보고됐다.

이와 같은 결과에 대해 정재훈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00만명당 화이자백신 접종자에서는 2.15건의 혈전관련 질환이 접종 후 보고되었고, 아스트라제네카백신은 2.78건으로 통계적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영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고령자에게 훨씬 더 많이 사용했으므로 연령을 보정할 경우 거의 동일하다고 보여진다"라고 밝혔다. 

방역당국도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한 코로나19와 백신과 혈전과의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1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혈전은 일상적으로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1년에 1만7천 명이 폐색전증으로 보고되는 등 혈전이 많이 보고된다"라며 밝혔다. 김중곤 코로나19 예방접종피해조사반장(서울의료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역시 "혈전은 인구 10만명당 100명이상의 발생률을 보이며, 80대가 되면 인구 10만명당 500명 이상에게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다"라고 17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백브리핑을 통해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혈전' 논란은 유럽에서도 유독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을 보여준다. 그러나 신뢰도 저하는 임상시험이 늦어지고 미국 FDA가 긴급 사용 승인을 내리지 않는 등의 요인에서 비롯된 것일 뿐, 효과나 안전성과는 무관하다. 실제 영국과 스코틀랜드에서 이뤄진 1차 접종 결과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의 입원 예방 효과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마치 문재인 정부 '백신 접종 사업'의 상징처럼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국내 생산이 가능한 아스트라제네카를 중심으로 접종 계획을 세웠다가, 일찌감치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공급받은 외국보다 접종이 늦어진 영향이 크다. 야당은 '물량 확보'가 안 됐다는 이유로 정부 여당에게 맹공을 퍼부었고, 이 과정에서 정부가 가장 빠르게 선구매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낮추는 발언도 야당에서 반복적으로 나왔다.

'백신의 정치화'는 언론 통계를 통해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뉴스톱> 김준일 대표가 분석한 뉴스 변화량 데이터에 따르면 '문재인'이라는 대통령 이름과 '백신'이라는 키워드는 유사한 패턴으로 움직였다. 백신에 대한 보도량이 늘어날 때 대통령에 대한 보도량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언론은 '백신 신뢰' 어떻게 흔들었나... "속보 경쟁에 엉망진창"http://omn.kr/1sap0) 현재 한국에 들어온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5만 명분, 화이자 백신 5만8500명분으로 아스트라제네카의 비율이 훨씬 높다. 

국민의힘, '혈전 논란' 확대 재생산... "유럽 국가들의 비합리적 판단"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장-중진의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장-중진의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많은 감염병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백신은 과학이다'라고 강조해왔다. 과학적 기준으로 백신에 대해서 판단해야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백신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혈전 논란이 있었던 지난 1주일 동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다시 한 번 '정치'에 의해 흔들렸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번주 내내 아스트라제네카의 '안전성'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관련 간담회'에 참석한 정은경 청장에게 "우리나라는 왜 다른 선진국처럼 화이자, 모더나를 확보하지 못했나"라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심지어 다음 날인 17일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안전하기를 바라지만 부작용으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면, 예방 차원에서 잠시 보류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과학적 조치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라며 마치 백신 부작용으로 인해 사망 사고가 일어나는 양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애초에 '아스트라제네카 혈전 논란'이 부풀려졌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오판' 혹은 EU 소속이 아닌 영국에서 만들어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견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중단할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다. 백신을 접종했을 때 그렇지 않을 때보다 훨씬 이득이 크다"라며 유럽 의약품청의 의견에 동의했다. 이어 "부작용 등에 대한 적절한 대처와 관리를 잘 하면 되는 것"이라며 "백신의 정치화가 답답하다. 백신 접종이나 코로나19 방역이 정치에 따라 움직여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럽 국가들의 비합리적 결정이 당황스럽다. 유럽의약품청이 접종 중지를 권고하지 않았음에도 개별 국가들이 판단해서 결정을 내렸다"라며 "자국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예방접종 전략을 흔들고 있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자체에 대한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라며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도 아닌데 유럽 국가들의 접종 중단이 실시간 속보로 떴다"라며 "왜 접종을 중단하는지에 대한 분석도 없이 보도하는 것은 '백신 접종 안티' 행태나 다름 없다"라고 언론 보도를 비판했다. 

조선일보 "거짓 답변"... 질병청 "공식 부검 결과 안 나와"
 
<조선일보> 3월 18일자에 실린 <'아스트라 사망자서’ 혈전 닷새간 숨긴 질병청>
 <조선일보> 3월 18일자에 실린 <"아스트라 사망자서’ 혈전 닷새간 숨긴 질병청>
ⓒ 조선일보 PDF

관련사진보기

 
실제 일부 언론에서는 정부를 비판한다는 명분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신뢰성을 낮추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일보>는 18일 <'아스트라 사망자서' 혈전 닷새간 숨긴 질병청>이라는 보도를 통해 이달 6일에 백신을 접종한 지 8일이 지난 후에 사망한 60대 여성에게서 혈전 소견이 나왔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질병청이 이를 '사실상 숨겨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5~16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혈전과 관계된 사례는 없다"고 말한 것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AZ 백신을 맞은 사망자의 혈전 발생 사실은 오스트리아 독일 등 유럽연합 국가들이 잇따라 AZ 접종 중단 결정을 내린 계기가 됐다"라며 "국내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처음 나왔는데도 질병청이 이를 밝히지 않고 언론 브리핑에서도 거짓 답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질병청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12일 피해조사반에 참석한 위원들이 사망자에 대한 부검에서 육안으로 확인되었던 내용을 구두로 언급했다. 하지만 공식적인 결과가 아니었기 때문에 공식 부검 조사 결과가 통보가 되면 심의하고 평가하려고 했던 부분"이라고 보도를 반박했다. 

그는 "피해조사반에서 심의나 논의가 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발표할 수 없다. 부검결과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말할만한 자료가 없었다"라며 "다만 이와 관련해 17일 정은경 청장의 국회 질의 과정에서 질문이 들어와, '부검 과정 중에 육안 소견을 전달받았다'라고 밝히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사망자는 8일에 부검을 했다. 통상적으로 부검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주 정도 시간이 소요가 된다. 관계자는 "부검 결과가 나오면 피해조사반을 통해 심의해 발표 드릴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7일 "해당 사례는 기저질환이 있는 60대였다"라며 "피해조사반은 지난 12일 예방접종과 인과성을 심의한 결과 ▲예방접종과 이상반응 간의 시간적 개연성이 낮고 ▲장기간 기저질환이 있었으며 ▲사망 전 시행한 의무기록을 종합 검토해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한 사망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라고 밝혔다.

 

태그:#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국민의힘, #조선일보
댓글12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