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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는 11월 17일 저녁 서울 대림동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에서 김숙영 건보공단 콜센터 지부장을 인터뷰 했다.
 < 오마이뉴스 >는 11월 17일 저녁 서울 대림동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에서 김숙영 건보공단 콜센터 지부장을 인터뷰 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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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아래 건보공단) 콜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하는 김숙영씨는 12년째 같은 자리에서 같은 업무를 하고 있지만, 해당 기간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네 번이나 회사가 바뀌었다. 건보공단이 2년마다 콜센터 도급업체를 바꿔가며 계약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김씨는 "은행 등에 가서 업무 등을 볼 때면 '나는 집시인가'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면서 "서류 등에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에서 일한다'고 적으면 존재하지 않는 회사가 나온다. 그런데도 나는 고객들에게 '함께하는 건강보험 상담사 김숙영입니다'라고 말한다. 과연 자신의 개인정보를 알려주며 상담을 하는 국민들은 상담사들이 십수 년째 소속도 불분명한 하청 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김씨 말대로 건보공단 콜센터 상담사들은 서울과 경기, 대전, 광주, 부산, 대구 및 원주 본부 등 전국 7개 지역에 산개해 상담 업무를 진행하지만, 메타넷엠플리폼, 효성ITX, 제이앤비컨설팅, 휴넥트, 제니엘, 이케이 맨파워, 한국코퍼레이션, 케이티 아이에스, 윌앤비젼 등 그 어디에도 드러나지 않는 건보공단 도급업체에 소속돼 일하고 있다. 이런 이들이 1630여 명에 달한다. 

결국 김씨를 비롯한 건보공단 콜센터 소속의 상담사들은 '콜 수 압박에 골병 든다'면서 "숨 쉴 권리를 보장해 달라"라는 피켓을 들고 19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정부에 묻고 싶다"면서 "오전 9시에 출근해 점심시간까지 단 1분의 쉬는 시간도 없이 마스크를 쓰고 밀려드는 전화를 받아보라. 콜센터 노동자들은 코로나 감염병 확산 이후 2019년 대비 최대 40% 이상 늘어난 전화를 받고 있다"라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제54조에는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는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라고 명시됐다. 고용노동부도 지난 12일 콜센터 업무 지침을 통해 "실내에서는 상시 마스크 착용 및 장시간 마스크를 착용 등으로 업무부담이 가중되는 점을 반영하여, 충분한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한다"면서 "1시간마다 5분 또는 2시간마다 15분 휴식을 권고한다"라고 발표했다.

19일 발표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콜센터 사업장 마스크 지급 현황에 따르면, 한 달에 마스크 15개를 지급받은 도급업체도 있지만, 일주일에 1개 혹은 한 달에 2~3개만 지급받은 업체도 존재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공공운수노조 사무실에서 김숙영씨를 만나 인터뷰했다. 김씨는 과중한 업무의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2019년 12월 동료들과 함께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결성된 건보공단 콜센터 노동조합은 불과 10개월도 안 돼 1000 명이 넘는 조합원을 확보했다. 김씨는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초대 지부장을 맡았다. 

"핵심은 노동자 배제... 을과 을 싸움 붙이고 있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상담전화를 받고 있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상담전화를 받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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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19년 5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절차에 따라 2단계와 3단계로 분류된 직군에 대한 '정규직 전환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민간위탁기간인 건보공단 콜센터는 3단계에 속한 단체다. 정부의 발표에 따라 김 지부장과 동료들은 직고용을 기대했다. 그럴 것이 정부의 가이드에 따라 건보공단 콜센터와 근무환경과 조건 등이 매우 유사한 근로복지공단 및 국민연금관리공단 콜센터는 각각 2018년과 2019년 자체 논의 후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2019년 10월 열린 노사전(문가) 1차 회의에서 당사자성을 지닌 상담사들은 처음부터 참석이 배제됐다. 노사전 회의에는 콜센터 상담사 대신 건보공단 정규직 노동자 대표가 자리했다. 현장에 있던 김 지부장을 비롯해 콜센터 상담사들은 "2차 회의부터는 당사자인 상담사 대표자가 들어와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1차 회의 이후로 현재까지 노사전 회의는 열리지 않고 있다. 회의가 열리지 않는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그 사이에 발생했다. 노사전 회의가 미뤄지자 건보공단 정규직 노조는 지난 5월 조합원 1만 3500여 명을 대상으로 '고객센터 노동자 직접고용 사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한 7700여 명 중 직접고용 반대 의견이 5800여 명(75%)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건부 동의는 1100여 명(14%)에 그쳤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자 당시 건보공단 정규직 노조는 "건보노조는 잠정 중단된 고객센터 노동자의 직접고용 사업을 더는 추진하지 않겠다. 사업 중단에 따른 후속 조치를 점검하고 시행하겠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김 지부장은 "마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대결처럼 비치는 것이 아쉽고 안타깝다"면서 "건보공단에서 원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한 채 싼 인력을 가감 없이 쓰는 것이다. 그 안에서 노동자들끼리 갈등을 조장해 을과 을의 싸움을 만들고 있다. 콜센터 직원들은 '업무지원직'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정규직들 업무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지부장은 "건보공단 김용익 이사장이 이 문제에 대해 의지만 있으면 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 콜센터처럼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면서 "건보공단은 정부 방침대로 당사자인 우리와 함께 노사전 회의를 거쳐 정규직 전환 결정을 하고 이후 내부 직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정규직 설문조사 결과를 들어 정규직 전환을 못한다고 말하는 것은 책임회피"라고 강조했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고객센터 직원에 대한 고용형태 결정은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며 "임금피크제와 고객센터 직원 고용 등 직원들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모든 사안은 직원 여러분과 함께 논의하면서 최선의 해법을 찾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김 지부장과 동료들은 지난 10월부터 현재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가 위치한 강원 원주에서 매일 오전과 점심시간에 "우리가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다. 노동자 없는 노사전 협의체를 반대한다"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김숙영 건보공단 콜센터 지부장은 지난 10월부터 조합원들과 함께 건보공단 원주 본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김숙영 건보공단 콜센터 지부장은 지난 10월부터 조합원들과 함께 건보공단 원주 본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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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경쟁 시스템... 인센티브 때문에 쉴 틈 없이 일해"

건보공단 콜센터는 본래 '전화방'이라고 불리는 공간에서 건보공단 직원들이 돌아가며 맡았던 업무였다. 하지만 2006년을 건보공단은 콜센터를 설립했다. 이후 현재까지 규모를 확장하며 이어져 오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내부 자료에는 건보공단 콜센터 상담사들이 보험료 부과 관련 업무 15종을 비롯해 징수 관련 업무 15종, 의료 급여, 건강검진, 제증명서, 장기요양 등 1060종에 달하는 건강보험 관련 통합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엔 질병관리청 콜센터인 1339까지 이쪽으로 넘어왔다.

문제는 이러한 전문 상담이 도급업체와 건보공단의 계약서 내용을 이유로 최대한 신속하고 빠르게 이뤄지도록 강요되고 있다는 점이다.
 
건보공단 콜센터 상담사 업무 분장표 중 일부
 건보공단 콜센터 상담사 업무 분장표 중 일부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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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건보공단 콜센터 직원의 '하루일지'에는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한 8시간 근무에서 평균 120통 정도 전화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근무 중 화장실을 간 것은 단 4회, 나머지 휴식 시간은 전무했다.

건보공단 콜센터 노조가 조합원 1000명(응답자 815명)을 상대로 자체 조사한 결과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100콜 이상 120콜 미만'이 36%, '120콜 이상 140콜 미만'이 29.6%를 차지해 6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서는 하루에 180콜 이상 처리하는 상담사들도 존재했다.

김 지부장은 "상담사들은 실시간으로 체크를 당하고 있다"면서 "최저임금으로 기본급을 주고 나머지는 콜 받는 횟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시스템이다 보니, 상위권에 들기 위해 무한경쟁을 하고 화장실에 덜 가기 위해 기저귀를 찬 채 근무하는 사람도 발생한다. 하루에 200콜을 받는 상담사도 있다"라고 말했다.

"무한경쟁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더 많은 콜수를 유지하기 위해 상담사들은 10분 이상 공들여 상담해야 할 것을 2분 내로 줄여서 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고객들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상담을 받지 못해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상담사들은 알면서도 고객을 속이고 도급업체는 이를 강요하고 있다"

김 지부장은 "도급업체는 콜수 위주로 평가한 순위를 수시로 상담사들에게 전달해 수치심을 유발한다"면서 "도급업체는 (건보공단과의) 재계약을 위해 어떻게든 상담사가 많은 콜을 받도록 유도하고, 그 과정에서 상담사는 보호받지 못한다. 콜수 응대율 평가를 중단하고 충분한 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콜센터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10일 오전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에 위치한 보험회사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건물 폐쇄 조치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10일 오전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에 위치한 보험회사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건물 폐쇄 조치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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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건보공단 관계자는 19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콜센터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라면서 "2019년 노사전 회의에서 콜센터 직원들이 배제된 것은 법률 자문과 타 기관 사례, 고용노동부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당사자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당사자가 참여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다수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연금관리공단과 근로복지공단 콜센터에서 상담사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됐을 때는 내부 정직원들의 반대가 없었다"면서 "건보공단은 상황이 다르다. 의견 수렴 후 노사전 회의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19대 국회의원 출신인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의 임기는 올해 12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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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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