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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봄씨 가족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다 2019년부터 작은 도시로 이사가는 걸 고민했습니다. 고민은 실행으로 옮겨졌습니다. 2020년 8월부터 강원도 속초에 삽니다. 아내 써니, 아들 차니, 딸 유니도 새로운 도시에 적응하는 중입니다. 저희의 좌충우돌 생존 기록이 큰 도시를 떠나려는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기자말]
"떠나자!"
"어디로 갈까?"


우리 부부는 작년부터 이사를 고민했습니다. 남들 다 간다는 제주도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경쟁이 치열하고 점포 임대료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섬에서 외지인으로 밥벌이하는 일도 만만치 않아 보였고요.

자동차로 어디든 쉽게 떠날 수 있는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세 곳을 고민했습니다.

아내 써니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지역이 너무 넓은 거 아니야?"고 물었습니다. 저도 할 말이 없어서 "그러게...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구나"라고 힘 빠진 소리를 하다가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내가 원주 출장 자주 가잖아. 거기서 에어비앤비 할까?"
"평일에는 내가 쓰고, 주말에만 손님을 받아볼까?"


얼렁뚱땅 시작한 우리만의 북스테이
 
 원주에서 에어비앤비를 시작했습니다.
 원주에서 에어비앤비를 시작했습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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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때문에 월세로 빌린 집이기는 하지만, 주말마다 비워 두는 원주 집을 활용하고 싶었습니다.

손님을 직접 만나지 않고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할 수 있는 에어비앤비가 괜찮아 보였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낯선 도시 살아보기'라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어요.

원주 집을 깨끗하게 바꾸기 시작합니다. 집주인의 허락도 받고, 농어촌민박업 사업자로 등록도 했습니다. 행정적인 절차를 진행하는 것과 함께, 손님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침구류, 비품, 소품 등도 장만했습니다.

새로 바뀐 숙소를 본 써니는 "가끔은 우리끼리 원주에 놀러 오면 좋겠다. 별장 같아!"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듣자 아이들까지 신났습니다. "원주 별장 생긴 거야?" 딸은 학교 친구들에게 자랑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원주 간다!"

원주 에어비앤비를 준비하면서 평범한 숙소보다는 색다른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복층 구조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보고 싶었어요. 1층은 생활공간으로 꾸미고, 2층은 책방 느낌의 북스테이로 결정했습니다. 서울 집의 책을 원주에 모두 가져가야 했죠.

숙소도 그냥 공개하면 게스트 후기가 없어서 예약률이 낮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는 분들을 초대했어요. 무료로 이용하고 불편한 점은 없는지 여쭤봤습니다. 정성스러운 후기까지 반강제로 부탁했죠.

써니는 지인들이 남긴 후기에 걱정까지 했습니다.

"너무 티 나는 거 아닐까?"
"글을 너무 길게 쓰셨네!"


평범한 숙소에 북스테이란 콘텐츠를 담고, 지인 후기가 여러 개 남겨진 후부터 예약이 들어왔습니다. 한 명, 두 명 다녀간 게스트 후기들. '가격 대비 괜찮다', '가족끼리 다시 오고 싶다' 등.

일반 호스트에서 슈퍼 호스트가 돼 버렸습니다. 호스트는 집을 빌려주는 사람이고, 게스트는 집을 빌리는 손님을 뜻합니다. 슈퍼 호스트가 되는 기준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숙소를 이용한 손님의 평점이 높아야 합니다. 5.0만 점에 4.8 이상입니다. 한 명이라도 불평하면 평점이 확 낮아집니다.

둘째, 손님이 온라인 문의를 했을 때 24시간 이내에 답변을 줘야 합니다. 최대한 빨리 소통하면 숙소 예약률도 올라갑니다.

셋째, 숙소는 10회 이상 예약이 이뤄져야 합니다. 호스트가 게스트와 사전 합의 없이 예약을 취소해도 안 됩니다.

이 모든 게 만점 가까운 점수를 받아야 슈퍼 호스트가 됩니다. 슈퍼 호스트는 내 숙소에 브랜드 마크를 달 수 있는데요. 예약률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숙소 관리를 부실하게 하면 일반 호스트로 되돌아갑니다.
 
 타지에서 에어비앤비를 관리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타지에서 에어비앤비를 관리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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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아닌 평일 예약을 원하는 분도 많아졌습니다. 바쁠 때는 일주일 내내 손님을 받기도 했습니다. 원주에서 일이 끝나도 잠잘 곳이 사라졌습니다. 손님이 숙박하는 날은 서울에서 출퇴근하게 되었죠. 그러던 중 문제가 생겼습니다.
  
"여보, 미안해. 내가 지금 부산이라."

서울에서 원주 집을 관리하는 건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출장 가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제가 원주에 없을 때는 아내가 청소를 대신해줘야 했습니다.

"청량리역에서 기차 타고 원주까지 가서 청소하고 되돌아오는 건 처음이야."

써니는 볼멘 소리로 전화했습니다. 눈치 아닌 눈치를 받게 되었죠.

"원주 집을 내놓을까?"

제가 미안한 마음으로 집을 내놓자고 하면 써니는 반대했습니다.

서울 아닌 곳에서 '밥 먹고 살 수 있겠다'는 자신감 

월세 계약 기간에 집을 내놓으면 부동산 수수료는 우리가 내야 합니다. 그리고 써니가 서울과 원주를 기차 타고 왕복해도 돈이 남을 때였어요. 다른 방법으로 돈 버는 경험 덕분에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밥 먹고 살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원주는 관광도시가 아닙니다. 여름 성수기를 제외하면 숙소 예약률도 떨어졌습니다. 저 역시 원주에서 하던 일이 마무리되던 때였습니다.

"회사 다니는 거 그만하고 창업하고 싶다. 이왕이면 내 가게 차리고 싶어."
"오빠 가게 말고, 우리 공방을 차리면 어때?"
"공방? 밥벌이가 될까?"


써니는 공예와 종이꽃 등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자격증도 여러 개를 받았습니다. 유치원 교사 경력이 있어서 손재주가 남달랐어요. 슬슬 고민이 들었습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할 시점이었으니까요.

그동안 제가 월급을 받아서 우리 가족이 먹고살았습니다. 그렇다고 늙어 죽을 때까지 회사에서 돈 준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일할 수 있는 체력과 열정이 남았을 때,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싶어졌습니다.

"써니가 사장님 하면 직원으로 열심히 일할게!"

남의 회사 키워주던 제 영업 경력을 우리 공방에 쏟아 붓기로 했습니다.
 
속초 엑스포타워 속초 청초호에서 바라 본 엑스포타워 저녁 풍경 입니다.
▲ 속초 엑스포타워 속초 청초호에서 바라 본 엑스포타워 저녁 풍경 입니다.
ⓒ 황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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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관둔다고 일이 줄어든 게 아닙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밥벌이 궁리를 합니다. 게으름을 피울 수도 없어요. 새로운 사장님은 24시간, 퇴근 없이 제 곁에서 일하고 계시니까요.

그렇게 우리 가족은 강원도 속초에서 전에 없던 도전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 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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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강원도 속초로 이사 온 가족의 따뜻한 일상으로 위로와 희망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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