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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윤종필 당시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 의원이 대표발의한 '남북 보건의료의 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안'의 내용. 지난 7월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법안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2016년 윤종필 당시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 의원이 대표발의한 "남북 보건의료의 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안"의 내용. 지난 7월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낸 법안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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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보강 : 1일 낮 12시 20분 ]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발의한 '남북 보건의료의 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안'이 의사 집단휴진 시기와 맞물려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 재난 시 의료인력을 긴급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법안에 담겨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의 법안은 이미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 의원에 의해 발의된 바 있으며, 당시엔 '남북통일 의료 초석 구축'이란 평가도 나왔다.

의사 출신인 신 의원은 지난 7월 2일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 신 의원 외에 같은 당 고영인·김병욱·전혜숙·김홍걸·김정호·한정애·송영길·이용빈·조정식·이원욱·안민석 의원도 법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 법안의 '9조(재난 공동대응 및 긴급지원)'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는 남한 또는 북한에 보건의료 분야 지원이 필요한 재난이 발생할 경우 남한과 북한의 공동대응 및 보건의료인력·의료장비·의약품 등의 긴급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신 의원은 이 법안의 제안이유를 통해 "남북 교류협력에서 우선적으로 시행 가능한 부분은 보건의료 분야라 할 수 있다"라며 "이는 인도적 지원 분야 중에서도 남북 간 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적합하고 의미가 큰 분야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은 '징발'이란 표현까지 사용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대체로 "더불어민주당은 뼛속까지 종북주사파", "철두철미한 좌파공산정권", "의사를 공산화시켜 국가 소유로 귀속시키려는 것" 등의 색깔론이 주를 이뤘다. '대한민국'이 아닌 '남한'이란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을 놓고도 비난이 나왔다.

과거 같은 법안 낸 새누리당 의원 "남북 동질성 회복에 기여"
 
전공의 무기한 집단 휴진을 계속 이어가기로 결정한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가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전공의 무기한 집단 휴진을 계속 이어가기로 결정한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가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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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론 속에 최근 집단휴진 중인 의사단체와 미래통합당도 움직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31일 SNS를 통해 "그들이 의료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우리는 물건이 아니다. 우리도 사람이다. 우리가 계속 싸우는 이유다"라고 썼다.

같은 날 황규환 통합당 부대변인도 "여당은 재난 시에 의료진을 물건처럼 차출하고 아예 우리 의료진을 북한에 파견하겠다고 한다"라며 "우리 국민들의 고통은 외면하고 의료 파업에서는 갈등을 유발하며 정작 북한을 향한 끊임없는 구애를 하는 정부여당은 해당 법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은 이미 통합당의 전신에 의해 여러 차례 발의된 바 있다. 대표적으로 2016년 11월 28일 국군간호사관학교장 출신의 윤종필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남북 보건의료의 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같은 당 김성태·이종구·박덕흠·권석창·정우택·하태경·이학재·박명재 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도 법안에 이름을 올렸다.

이 법안에도 "정부는 남한 또는 북한에 보건의료 분야 지원이 필요한 재난이 발생할 경우 남한과 북한의 공동대응 및 보건의료인력·의료장비·의약품 등의 긴급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적혀 있다. 대한민국 대신 남한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등 신 의원 법안과 같은 내용이다. 이 법안은 임기 만료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윤 의원은 2017년 2월 24일 외교통일위원회에서의 제안설명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남북관계가 경색됨에 따라 보건의료 분야의 남북 교류 협력이 급감해 국제기구나 국내 비영리 단체를 통해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이 일부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보건의료 분야는 중립적 가치와 인도적 개념을 동시에 지닌 분야로 생명권과 관련된 인도적 분야라는 점에서 이념적 논란의 소지가 적으며 남북 동질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윤 의원의 법안에 당시 의사단체나 정당의 특별한 비판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몇몇 의료전문 언론은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한 의료전문 언론은 당시 윤 의원 법안을 두고 <남북 보건의료 교류·협력 증진 기틀 마련 나서>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반면 최근 신 의원 법안과 관련해선 <의료인 공공재 취급 법안 '반발'>이란 제목의 기사로 비판했다. 다른 의료전문 언론도 문재인 정부의 의료정책 관련 좌담회를 통해 윤 의원의 법안을 긍정적으로 전망한 반면, 신 의원 법안과 관련해선 "논란이 되고 있다"며 비판 기사를 실었다.

윤 의원 외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이들은 다음과 같다.

▲ 17대 국회 안명옥 당시 한나라당 의원 법안(2005년 7월 21일) - 주호영, 김기현 등 여야 의원 49명 공동발의 ▲ 19대 국회 정의화 당시 새누리당 의원(2015년 5월 29일) - 하태경, 나경원, 이종배 의원 등 여야 62명 공동발의

특히 17대 국회에서 안명옥 의원 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김기현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3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강제로 의료인을 북한으로 차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드는 법안이 제출돼 있다"며 이인영 통일부장관에게 질의하기도 했다.

통일보건의료학회 "일각의 주장 사실 아냐"

한편 통일보건의료학회는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에 들어와 신 의원이 발의하기 이전에 이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안명옥·윤종필 전 의원 등이 3차례 대표 발의했던 법안이다"라며 "22만㎢의 작은 터전을 공유하고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구조 때문에 (남북한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전파, 지진과 같은 긴급재난으로 상호 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해당 법안은) 서로의 안전을 증진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각에서 주장하는 재난 상황에서 의료인을 강제 동원할 취지로 준비된 것이 전혀 아니다"라며 "긴급한 재난 현장의 지원이라 할지라도 공공의료가 아닌 이상 개인의 가치와 목표를 반영해 의료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지적했다.

비난이 이어지자 신 의원은 지난 31일 SNS를 통해 "우려의 시각이 있다면 당연히 수정 또는 삭제 가능성이 있음을 말씀드린다"라며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의료인들이 우려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신현영, #의사, #집단휴진, #파업, #윤종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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