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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인천 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에서 고 심장선 노동자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심씨의 아들이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고 있다.
 18일 인천 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에서 고 심장선 노동자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심씨의 아들이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고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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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인천 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에서 고 심장선 노동자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18일 인천 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에서 고 심장선 노동자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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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
"아빠를... 아빠를 바로 보내드리지 못한 것이 가장 힘들었다."

18일 고 심장선씨의 영결식 현장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난 심씨의 스물넷 아들이 한 말이다.

지난달 11월 28일 이후 검은색 상복을 스물 하루 동안 입고 지낸 아들은 "아빠가 따뜻한 식사 한 끼 드시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그게 가장 죄송하고 속상했는데 이제야 따뜻한 곳으로 모시게 됐다"면서 "아버지와 같은 일을 하시는 분들이 부디 모두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라고 밝혔다. 

아버지 고 심장선씨는 지난 11월 28일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면에 소재한 한국남동발전 영흥발전본부에서 석탄회(석탄재) 상차작업을 하던 중 3.5m 높이의 화물차 적재함에서 추락해 숨졌다. 추락 당시 심씨는 영흥화력발전소에서 나온 석탄회를 화물차 적재함에 싣다가 발을 헛디뎌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흥화력 재하청업체 소속인 심씨는 시멘트 재료인 석탄회를 업체로 운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심씨의 사망 직후 원청인 남동발전은 '심씨에게 상차업무를 시키지 않았다'라는 요지로 "상·하차 업무는 발전소 설비를 통해 자동으로 이뤄지며 기사의 업무인 적이 없다"라는 입장을 냈다. 심지어 장례식장에서 유가족을 찾아와 '우리가 하청 업체에 압박을 넣어 줄 테니까 그쪽하고 합의를 보는 쪽으로 하라'고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화물노동자인 심씨에게 상차업무는 고유 업무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동발전은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재하청업체 소속의 노동자인 심씨 등 화물노동자들에게 관련 업무를 떠넘겼다. 심장선씨의 사망 이후 교섭에 들어가기까지 수차례 공방이 오간 이유다.

CCTV로 확인된 상하차 업무  
 
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 입구 모습
 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 입구 모습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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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인천 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에서 고 심장선 노동자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18일 인천 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에서 고 심장선 노동자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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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씨가 남동발전의 지시를 받아 상차업무를 했다는 흔적은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심씨가 사망했을 당시 찍힌 CCTV에는 고인이 자연스럽게 기계 조작버튼을 작동하는 모습이 다 담겼다. 공공운수노조가 밝힌 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 작성 '회정제 설비 운전 지침서'에도 "석탄재 적재 장치의 분출구를 화물차 적재함 문에 맞추는 것은 화물기사의 업무"라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확인됐다. 

또 영흥화력본부가 심씨를 포함한 화물기사에게 보낸 '반출 차량 공지사항'에도 "화물차 상부에 올라가 석탄재가 넘치는지 만차시까지 위에서 지켜볼 것 등"의 문구가 명시됐다. 실제로 <오마이뉴스>가 18일 심씨의 사망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처음 오시는 기사님은 사무실에 오셔서 차량반출 공지사항을 숙지하고 상차해주기를 바란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결국 지난 15일 밤 유가족 및 공공운수노조, 원청인 남동발전 간에 합의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양자가 작성한 합의안에는 ▲화물노동자에게 상·하차 업무 전가 금지 ▲안전인력 충원 ▲안전매뉴얼 마련해 모든 화물노동자에게 제공 ▲안전설비 보강, 설치 ▲유해물질 피해 없도록 안전장비 비치 등의 내용이 명시됐다. 그러나 '원청 책임'이라는 문구를 합의안에 담아내지는 못했다.

유품으로 남은 2000원짜리 편의점 햄버거
  
18일 인천 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에서 고 심장선 노동자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심씨가 운행했던 차량.
 18일 인천 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에서 고 심장선 노동자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심씨가 운행했던 차량.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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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인천 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에서 고 심장선 노동자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18일 인천 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에서 고 심장선 노동자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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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심씨의 아들은 영결식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아버지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몰았던 40t 트럭에 올라 유품을 정리했다. 지난달 사고 이후 심씨가 몰던 트럭은 영흥화력에 '안전선'이 둘러쳐진 채 정차돼 있었다.

아버지가 운행했던 트럭에선 치약과 칫솔, 1회용 커피와 종이컵, 안전모, 슬리퍼, 빈 반찬 그릇 등 유품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이날 심씨의 유품 속에는 포장도 뜯지 못한, 편의점에서 구입한 2000원짜리 햄버거도 있었다. 

아들은 앞서 지난 4일 <오마이뉴스>에 "아빠의 마지막 카드 결제 내역을 봤다"면서 "저녁으로 3000원짜리 빵 하나 사드셨다. 따뜻한 밥 한 공기라도 드시고 갔으면 이렇게까지 마음 아프지 않을 텐데. 저랑 동생 키우려고 고생만 하다 떠나셨다"라고 밝힌 바 있다.

영결식에 참석한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이 조사를 읽으며 "심장선 노동자가 전날 밤 10시 30분에 3000원짜리 빵을 산 마지막 결제 내역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면서 "한국남동발전이 2009년부터 7년 연속 화력발전사 중 당기순이익 1위를 차지하고 자랑할 때 하청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그렇게 죽어갔다. 안전관리자가 있어서 응급조치만 제대로 이뤄졌더라면, 안전설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었더라면, 화물노동자가 화물차 운전만 했더라면 심장선씨의 억울한 죽음은 막을 수 있었다"라고 지적한 연유다. (관련기사 : "아빠의 마지막 카드 결제는 3000원짜리 빵 하나가 전부였다" http://omn.kr/1qu7h)

"노동자 죽음 막는 유일한 방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18일 인천 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에서 고 심장선 노동자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18일 인천 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에서 고 심장선 노동자의 영결식이 진행됐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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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발전 영흥화력에서 진행된 영결식에 참석한 인사들은 한 목소리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했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발전소 산재 사고의 90%이상을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당하고 있다"면서 "하청노동자의 사고에 대한 책임을 원청에 묻지 않고는 똑같은 사고가 계속 발생한다. 고 심장선 노동자와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같은 사고책임을 구체적이면서 무겁게 지우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위원장의 말대로 지난 2019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남동발전 및 서부발전·중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 등 발전 5사에서 발생한 산재사망사고를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327건의 산재사고로 33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334명의 사상자 중 8명을 제외한 326명(97.6%)이 하청노동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발전소에서 산재로 사망한 사망자만 따로 놓고 보면 상태는 더 심각하다. 해당 기간 동안 사망한 20명의 노동자가 모두 하청업체 소속의 노동자였다. 발전 5사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는 전체의 27%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 심장선 노동자의 영정사진은 그가 떠난 트럭 앞에 놓였다. 심씨의 아들과 딸, 아내가 고인에게 마지막 참배를 했다. 고인은 수원연화장에서 화장하고 평택 서호 추모공원에 봉안된다.

태그:#심장선, #영흥화력,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남동발전,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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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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