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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후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 관련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리기 하루전인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과 남부지방법원앞에서 대한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학대로 사망한 어린이들을 추모하고, 가해자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입양 후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 관련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리기 하루전인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과 남부지방법원앞에서 대한학대방지협회 회원들이 학대로 사망한 어린이들을 추모하고, 가해자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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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기사 : "[인터뷰 ①] 정인이 사건, 보건복지부는 왜 사과 안 하나"

- 과거에 정신과 진료를 받았던 사람은 아동입양을 포기해야 한다고 보나?
"나는 그 정신과 진료라는 것이 뭐냐는 것이 확인이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신병'이라는 것이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기 어려운 수준의 심적 외상 후의 스트레스 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양극성 장애 혹은 조현병, 혹은 분노조절장애와 같은 것이라면, 매우 조심스럽지만 나는 아동의 생명과 복리와 인권을 생각하면 아동을 이런 가정에 결연하는 일을 회피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정신과 병원을 방문한 경우라 하더라도 심리상담 수준의 어떤 것이라면, 상담을 지속하면서 아동을 양육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나 같은 사람도 목사인 것이 부끄럽지만 일상에서 내가 심리상담을 받아가면서 나 자신을 더 잘 챙기면서 살아야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더구나 내 경우 입양인들과의 만남들 안에서 너무너무 아픈 이야기들을 자주 듣고 또 몰입하다 보면, 나도 정신적 내상을 입는다.

그러나 그것이 정신과 진료이든 다른 이유이든 입양자격이 없는 부모는 걸러내는 것이 맞다. 정인이의 입양모의 경우, 설사 정신과 진료기록이 가벼운 것이었다 하더라도, 입양기관이 아동애착과 양육의 기쁨과 행복을 충분히 누릴 준비가 된 성숙한 사람인지, 또 양육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능력이 있는지를 살핀 후, 자격이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나 걸러내었어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입양기관은 기관의 비전과 미션, 본질적인 구조 자체가 걸러내는 기능이 원천적으로 부재하다. 입양이 실적인 기관이다. 이 실적을 추동하는 힘이 입양부모의 진입인데, 이를 걸러내는 일은 쉽지 않다. 걸러내는 일은 업무에 추가적인 부하가 걸리고 실적 저하를 유발할 것이다.

사실 지난 2014년 미국으로 입양 보내어진 현수군 사망 사건에서 그 전형을 볼 수 있는데, 현수의 입양부는 이라크전 참전영웅이었고 미국정부의 국가안전보장위원회의 공무원이었다. 그런데 그는 참전군인들에게서 종종 나타나는 PTSD를 앓고 있다는 것이 결연 과정의 서류에서 드러나 있었다. 그런데 입양기관은 그가 촉망받는 미국정부의 공무원이자 또 친한파적 견해를 지니고 있다는 아동양육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유로 걸러내지 않았다. 결국 현수는 입양부로부터 참혹한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입양실적을 내야 하는 입양기관의 본질이 변할 수 없고, 결국 부실한 실천에서 계속 이런 비극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합의는 입양은 국가의 공무체계가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정인이 사건'의 한 원인으로 취약한 입양가족 사후관리 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맞다. '정인이 사건'은 입양기관이 사후관리는 물론 결연에서도 실패한 사건이다. 순서상 결연에 실패했기 때문에 사후관리의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정인이의 입양결연 결정에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정인이 입양모는 친딸에게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입양을 하겠다고 했다. 입양은 아동에게 가정을 찾아 주는 일이지, 가정에게 아동을 찾아 주는 일은 아니다. 입양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아동의 최선의 이익에 따라 잘 양육할 수 있는 가정을 엄선해서 아동을 결연해주는 일이다. 입양부모의 욕구를 실현하는 일을 돕기 위해 아동을 결연해주면 당연히 아동은 입양부모의 수단이 되고 인권은 훼손되게 되어 있다.

정인이 사건은 친딸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가정의 욕구 충족이라는 동기에 입양기관이 분별없이 응답한 것이다. 입양 후에 돌아가는 모습에서도 그게 확연히 드러났다. 이게 입양기관의 결연판단에 내재된 오작동 시스템이었다. 입양예비가정에 대한 상담, 교육, 먼저 입양한 가정들과의 그룹토의, 입양하려고 하는 동료 예비입양가정들과의 그룹토의 등 상당히 오랫동안에 숙려기간을 거치고 그 가정이 아동에게 좋은 가정이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비로소 입양결연을 해야 한다.

또 입양기관은 이 입양부모가 아이를 처음 본 바로 그날 결연을 결정했다. 여기서 우리는 이 입양기관 업무체계의 어이없는 부실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아이를 처음 본 날부터 결연을 결정하는 기간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

"입양부모적격성 판단하고 오랜 숙려기간 거치도록 해야"
 
지난 17일 입양 관련 연대단체들과 함께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장면. 양육상담, 아동의 보호는 입양기관이 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우측에서 3번째가 김도현 목사.
 지난 17일 입양 관련 연대단체들과 함께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하는 장면. 양육상담, 아동의 보호는 입양기관이 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우측에서 3번째가 김도현 목사.
ⓒ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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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이의 죽음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은 없었을까?
"정인이는 입양 전에 위탁모의 돌봄 아래에 있었는데 정상적인 방식으로 입양절차가 진행 되었다면 정인이의 죽음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를 입양하기로 결심한 입양모가 교육이 끝나면 잠정적으로 아동이 결정될 수 있다. 결연 이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가급적 자주 위탁모의 집을 방문하고, 가서 아이와 눈도 맞추고 안아도 보고, 기저귀도 갈고, 재우기도 하고 하면서 아이와의 관계 맺기를 해야 한다.

아이도 자주 방문해서 돌보아 주는 낯선 사람에게 안전을 느낄 수 있어야 하고, 입양모도 이 아이에 대한 애착이 자라고, 이 아이가 내 아이가 될 것이라는 마음에 기쁨이 샘솟고, 집에 돌아와서 다음 방문할 때까지 아이를 너무 보고 싶어 못 견디는 마음에 사로잡혀야 한다. 이 사랑에 겨운 나머지, 아이를 집에 데리고 가서 재판이 날 때까지 키우고 싶다는 아이의 임시인도를 요청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애착이 형성되었다는 증거다.

이때 입양기관은 아이를 입양가정에 임시인도를 하고, 또 좀 더 살펴야 한다. 지금까지는 위탁모가 키우고 있는 아이와의 애착관계이지만, 직접 키우면 그동안에 하지 않던 수고를 해야 하고 양육스트레스를 겪을 수도 있다. 이 양육스트레스를 입양가정의 아동에 대한 애착이 넉넉히 이겨내고 있는지를 관찰한 후에야 비로소 결연을 결정하고 가정조사보고서를 비롯한 서류를 마련해서 재판 절차에 넘겨야 한다.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정인이를 처음 본 날 털커덕 입양결연을 해 버리고만 것을 보면, 이 입양기관에게 아동은 그저 신속하게 입양을 보내는 대상에 다름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입양기관이 입양에 축적된 전문성이 있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이 입양기관이 오히려 전문성이 전혀 없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애착이 없는 상태로 바로 수속을 밟아 법원의 판결을 구했고 허가 판결을 받았다. 여기서 결연의 문제가 있다. 판결을 받은 바로 그날, 입양모는 위탁모의 가정을 방문해서 정인이를 집으로 데리고 갔다. 위탁모의 증언에 의하면, 바로 그 이튿날 정인이 입양모가 찾아와서 정인이의 보모가 되어줄 것을 부탁한다. 처음부터 양육은 입양모의 관심사안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입양기관은 정인이가 사망에 이르게 한 결연을 한 것이었다."

- 정인이 입양기관의 입양사후관리가 실패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입양사후 관리는 보통 입양을 결연했던 사회복지사가 가정을 방문하고 아이를 입양가정이 잘 양육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때로는 조언도 하고, 만약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상담과 정서적 지원도 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입양사후관리에서 발견되는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는 사실 대체로는 입양결연이 잘못되어 일어나는 일로 보인다. 양육에 충분한 자격을 갖춘 성숙한 부부, 아동중심적 태도가 충분히 갖추어진 가정에 아동을 결연시키면, 학대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학대가 일어났다는 것은 입양결연에서 이런 부부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입양사후관리에 들어간 사회복지사는 거기에서 자신의 입양결연의 실패를 목격하는 것이다. 내가 자격 없는 가정에 아이를 넘겼구나 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돌아와서 자신의 입양결연 실패의 부정적 결과를 진실하게 보고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입양결연의 실패는 담당 사회복지사만이 아니라 국내입양팀장의 감독 혹은 조언과 지도의 실패이기도 하다. 직무상의 실패를 내어 놓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기관 내부의 분위기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한, 입양결연의 실패는 내부 논의의 의제가 되거나 상급자에게 보고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태그:#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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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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