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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 외벽에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다가오는 설연휴 직접 방문을 자제하고, 세배는 온라인으로 하자는 '설 연휴, 찾아 뵙지 않는게 '효'입니다' 거리두기 캠페인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2일 오전 서울도서관(옛 서울시청) 외벽에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다가오는 설연휴 직접 방문을 자제하고, 세배는 온라인으로 하자는 "설 연휴, 찾아 뵙지 않는게 "효"입니다" 거리두기 캠페인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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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누군가는 벌써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원치 않은 이야기로 가족, 친척, 친구들과 안부를 묻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새해에는 소망하는 일 모두 이루세요!' 등의 설날 인사말이 서로를 존중하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이번 설날에는 부모님, 친척분들께 어떤 말을 듣고 싶은가요?"

그들 아니 어쩌면 내 자식과 조카, 친구의 이야기도 될 법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생각1] "어머니, 제 생각도 존중해주세요"

김형일(37, 가명)씨는 서울 송파구에서 혼자 자취를 한다. 부모님은 전라도 광주에 거주하시기에 명절이나 휴가에 얼굴을 본다. 그는 지난해 어머니와 통화를 회상하며 말을 전했다.

"지난 추석에 어머니는 지금껏 그랬듯 결혼이야기를 하셨어요. '결혼할 애인은 있니?', '돈은 얼마나 모으고 있니?' 등 이제는 귓가를 스쳐 흘려버리는 말들이요. 저는 그다지 결혼에 관심이 없는데 부모님은 나이 때문인지 걱정을 하시더라고요. 물론, 어머니의 생각을 존중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제 의견만큼 부모님의 생각과 의견도 그 나름대로 일리가 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결혼 생각이 없어요. 결혼하기 싫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빨리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여자친구와 만나면서 그 사람과 같이 살고 싶으면 결혼을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애를 즐기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생각2] "순서가 조금 다른 것뿐 아닐까요?"

노량진에서 공부하는 최지나(25, 가명)씨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부산에서 상경했다. 대학생 신분일 때는 작은 아버지, 이모들과 친하게 지내며 명절마다 용돈을 받았다. 하지만 취준생이 된 지금은 그분들의 말을 듣기 힘들어 전화하기 전에 망설이게 된다.

"올해 설날은 코로나19 때문에 친척들과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할 것 같아요. 그런데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할머니 댁에 온 친척 식구들이 모이게 되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그때는 취업 이야기가 빠지질 않거든요.

작은 아버지는 '누구는 대기업 들어갔다카데 너는 우얘 됐노? 취업이 힘들어 우야노'라고 말씀하시는데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비교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작은 아버지, 다른 사람이랑 비교하는 말은 삼가셨으면 좋겠어요'라고요."


[생각3] "코로나가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목포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정두연(48, 가명)씨는 쉬고 싶은 명절에도 짜증이 난다. 주변에서 자신의 외모에 대한 평가가 수시로 들려오기 때문이다. 친하다는 게 그 사람에게 무례할 권리를 부여하는 건 아닌데 말이다.

"전 평균 체중보다 많이 나가는 편이에요. 그런데 그게 싫거나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살이 더 찐 것 같은데? 살 좀 빼야 하지 않겠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해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화도 나고 짜증도 밀려오죠"

그는 이번 설날에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집에서 편히 쉴 예정이다. 코로나19로 그들을 마주하지 않아도 될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어요. 제가 맛집 탐방을 좋아해서 여기저기 맛집을 찾아다녔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거든요. 코로나가 싫기만 했는데 이럴 땐 유용하게 쓰이네요. 세상 일이란 게 참 오묘하네요."

[생각4] "기다려주세요. 저희도 다 계획이 있거든요"
 
ⓒ elements.env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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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이(30, 가명)씨는 충청북도 청주에서 남편과 맞벌이를 하며 산다. 결혼한 지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남편과 단 둘이 지내는 시간이 좋다. 이 순간을 온전히 누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아기를 낳아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부모님은 나이가 들면 아이를 낳기 힘들어진다고 말씀하세요. 그런데 지금은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일 끝나고 남편과 데이트하는 시간, 주말에 서로를 위해 요리를 하는 시간이 너무 재밌고 행복하거든요. 아이를 낳기 전에 이 순간을 맘껏 즐기고 싶어요."

그가 출산을 미룬 것은 다른 이유도 있다. 육아를 시작하게 되면 지출 증가로 경제적 부담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출산을 준비하려고 한다.

"아이가 우리에게 주는 감동과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현실적인 입장에서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어요.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출산을 하게 되면 육아에 많은 돈이 들어갈 거예요. 그걸 대비해서라도 지금은 여유를 가지고 준비하려고 해요. 아기를 빨리 낳는 것보다는 조금 늦더라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설날 제일 듣기 싫은 말, '취업은 언제쯤 할 거니?'

내가 들어본 주변인들의 생각은 저마다 달랐다. 그들은 가족들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한 말을 듣고 싶어 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남녀 3,39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응답자 가운데 902명(26.6%)이 설날에 듣기 싫은 말로 '취업은 언제쯤 할 거니?'를 선택했다.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이지'와 '어서 결혼, 출산해야지' 문항은 각각 23.8%, 21.9%의 응답률을 보였다.

설문에 참여한 성인남녀 중 34.1%는 명절 즈음에 받는 스트레스가 학업이나 취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보다 더 많다고 응답해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도 성인남녀 10명 중 6명은 혼자서 설 연휴를 보내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취준생들은 두 명 중 한 명꼴로 가족 모임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여성가족부는 3일, 가족 간 서로 존중하는 대화법과 언어문화 만들기 등의 가족 실천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한, 오는 14일까지 여성가족부 누리집에서 코로나19로 만나지 못하는 가족과 친지에게 인사와 격려의 덕담을 남기는 '따뜻한 설날 인사 함께 나누어요' 이벤트를 실시한다.

올해 설날은 훈계, 비교, 평가 대신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따뜻한 한 마디를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
 
설 명절 맞이 평등 덕담 국민 참여 이벤트 포스터. 여성가족부는 오는 14일까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가족의 건강과 안전을 강조하면서도 가족들이 정을 나누고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방역 수칙 준수와 평등한 가족 문화로 안전한 설날 보내세요!"라는 메시지 아래 가족 실천 캠페인을 진행한다.
 설 명절 맞이 평등 덕담 국민 참여 이벤트 포스터. 여성가족부는 오는 14일까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가족의 건강과 안전을 강조하면서도 가족들이 정을 나누고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방역 수칙 준수와 평등한 가족 문화로 안전한 설날 보내세요!"라는 메시지 아래 가족 실천 캠페인을 진행한다.
ⓒ 여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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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따뜻한 한마디, #설날, #코로나19, #듣기 싫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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