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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경남)일반노동조합 신대구고속도로톨게이트지회는 9월 10일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경남)일반노동조합 신대구고속도로톨게이트지회는 9월 10일 창원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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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민자고속도로 요금수납원과 교통순찰원, 도로유지관리원, 조경관리원에 대해 '불법파견'이라 판결하면서도 임금 차액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10일 창원지방법원 제4민사부(재판장 장우영‧전보경‧이학근 판사)는 신대구부산고속도로(주)(피고) 위탁업체 노동자(원고)들이 낸 '고용의사표시 등' 소송에 대해선고했다. 전국 민자고속도로의 불법파견 관련 첫 판결이었다.

이번 소송은 비정규직들이 소속돼 있는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경남)일반노동조합 소속 조합원을 포함해 104명이 냈다.

민자로 건설된 신대구부산고속도로는 오는 2036년까지 운영하다 국가에 귀속되며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이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주)(아래 원청)는 9개 영업소를 두고 있으며, 위탁업체(아래 업체)와 도급계약을 맺어 운영해 오고 있다.

"고용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

14일 나온 판결문에는 왜 '불법파견인지'와 '임금 차액이 인정되지 않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재판부는 먼저 파견법 위반 여부부터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청이 상당한 정도의 지휘‧명령을 하였는지 여부'에 대해 "외주사업체 소속의 영업소 근무자들과 원청 직원은 상호 유기적인 보고와 지시, 협조를 통해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영업소 근무자들은 원청의 규정이나 지침 등을 통해 원청으로부터 업무수행 자체에 관하여 지시를 받은 것과 다를 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업무 매뉴얼과 관련해, 재판부는 "외주업체가 독자적으로 마련한 매뉴얼에 의해 업무를 수행해 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업무 지시와 관련해, 재판부는 "외주사업체가 소속 근무자들에게 행한 업무지시는 대부분 원청이 결정한 사항을 전달하거나 기존의 업무방침을 반복, 강조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비정규직들이 원청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영업소 근무자와 원청 직원들은 전체적으로 하나의 작업집단으로서 원청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영업소 근무자들은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외주업체가 근로조건에 관한 결정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할 수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외주업체가 소속 근무자들에 대한 근무태도 점검과 휴가 등에 관한 사항을 독자적으로 결정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업무에 특정성‧전문성이 있는지, 용역계약이 독립된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지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용역계약의 목적 또는 대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요금수납원 뿐만 아니라 소장, 대리, 파트장에 대해서도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파견근로자는 사용자업주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고용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할 사법상 권리가 있고, 그 판결이 확정되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 직접고용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파견사업주가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직접고용관계의 성립이나 직접고용의무 발생에는 지장이 없다"며 "따라서 원청은 고용의무발생 비정규직들에 대해 고용 의사표시를 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임금 차액 요구는 원청 손을 들어줘

이번 소송에서 비정규직들은 '동종‧유사업무를 수행한 원청 소속 근로자들이 받은 임금'에서 근무 기간 동안 외주업체로부터 받은 임금을 공제한 차액을 달라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원청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비교 대상 근로자로 선정된 근로자의 업무가 기간제근로자의 업무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 등에 명시된 업무 내용이 아니라 근로자가 실제 수행하여 온 업무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수행하는 업무가 서로 완전히 일치하지 아니하고 업무의 범위 또는 책임과 권한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주된 업무의 내용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면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들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2012년 10월 25일)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원고(비정규직)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청 직원이 수행하는 주된 업무의 내용이 원고들이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어 원청 직원이 원고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영업소 근무자와 원청 직원은 학력, 경력 등 채용 조건, 채용절차, 업무내용과 범위, 권한과 책임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보면, 영업소 근무자들과 원청 직원들의 업무의 권한, 내용과 범위가 유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원청이 원고들을 비롯한 영업소 근무자들을 직접 고용할 경우에 기존의 취업규칙을 그대로 두고 이를 비정규직들에게 그대로 적용하리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있다.

이어 "옛 파견법(개정)에서도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해당 파견근로자와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없는 경우에는 해당 파견근로자의 기존 근로조건의 수준보다 낮아져서는 아니 된다고만 규정할 뿐, 기존의 취업규칙이 당연히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원청이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할 때 비정규직들에게 적용할 근로조건이 기존 근로조건의 수준보다 낮아지지 않는다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청이 원고들에 대해 원청 직원에 준하는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신대구부산고속도로(주)가 업체 소속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의사표시를 하도록 하고, 나머지 청구(손해배상)를 기각하는 판결을 했다.

태그:#고속도로, #요금수납원,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불법파견, #일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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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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