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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오자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던 여성단체 회원들이 환호를 하고 있다.
 2019년 4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오자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던 여성단체 회원들이 환호를 하고 있는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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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임신중단)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1년 6개월만에 정부가 관련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주수 등에 따라 낙태가 가능하되, 여전히 '죄'라는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이었다(법제처 입법예고 게시판 https://opinion.lawmaking.go.kr/gcom/ogLmPp).

그런데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는 지난 8월 "낙태죄 폐지는 세계적 흐름"이라며 임신 주수제한 없이 전면 비범죄화하되, 여성의 동의 없는 낙태만 상해나 폭행으로 다루자고 의견을 냈다. 비록 권고안이지만, 정부가 낙태죄를 전면 폐지할 가능성이 떠오르자 여성단체는 환호했다. 

두 달이 지난 현재, 그들은 정부의 입법예고안을 두고 "합법과 불법을 임의적인 주수 기준으로, 여성의 권리를 위계화하는 사회경제적 사유로, 권리가 아닌 의무에 불과한 상담절차로 가르겠다는 것"(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당에서도 "정부안은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고, 국제적 동향에도 반한다"(권인숙 의원) "낙태죄를 오히려 공고화할 수 있는 내용"(박주민 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비례대표) 역시 정부의 낙태죄 전면폐지를 예상하고 더 넓은 제도 개선을 고민해왔다. 하지만 그는 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번에 나온 입법예고안을 보고 "한 방 맞은 것 같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정의당은 지난해 헌재 결정을 토대로 이정미 전 의원이 ▲임신 14주 이내에는 어떠한 제한도 없고 ▲임신 14~22주는 태아의 건강 상태 외에도 임산부의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을 경우까지 낙태가 가능하다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마저도 '주수제한을 두면 안 된다'고 비판이 나와 이은주 의원은 주수제한을 아예 없애는 것을 전제로 법안을 준비 중이다. 

"낙태는 죄다, 아니다에 매몰... 여성 권리보장으로 확립돼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국가손해배상 사건 소취하 촉구 결의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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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7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입법예고한 낙태죄 관련 형법·모자보건법을 강하게 비판했다. 낙태죄 존치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짚어준다면?

"개정안은 한마디로 형법 (낙태죄 조항을) 존치시켜 임신중단을 범죄화하고, 여성의 안전과 권리를 훼손하는 것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다. 이건 (제대로 된) 개정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사실 헌재가 2020년 12월 30일까지로 헌법불합치 시한을 정했던 터인데, 정부도 그렇지만 국회도 지금까지 조용했다. 정의당만 해도 지난해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직후 이정미 의원안이 나왔지만 21대 국회에선 별다른 움직임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래서 저희도 좀 황당했던 게, 저희는 여성단체와 여성가족부 또 권인숙 의원과도 소통하며 쭉 준비하고 있던 중간에 법무부 양성평등위원회의 권고안이 나왔다. 사실 되게 해피(Happy)한 권고안, 특히 낙태죄 비범죄화를 국제기준에 맞춰 전면적으로 하라는 내용이었다. 법무부도 이 권고안에 어느 정도 (수용할) 입장이라고 파악했고.

사실 형법폐지안 자체는 어렵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의 건강권 등을 모자보건법 등에서 확보하는 일이다. 그래서 저희는 모자보건법 전면개정이 더 중요하다고 봤고, 성과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보완입법들, 성교육 등과 사회서비스 확충 등을 어떻게 할까 준비하느라 많은 시간을 들였는데 완전히... 한 방 맞은 것 같다. (정부안을 보고) 당황스러웠다."

- 그런데 지난 3월 낙태죄를 폐지한 뉴질랜드만 해도 임신 20주 이내로 주수제한을 뒀다. 비범죄화와 별개로 주수제한은 좀 깊게 논의해볼 사안 아닌가. 2019년 국회입법조사처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관련 쟁점 및 입법과제> 보고서 따르면, 2014년 기준 낙태 합법국가 91곳 가운데 사유제한이 전혀 없는 61개국도 8주, 10주, 12주, 14주, 18주, 24주씩 주수제한을 두고 있다.

"하지만 주수를 두고 (낙태죄 문제에) 접근하게 되면 여성의 권리나 건강권 보장과는 멀어진다.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임신중단이 범죄가 아니라 여성의 권리보장으로 확립되도록 그렇게 가야지 주수문제에 빠지면, 결국 '낙태는 범죄다, 아니다'에 매몰되는 거다."

- 이정미 의원안에도 임신 14주는 전면 비범죄화, 임신 22주까지는 모자보건법으로 제한적 허용하는 주수제한 내용이 있었다.

"그래서 여성단체로부터 비판도 많이 받았다."

- 그럼 이정미 의원안에서 더 나아가 주수제한뿐 아니라 부동의임신중절죄(여성 본인의 동의 없는 임신중단)도 다 폐지하겠다는 쪽인가.

"그렇다."

"임신중단 여부 결정하기 위해서라도 사회서비스 확충해야"
 
 낙태죄 완전 폐지 촉구 기자회견이 28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낙태죄 완전 폐지 촉구 기자회견이 지난 9월 28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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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안만 해도 주수문제 등 낙태 전반을 보는 시각차들을 감안해 의사의 거부권까지 들어갔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의료법 15조가 의사의 진료거부를 금지했는데 왜 낙태에만 예외를 두냐고 지적한다.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더라도 이 문제는 계속 논란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저희도 그래서 그런 부분을 계속 토론하고, 준비해왔다. 낙태 거부는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해당하는) 의사 본인의 종교적 신념일 수도 있다. 그런 부분들이 충돌하지 않도록 해당 조항을 어디에 담을지도 고민이었다. 하지만 이건 낙태죄 폐지와는 별개다(헌재는 지난해 여성 스스로 낙태하는 경우 처벌하는 형법 269조 1항 자기낙태죄와 더불어 270조 1항 중 의사낙태죄도 헌법불합치라고 판단했고, 정부는 이번에 낙태 허용 조건만 제시해 오직 여성만 처벌대상으로 남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기자 주)."

- 낙태죄 폐지 말고 다른 과제들도 많다고 지적했는데.

"지금은 (낙태 관련 법률이) 형법이랑 모자보건법밖에 없다. 사실 아이 문제는 여성이 가장 염려하는 부분인데 (사회 전반에서) 성교육이나 성평등 교육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여성이 혼자 아이를 낳을 경우 어디서 어떻게 키울 수 있느냐가 여성 본인의 임신중단 여부 결정 때 영향을 끼치지 않나. 정부의 책임을 강화해 사회서비스 전반을 확충하는 쪽으로 따로 보완입법을 해야 한다. 저도 여기에 좀 더 방점을 찍고 있다. 실제로 낙태에 반대하는 분들이 많이 얘기하는 부분이다. 이 문제들이 제대로 보완돼야 그들에게 대응할 수 있는 논리도 충분해진다."

- 여당 안에서도 권인숙·박주민 의원이 비슷한 생각으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가 정부안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전면 비범죄화까지 합의해낼 수 있을까.

"'낡은 폐단을 청산하겠다'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가 지금까지 쭉 말해왔다. 하지만 헌재 결정 1년 6개월만에 내놓은 안이 지난 66년간 여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 찍어온 낡은 법 체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여야 논의를 거쳐) 형법 27장, 낙태의 죄를 삭제하고 여성의 권리와 건강권 보장을 확립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가도록 저와 정의당은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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