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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더불어민주당(경기 고양정) 의원이 '사회연대기금' 도입의 필요성과 그 방법론을 설명한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나면서 영업제한에 대한 손실 보상, 이익·성과 공유제 그리고 사회연대기금이 주요한 정책과제로 등장했다. 필자는 사회연대기금과 ESG투자를 주장해 정부여당의 입법과제에 포함시켰으며 법안 제정과 제도 마련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면 왜 지금 사회연대기금을 주장하는지, 아울러 영업제한에 대한 손실 보상 및 이익·성과공유제와는 어떠한 유사점과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이른바 '상생연대 3법'). - 기자 말

 
2020년 12월 29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
 2020년 12월 29일 오후 서울 명동거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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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업손실 보상제도

손실 보상제는 헌법상 국가의 책무다. 헌법 제23조는 재산권에 관한 조항으로 모든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 한계는 법률로 정하고 있다. 아울러 재산권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1항과 2항의 서술 뒤에 3항으로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사용·수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19에 의한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합금지 또는 영업제한을 하는 경우, 법률로 보상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공동체 또는 공익을 위해 개인의 재산권(영업권도 일종의 재산권)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손실의 산정이다. 2019년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부가세 중 간이사업자 대상이 23.7%, 이 중 면세사업자 비중이 78.9%로 과세자료가 없어 소득이 파악되지 않는 사업자의 비중이 18.7%에 달한다. 또한 '착한 임대인 운동' 등으로 임대료를 지원하는 경우에도 영업의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복지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요컨대 아직 우리나라의 행정력이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소득 파악률이 떨어져 정확히 지원할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결국 시간이 필요하고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지난 1년간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관련 인프라를 정비해 점차 그 파악 정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부정확한 것도 또한 사실이다. 소득파악체계를 잘 정비하는 것이 과제지만 시급성을 고려해 집합금지·제한업종에 대해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경계선에 있는 업종 등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지만 그 목소리를 잘 들어 소득파악체계의 정확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손실 보상제는 헌법상 '국가의 책무'이므로 비용이 많이 들어 할 수 없다는 등의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국가의 책무를 속히 시행하면서 현실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최선의 노력을 보여주는 자세가 마땅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각지대, 형평성의 문제 등 미흡함에 대해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를 보완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손실보상제도의 입법화가 필요한 이유다.  

2) 이익·성과공유제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사진은 지난 14일 코로나19 이익공유제 실현 현장 방문의 일환으로 서울 영등포 지하상가 내 네이처컬렉션을 찾아 정기화 가맹점주의 얘기를 듣고 있는 모습.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사진은 지난 14일 코로나19 이익공유제 실현 현장 방문의 일환으로 서울 영등포 지하상가 내 네이처컬렉션을 찾아 정기화 가맹점주의 얘기를 듣고 있는 모습.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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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성과공유제는 코로나로 많은 이득을 얻은 업종과 계층이 자발적으로 기여해 코로나 여파로 피해를 입은 계층을 지원하는 제도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이미 대중소상생협력법에 따라 성과·협력이익 공유제로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제도다. 

이익·성과공유제는 여러 기업들이 하나의 가치사슬(value chain)로 연결돼 있는 경우 다른 기업의 활동에 자신의 이익이 연결될 때 그 기여를 보상하는 것을 말한다. 제도 자체로 보면 대중소기업이 협력관계로 얽혀 있는 경우며, 협력업체의 기술개발이나 경영혁신의 결과를 서로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원하청관계에서 원청업체가 매년 학습효과(learning curve effects)에 의한 원가절감(CR: Cost Reduction) 협상을 강제하는 관행을 개선해 원하청이 상생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지만 그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일각에서는, 특히 플랫폼기업 등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성장한 것을 보고 플랫폼기업과 거기에 참여하는 기업 간의 이익공유제도 도입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러한 플랫폼기업의 재무제표를 보면 아직 적자인 기업이 많고 이익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따라서 이들 기업을 이익·성과공유제의 틀로 넣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원하청 관계에서 원청 기업의 일방적 수익수취 구조가 지속될 수 있는가의 문제다(substantiality).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업체 수입규제에서 드러나듯이 협력업체가 건강하지 못할 경우 사소한 충격에도 경제전반의 건강성을 해칠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위기에서 전 세계적 가치사슬로 연결돼 있을 때 핵심 산업부문(필수산업)의 취약함이 경제전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됐고 서로 같이 성장해야 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요구됐다.

한편 플랫폼 기업의 경우 그 플랫폼에 참여하는 업체가 없다면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없다. 즉 플랫폼이 기능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거기에 참여하는 업체라는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플랫폼과 그 참여업체는 공존할 수밖에 없는 하나의 생태계(Eco-System)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생태계 유지 차원에서 상생 공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플랫폼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플랫폼에 참여하는 업체가 많을수록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기 쉬워진다. 이것은 비용을 수반한다. 다수의 참가자가 있는 플랫폼일수록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플랫폼업체가 적자인 이유가 설명된다(플랫폼업 성립의 필요조건). 플랫폼업체는 참여업체들 속에서 새로운 수익창출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플랫폼 업체 존립의 충분조건). 아직 그런 필요충분조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익 공유 차원에서 접근할 수 없고 플랫폼 스스로가 자신의 존립기반인 참여업체와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만일 플랫폼의 이익 창출을 위해 참여업체의 수익을 가져오는 접근을 한다면 플랫폼 스스로가 자신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이익·성과공유제도는 엄밀히 보면 하나의 가치사슬에 얽혀 있는 업체간 건전한 생태계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플랫폼의 경우도 그렇게 볼 수 있다. 나만 살기 위해 다른 곳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가치사슬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3) 사회연대기금(Social Solidarity Fund)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은 지난 7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은 지난 7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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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연대기금은 가치사슬(value chain) 내의 관계를 다루는 이익·성과공유제와는 달리 가치사슬 밖의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과 관련된다. 사회연대는 사회 전체가 지속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1980년대 이후 형성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는 자유로운 경쟁과 자본이동이 사회의 역동적인 발전을 가져오고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고 경제적으로는 낙수효과에 의한 한 부분의 성장 효과가 다른 부분으로 이전돼 사회 전체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신념체계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 부의 상위층으로의 집중과 중산층의 몰락, 금융의 세계화에 따른 불균형의 심화를 초래했다. 이런 체제가 더 이상 지탱될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월가 점령하기'(Occupy Wall St.)이었다. 다시 말해 '월가 점령하기'는 신자유주의 질서는 불평등을 심화시켜 사회 존립 자체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 운동이었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지배적일 때 경제학계 일류 학자의 소득분배에 대한 연구는 제한적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것이 바로 이 불평등이었으며 그 결과 많은 경제학자들의 연구, 예를 들어 토마 피케티(T. Piketty)의 연구 등이 시작됐지만 아직 새로운 패러다임이 정착되지는 않았다. 정치학에서 공정성의 문제, 능력주의의 한계 등 다양한 연구도 결국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연대의 문제는 IMF 위기 직후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IMF는 대한민국 외환위기의 원인을 시장가격이 제기능을 하지 못해 자원배분의 왜곡이 나타났다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 처방을 내려 금리 등 시장가격의 정상화를 그 처방(채권의 시가평가 등)으로 내놨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런 처방과 함께 제시한 것이 사회적 안전망(social welfare net) 구축을 동시에 제시했다는 것이다.

가격기능의 정상화는 비정상적이고 비생산적 부문으로의 자원배분을 막지만 그것은 동시에 이 부문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생존문제를 대두시킨다. 따라서 시장가격 기능에 의한 자원배분은 그 부문에 고용된 노동자들을 일자리에서 탈락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에 건강보험제도 개혁, 기초보장제도가 도입됐지만 사회적 안전망의 구축은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못한 채 가격 기능에 의한 경쟁강화와 부의 쏠림으로 인해 불평등은 심화했다.

특히 MB(이명박)정부가 등장하고 동시에 금융위기가 오면서 무한 경쟁이 더욱 심화되었다. IMF 위기 때만 하더라도 경쟁에서 탈락할지라도 사회공동체가 나를 돌봐줄 것이라는 믿음, 즉 공동체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금모으기 운동이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회안전망이 탄탄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무한경쟁은 이 경쟁에서 탈락할 때 누구도 나를 보살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각자도생만이 살 길이라는 인식이 확대됐다.
 
음식점, 호프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에 항의하며 형평성 있고 합리적인 방역기준 수립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모습.
 음식점, 호프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따른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에 항의하며 형평성 있고 합리적인 방역기준 수립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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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는 이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불평등은 점점 심화해 사회적 대립과 갈등은 낳고, 공동체에 대한 믿음 또한 상실시키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 IMF 위기 이후 급격히 확산된 자영업자의 몰락 등으로 인해 사회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서로를 믿는 사회적 연대는 시대적 과제로 등장했다.

사회적 연대는 구호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있는 쪽, 가진 쪽에서 먼저 나서야 한다. 미국의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과 같은 부자들이 상속세를 올리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세금을 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인지상정이다. 그러면 왜? 이들은 지금의 체제가 너무나 좋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불평등이 심화되고 체제 자체에 위기로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럴 때 사회가 나서야 하는 것이며 그것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도전적인 책을 쓴 D. 에쓰모글루와 J. 로빈슨이 최근 출간한 책 <좁은 회랑(The Narrow Corridor)>은 민주주의는 국가의 힘과 사회의 힘이 서로 균형을 갖춰야 사회의 발전이 이뤄지며 국가의 실패를 넘어 자유와 번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도한 국가의 힘을 견제하기 위해 타협하면서 광범위한 연합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가 지나치게 양극화되면 타협과 연합은 어려워지기에 너무 늦기 전에 공통의 기반을 찾아야 하며 사회의 결집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로 있는 사람들이 먼저 신뢰받을 수 있는 행동으로 나서야 하며 사회의 힘을 키워야 함을 주장한다. 불평등의 심화를 국가의 힘에 의지해 해결하고자 할 경우 오히려 역설적으로 민주주의의 실패로 나아갈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사회연대는 바로 이렇게 사회의 힘을 키워나가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공동체 위기에 닥쳐 개인의 자유(또는 재산권 등)를 제약하는 경우 이를 보상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국가의 책무라는 것을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손실보상은 국가의 의무다. 그러나 국가의 의무라고 할지라도 언제나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매년 말 사랑의 열매 기부금 릴레이를 연상하면 된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은 원래 국가가 복지제도로 하는 것이지만 사각지대가 발생하기에 민간이 자발적으로 기부운동을 전개한다. 국가는 소득공제 등을 통해 이러한 사회의 활동(기부운동)을 장려하는 제도를 만드는 작업에 국한해야 한다. 이 원칙을 잘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요컨대 자발성의 원칙이 핵심인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사회연대기금을 어떻게 조달하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다음 글] 그래서 사회연대기금은 어떻게 마련하냐고요? http://omn.kr/1rvdz

태그:#사회연대기금, #이용우, #이익공유제,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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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고양시정/일산서구 국회의원 이용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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