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애플의 아이폰12프로맥스
▲ 아이폰12 프로맥스 애플의 아이폰12프로맥스
ⓒ Apple

관련사진보기

지난 10월 14일 애플의 아이폰12 시리즈가 공개되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가 먼저 시작했던 5G 모바일 시장에 드디어 애플이 뛰어든 것이다.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120Hz 화면 주사율을 지원하지 않는 점이 아쉽기는 하나, 애플 제품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은 5G 기술이 아이폰에도 적용된다는 소식을 듣고 반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듣고 웃는 이는 '애사모'만이 아니었다. 통신사들도 같이 웃고 있었다.

2020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올해 출시된 모바일 플래그쉽 모델들을 살펴보면, 갤럭시 Z Flip, 갤럭시 Z Flip 5G, 갤럭시 Z Fold2 5G, S20, S20+, S20 Ultra, 노트20, 노트20 Ultra, V60, Velvet, Wing, 아이폰12, 아이폰12 미니, 아이폰12프로, 아이폰12프로맥스가 있다. 하나 놀라운 점은 갤럭시 Z 플립을 제외하고는 전부 5G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소비자는 플래그쉽 제품을 사고자 하면 자연스럽게 5G 기종을 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5G 기종으로 바꾸려고 마음을 먹으면 4G에 비해 비싼 요금제 때문에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5G를 지원하는 핸드폰들이 4G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들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답은 한국 통신사들의 핸드폰 보조금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구매할 때, 특정 요금제를 일정기간 해지하지 않고 계속 이용하겠다는 계약을 체결한다. 그러면 이용하는 통신사로부터 약간의 보조금을 받아 핸드폰 구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크게 보조금에는 핸드폰 기기값에 할인을 해주는 공시지원과 요금에 25% 할인을 해주는 선택약정 제도가 있다.

공시지원, 선택약정 둘 다 특정 통신사를 보통 2년간 이용한다는 가정하에, 판매점마다 상이하지만 공시지원은 6개월 정도를 가장 비싼 요금제를 이용한다는 조건을 거는 경우가 많고, 선택약정은 4개월간 비싼 요금제를 사용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선택약정을 선택했을 때에는 요금제에 25% 할인만 적용되기 때문에 요금제가 비쌀수록 할인되는 폭이 커진다. 겉으로 봐서는 소비자는 보조금을 받아서 좋고, 통신사는 자기 회사의 통신 서비스를 이용해줘서 좋아 보인다.

하지만 5G 모바일이 하나씩 늘어가면서 통신사들은 비싼 요금제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이 제도를 이용해 5G 요금제를 큰 폭으로 상향했다.
 
통신 3사의 5G 요금제
▲ 5G 요금제 통신 3사의 5G 요금제
ⓒ 박영수

관련사진보기

 
기존 4G에서 공시지원금을 받으려면 데이터 무제한 69000원 요금제를 6개월간 쓰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약 9만원 요금제를 6개월간 사용해야한다. 여기서 6개월만 쓰고 조금 더 저렴한 요금제로 내려가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전에 69000원 요금제가 제공했던 데이터 100GB 정도를 만족하던 소비자가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은 그닥 넓지 않다.

100GB 69000원을 유지하고 있는 KT를 제외하고는 SKT와 LG는 150GB 75000원 요금제로 한정되어 있다. 이용자는 어쩔 수 없이 비싼 요금제를 선택해야하는 것이다. 

5G 요금제를 보고 있으면 한 가지 드는 생각이 있다. 왜 우리는 이 비싼 돈을 내고 5G를 이용하려는 것일까?

5G 이동통신 기술의 이점은 초광대역 서비스, 빠르고 지연되지 않는 통신, 단말기 대량연결이다. 삼성전자의 '5G 국제 표준의 이해' 자료를 참고하면 5G는 사용자당 100Mbps에서 최대 20Gbps까지로 기존 정지 상태에서 1Gbps를 지원하던 4G LTE에 비해서 20배에 달하는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를 보여준다.

그 빠른 속도를 바탕으로 5G 기술은 통신 지연시간도 줄일 수 있고, 대량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사물이 모바일과 연결되는 IOT 시대에 맞춰서 매력적인 기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것들은 우리에게 아직 잘 와 닿지 않아도 빠른 것 좋아하는 한국인에게는 속도가 가장 큰 매력포인트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의 5G는 저 속도를 내지 못한다. 4G 초기에 그랬던 것과 같이 인프라가 갖춰져야 이상적인 5G의 속도 구현이 가능한데,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대한민국이라도 현실적으로 아직은 인프라가 제대로 깔려 있지 않은 실정이다.

더군다나 앞서 말했던 20Gbps는 FR2로 불리는 초고속 근거리망에서 가능한데, 기술적인 문제로 전국에 FR2를 깔기에는 통신사가 치뤄야 할 부담이 너무 커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의 5G는 FR1이라는 저속 광역망을 이용하고 있다. 사실 반쪽짜리 5G 기술을 쓰고 있는 셈이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지난 10월 7일,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정부는 28㎓ 주파수의 5G 서비스를 전 국민에게 서비스한다는 생각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28GHz는 앞서 이야기했던 FR2의 주파수 대역을 의미한다. 5G의 이점을 사실 소비자가 온전히 누리긴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28㎓를 이용한 5G 서비스는) 대개 기업 간 서비스(B2B)를 많이 생각하고 있다"와 같이 말했다.

즉 5G의 핵심인 FR2는 기업 간 서비스를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이다. 5G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는 도대체 왜 더 비싼 돈을 내야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FR1에 만족하라고 하면, 통신사의 속도 마케팅은 과대광고가 아닌가?

그렇다고 FR1이 완벽하게 터지는 것도 아니다. 현재 5G에 사용되는 FR1도 전국 모든 지역에 있지 않다. 기지국이 없는 농어촌 지역은 5G를 접해볼 기회조차 갖질 못한다. 통신사들은 5G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계속 기지국과 장비들을 증설하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문제가 있음에도 소비자들이 5G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은 위에서 말했듯이 플래그쉽 단말기 구입에 따라오는 보조금 때문이다.

예전 3G에서 4G 서비스로 넘어갈 때는 4G의 속도를 체감하고 빠른 데이터 통신을 이용해서 영상을 볼 수 있는 게 매력으로 작용했다. 물론 당시에도 3G 요금제보다 4G 요금제가 비쌌다. 하지만 그 가치 만한 값을 하기에 고객들은 기꺼이 그 요금을 지불했던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5G 서비스에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끼기 위해서는 이 기술을 체감할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장점은 없는데 정책적으로 비싼 요금제를 고를 수밖에 없게 해서는 안된다. 빠른 시일 내에 통신 3사가 5G 요금제의 가격을 내려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 주길 바란다.

태그:#5G요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