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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새 지도부 구성이 마무리됐다. 전당대회가 큰 이변 없이 끝나면서 대체로 예상된 결과였지만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바로 이낙연 신임 당대표에 의해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발탁된 박성민 전 청년대변인이다. 20대 중반의 박성민 전 청년대변인이 최고위원으로 지명된 배경으로는 당내 청년들의 목소리를 키우겠다는 이낙연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필자도 박성민 전 대변인을 직접 인터뷰했던 적이 있다. 올 초에 한 경제지에서 근무하면서 청년 정치를 주제로 여야의 청년 정치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박성민 대변인은 청년 문제를 바라보는 기성 정치인들의 잘못된 시각과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당내 구조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기성 정당들이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선거 비용 문제를 포함해 청년들이 정치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게 주된 골자였다.

기대와 회의가 공존
 
박성민 전 청년 대변인. [사진 출처 = 박성민 인스타그램]
 박성민 전 청년 대변인. [사진 출처 = 박성민 인스타그램]
ⓒ 박성민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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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179석을 가진 거대 여당의 최고위원으로 20대 여성을 지명한 이낙연 대표의 결정은 평가받을 만하다. 물론 박 최고위원이 청년들을 대표할 수 있을지,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시간을 두고 검증해 볼 필요는 있다. 하지만 세간의 평가처럼 경력이나 나이가 기준이 돼선 안 된다.

청년 정치가 필요한 이유는 전문성이 아니라 '당사자성'이기 때문이다. 5060대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돼 있는 정치 상황 속에서 전체 유권자의 35%가 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현실 정치에 반영하라는 것은 유권자로서 정당한 요구이자 권리다. 박 최고위원뿐만 아니라 더 많은 청년들이 정치의 주체로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청년들의 목소리가 민주당 내에 뿌리를 내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그간 민주당은 청년들의 보편적인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습들을 자주 보여왔기 때문이다. 설훈 의원은 20대 지지율이 낮은 이유를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해 공분을 사기도 했고, 최근에도 김두관 의원은 '인국공 사태'를 둘러싸고 터져 나온 청년들의 반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 지도부도 청년들의 목소리나 당내 소신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았다. '미스터 쓴소리'라고 불렸던 김해영 의원은 최고위 마지막 날까지 지도부와 결이 다른 목소리를 냈지만 당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박 최고위원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평균 나이가 59세인 당 지도부에 20대 지명직 최고위원 한 명이 등장한다고 한들 이런 구조를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으로도 청년 정치인들이 기회를 받고 청년들의 목소리가 당내에 반영될 수 있을지,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이것 역시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험이 성공하려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8월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기전달식에서 김영주 전국대의원대회 의장으로부터 당기를 전달받은 뒤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당기 전달받은 이낙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8월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기전달식에서 김영주 전국대의원대회 의장으로부터 당기를 전달받은 뒤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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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에 청년 정치가 자리 잡으려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선거를 앞두지 않더라도 촉망받는 청년 정치인이 꾸준히 등장하는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이낙연 대표는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찾아봤다.
 
"중앙당 차원에서는 각종 위원회, 또는 논의 기구에 청년을 안배함으로써 청년 융합형, 청년 공존형 의사결정 체제로 가는 것이 좋겠다." - 전주MBC 당 대표 토론 중

이낙연 대표는 당의 의사결정 과정에 청년들의 목소리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원론적인 수준이지만 이 메시지가 가지는 의미는 분명하다. 그동안 정당들은 청년 정치인들을 청년 이슈에 국한해서 활용했다. 50대 정치인들은 외교, 통상, 사법 모든 이슈를 다루는 데 반해 2030 정치인은 청년 문제가 아닌 중차대한 문제를 결정할 때는 배제되곤 했다.

그동안 당·정·청이 결정하는 부동산 정책, 일자리 정책에 청년들의 시각이 과연 얼마나 반영됐을까. 청년들의 시각이 정책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논의 과정에 청년 정치인이 들어가야만 한다.  

박성민 최고위원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당에서 길러낸 청년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박 최고위원은 2년 전부터 민주당 대학생 위원회에서 활동했고 공개 오디션을 통해 청년대변인으로 선발됐다. 선거 때마다 '스토리'를 보고 영입한 외부 인사와 달리 당내 청년 조직을 거치며 올라온 사례다. 핀란드의 산나 마린 총리나, 오스트리아의 쿠르츠 총리 같은 젊은 리더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당의 청년 인재 풀을 확보해야 한다. 오랜 활동 경험을 쌓은 청년들을 당직에 기용하거나 기초 의회 같은 현실 정치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길

박성민 최고위원 임명이 끝이라면 의미가 없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이낙연 대표가 의지를 갖고 본인이 한 말을 실천해야 한다. 박 최고위원을 시작으로 능력 있는 청년들을 참여시키고 의사결정 권한을 배분해야 한다. 청년들의 지분을 넓혀야 한다는 의미다.

내가 기억하는 박성민 청년대변인은 메시지를 신중히 가다듬던 사람이었다. 민주당 입장에서 민감한 '조국 사태', '20대 남성 민심 이반'에 대해 물었을 때 당의 시각이 아니라 대중들의 보편적인 시각이 무엇인지 고민했었다. 자신의 답변이 그 시각과 맞지 않으면 다시 답변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상대 편으로 나왔던 문성호 미래통합당 부대변인과 대립하기보단 공감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앞으로도 박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 문턱을 넘어 야당 청년 정치인들과도, 시민 사회와도 소통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 받을 수 있는 어젠다를 발굴하는 노력을 보였으면 한다. 청년 정치의 또 다른 가능성은 집단주의 사고와 적대적 대결 구도에 함몰된 기성 정치의 폐해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에 달렸다.

태그:#박성민, #민주당, #지명직 최고위원, #청년 정치, #이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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