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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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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주택 공급이 핵심'

변창흠 국토교통부 내정자가 지난 2006년 한 언론에 기고한 글 제목이다. 그는 주택 공급이 문제가 아니라, 저렴한 주택 공급이 없었던 게 지금 집값 문제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지난 2015년부터 주택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면, 그의 진단은 정확했다.

주택 가격 상승세가 본격화된 시점은 지난 2015년이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 폭등에 가려져 있었지만, 분명 그 시작은 박근혜 정부 때였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4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하고 분양가상한제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부동산에 투기해 돈을 벌 수 있도록 투기꾼들을 위한 꽃길을 깔아줬다.

그러면서 주택 공급은 늘어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주택인허가 건수는 공공과 민간을 포함해 총 76만5300호였다. 2014년(51만5200호)과 2013년(44만100호)보다 20만~30만호나 늘어난 수치다.

수요·공급 논리에 따르면 공급이 폭증했던 이때 집값은 하락했어야 맞다. 하지만 집값은 오히려 올랐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3.5%, 수도권 매매가격은 4.4% 올랐다. 공급량이 적었던 2014년 매매가격 상승률(전국 1.6%, 수도권 1.5%)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2016년에도 주택인허가건수는 72만6000호로 상당한 규모의 주택 공급이 이뤄졌지만, 매매가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2016년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0.7% 올랐고, 서울 주택가격은 2.1%, 서울 강남은 2.5%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에도 주택인허가건수가 65만3000호에 달했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상승세는 더욱 커졌다. 2017년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은 3.6%, 서울은 4.4% 상승했다.

공급 늘리면 가격 하락?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여
 
서울 서초구 아파트 단지.
 서울 서초구 아파트 단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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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펴본대로 주택공급량이 많았던 2015~2017년 사이 주택 매매가격은 덩달아 상승했다.

재건축 사업들은 어땠을까? 2015년부터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마음껏 높여 받을 수 있었다. 분양가를 제한하는 장치가 없으니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가는 지붕을 뚫고 올라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0월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제곱미터(㎡)당 584만1000원에 불과했다. 평당으로 따져도 1700만원 안팎 수준이었다. 그런데 2016년 10월에는 ㎡당 640만원으로 올랐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양보증심사를 통해 분양가의 과도한 상승을 막았지만, 2017년 10월 ㎡당 657만원으로 올랐고, 2018년 10월 737만8000원으로 널뛰기를 거듭했다. 

이 기간 서울 재건축 아파트들은 대부분 용적률 상한선을 꽉 채워 허가를 받았는데도, 분양가는 오름세를 지속했다. 공급이 많아지면 알아서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는 시장 조정 기능은 어디에서도 작동하지 않았다.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재건축 활성화는 건설사와 재건축조합, 투기꾼들의 '로또'가 됐다. 

분양가 널뛰기 거듭, 건설사와 투기꾼들의 '로또'

현대와 GS 등 주요 건설사들은 지난 2015년 이후 아파트 분양 사업을 활발하게 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봤다. 이는 실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난다.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 2014년 주택 부문(건축·주택)의 매출 총이익은 5988억원이었지만, 2015년 7401억원, 2016년 1조1142억원, 2017년에는 1조3895억원의 수익을 냈다.

대림산업도 지난 2014년 주택 부문 영업이익은 258억원이었지만, 이듬해인 2015년 영업이익이 6배 가까이 오른 1533억원을 기록했고, 2016년 3646억, 2017년 6684억원으로 급증했다. GS건설도 주택 등 건축 부문 영업이익이 지난 2014년 963억원에서 2015년 3383억, 2016년 6542억, 2017년 9268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이들 건설사들은 모두 "주택 사업이 좋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본부장은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고, 분양가를 마음대로 올려 받도록 하니, 건설사들은 분양가를 뻥튀기하면서 이익을 챙겼다"며 "평당 300만원이면 지을 아파트 건축비를 1000만원 넘게 매기면서도 정작 분양원가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순 주택 공급이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논리는 실제 시장에서 통하지 않았다. 변창흠 내정자가 주장했던 것처럼 집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급'이 아니라 '저렴한'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관건은 저렴한 주택 공급... 변창흠표 토지임대부 주택에 거는 기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이곳에는 23개동 2,990세대(지하 4층에서 최고 지상 35층)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 '래미안 원베일리'가 들어설 예정이다.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이곳에는 23개동 2,990세대(지하 4층에서 최고 지상 35층)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 "래미안 원베일리"가 들어설 예정이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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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지난 2011년으로 되돌려보자. 당시 서울 강남에는 '반값 아파트'가 나왔다. 2011년 서울 서초지구(서초LH5단지)의 분양가는 2억원(84㎡형)이었다. 2012년 강남지구(LH강남브리즈힐) 분양가도 2억2000만원(84㎡)이었다. 이 아파트는 모두 '토지임대부' 형태로 공급됐다. 토지는 LH가 보유하되, 건물만 민간에 분양하는 방식이었다. 토지값을 빼고 건물값만 받으니 '반값 아파트'가 가능했다.

반값 아파트는 집값 안정에 일부 기여했다는 분석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도 작용했지만 실제 2011년 당시 서울 주택매매가 상승률은 0.3%에 그쳤고, 2012년에는 -2.9% 하락했다. 김헌동 경실련 본부장은 "2억원짜리 강남 아파트가 나오니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확 꺾였다"며 "서울 왕십리 아파트가 미분양이 되는 등 지금처럼 패닉바잉도 없었고, 자연스럽게 집값이 안정됐다"고 강조했다.  

변창흠 후보자는 시민단체 시절 토지임대부 주택 도입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현 정부의 부동산 실정을 비판했던 시민단체도 토지임대부 주택 도입을 지지한다. 오히려 변창흠 후보자가 장관 취임 후 토지임대부 구상을 외면할까 우려하고 있다. 

김성달 경실련 국장은 "변 후보자는 LH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토지임대부 주택 구상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장관이라는 권한을 쥐고도 토지임대부 주택 도입 등을 적극 실현하지 못한다면 비판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와 한국도시연구소 등은 3기 신도시 등을 조성할 때 '토지임대부 주택'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공공이 보유한 토지는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해서 쓰여야 한다"며 "토지를 공공이 보유하면 지속적인 공공 주택 공급이 가능해지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가격으로 주택을 제공할 수 있는 등 여러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태그:#변창흠, #변창흠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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