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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집 앞 스포츠센터에 발을 들였다. 몇 년간 미루었던 골프 연습을 하기 위해서였다. 40대 남성은 배 나오고, 못생겨도 머리숱만 많으면 성공한 인생이라던데 나는 배 나오고, 못생긴 와중에 어쩐지 머리숱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아, 이대로 가다가 내 인생은 실패란 말인가. 매일 빠지는 머리카락도 잡지 못해 한탄인 인생, 잡을 게 없어 골프채를 잡아야 한다니.

골프를 시작하면 시간도 빼앗기고, 돈도 많이 들 것 같은데. 골프 그거 꼭 해야 하나? 싶었지만, 별 수가 없었다. 자의가 아니었으니까. 3년 전부터 거래 업체의 형들, 그러니까 내게는 슈퍼갑인 사람들이 같이 골프를 치자고 압박과 권유를 일삼았다. 이런저런 핑계 삼아 미루고 미루던 중, 형들과 저녁 식사 자리에서 덜컥 필드 약속을 잡은 것이다.

내게 주어진 연습 기간은 고작 석 달 남짓. 뭐든지 미루기 좋아하는 나는 그마저도 미루다가 결국 새해를 맞아 집 앞 스포츠 센터에 몸을 들인 것이다. 빠지는 머리카락은 어쩔 수 없어도 튀어나오는 배는 집어넣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은 채.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 표지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 표지
ⓒ 이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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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에는 골프 연습을 시작한 계기와 석 달간의 연습, 그리고 첫 필드 경험의 이야기를 담았다. 앞뒤 이야기가 조금씩 더 있지만 주로 2019년 1월에서 3월 사이, 석 달간 있었던 이야기를 풀었다.

원고 작업을 시작한 날을 보니 2019년 2월 14일이다. 이날을 시작으로 4월 초까지 50여 일에 걸쳐 초고를 썼으니, 나름 신나게 술술 써 내려간 셈이다. 어쩌면 나를 위한 글이기도 했으니까.

아주 보통의 골프 이야기 

이 기간 나는 작가 지망생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소설 <작가님? 작가님!>의 원고를 손보던 시절이다. 작가 지망생의 실패를 이야기한 <작가님? 작가님!>의 원고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어쩐지 자꾸만 우울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우울해져 가는 스스로를 이겨내기 위해 오후에는 <작가님? 작가님!>의 원고를 손보며, 낮에는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의 초고를 써야만 했다. 어느 날 소설가 김승옥 선생님이 낮에는 <차나 한 잔>을, 또 밤에는 <무진기행>을 동시에 썼다는 일화를 보며, 나는 왠지 김승옥 선생님도 나와 같은 처지에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 묘한 동질감이 일기도 했다.

원고를 시작한 이후로는 별다른 고민 없이 글을 써 내려 갔지만, 이런 내용의 글을 써도 될지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 고민했다. 그 고민은 무척이나 깊었다. 프로 선수도 아니고, 실용서도 아닌 보통 사람의 골프 에세이라니. 작가 지망생이면서 아마추어 골퍼의 골프 에세이라니.

무엇보다 '골프'라는 운동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글을 시작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골프는 한때 '귀족 스포츠', '황제 스포츠'로 불리지 않았던가. 예전에 비해서는 어느 정도 대중적인 운동이 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골프는 돈과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로 느껴지는 운동이기도 하다.

그런 골프 에세이를 쓰자니, 어쩐지 불특정 다수의 독자 누군가는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단어는 그렇게 나를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이런 내용의 글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한 지인이 SNS에 올린 문장 하나를 보았다. 골프채 사진과 함께 올라온 문장은 바로 '놀랍게도 배우는 것만으로도 효도'였다. 그 글을 보며 이 분 역시 나와 같은 처지에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아버지 혹은 사랑하는 가족 누군가와 함께 같은 운동을 즐기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골프 연습을 시작한 데에는 비단 거래업체 형들의 등쌀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게는 유년 시절부터 아버지와 함께 같은 취미를 갖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공놀이를 좋아하던 나는 주말이면 아버지와 함께 캐치볼을 하는 일상을 꿈꿨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업에 몰두하던 아버지는 늘상 바쁘게 지내야만 했으니까.

오랜 세월이 흘러 골프를 시작한 아버지는 유년 시절의 내가 그랬듯, 언젠가부터는 당신의 자식이 골프를 배워서 같이 필드에 나가길 소망해 오셨다. 아버지와 같이 공놀이 하고 싶다던 유년 시절의 꿈을 뒤늦게서야 이룰 수 있을까. 지인이 SNS에 올린 '놀랍게도 배우는 것만으로도 효도'라는 문구를 보면서 나는 나의 일상이 누군가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기보다는, 재미와 공감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오랜 고민 끝에 나는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의 원고 작업을 시작했다. 재밌고, 유쾌하게. 그러면서 공감의 지점을 만들 수 있다면, 우려했던 '상대적 박탈감'도 허물 수 있을 테니까.

거절, 거절... 골프 에세이는 망한 건가 싶을 때

50여 일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초고를 완성했지만, 출판사 투고라는 다음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초고를 쓰고 스무 군데 정도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지만, 프로 선수도 유명인도 아닌 보통 사람의 골프 에세이 원고를 대하는 출판사의 시선은 차가웠다.

에세이는 주로 20~40대 여성들이 많이 보는 책인데, 골프는 나이 든 남성들의 운동이라고 말한 이도 있었고, 대부분의 골프책이 실용서인 데 반해 일반인의 골프 에세이는 본 적이 없어서 어렵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시장이 형성 안 되었으니, 시장 조사도 불가하다는 이야기.

글을 다 쓴 지 1년이 지나서 책이 나오게 된 것은 너무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원고와 출판사들의 반응 때문이었다. 몇 군데 반려의 답을 받은 나는 원고를 컴퓨터 하드 안에 숨겨 놓고, 투고를 멈추었다.

그러던 중 시간이 흘러, 오랜 시간 퇴고 작업했던 <작가님? 작가님!>의 원고를 투고하고 한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다. 두 달간의 편집 작업 끝에 <작가님? 작가님!>은 2019년 11월 세상에 나왔다. 책의 출간을 앞둔 어느 날 나는 담당 편집자님에게 하드 안에 숨겨 놓았던 골프 에세이 원고를 보내드렸다.

"저, 사실은 이런 원고도 써두었어요. 재미 삼아 한 번 읽어봐 주세요."

처음 원고를 받아든 담당 편집자님은 "저는 골프 문외한인데요..."라는 말과 함께 원고를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 다만 큰 기대는 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함께. 며칠이 지나 첫 책이 출간되었다는 기쁨을 만끽하던 어느 날 담당 편집자님은 나에게 문자 하나를 보냈다.

"작가님. 골프 에세이 스리슬쩍 조금 봤는데... 와! 좋네요!"

그러니까 이런 연유로 내 데뷔작 소설 <작가님? 작가님!>과 신간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는 같은 편집자와 함께 만든 책이 되었다. 골프 문외한이라던 편집자님과 출판사 식구들은 보통 사람의 골프 에세이라는 흔하지 않은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주었다. 글이 따뜻하고 유쾌하게 읽힌다는 피드백과 함께.

프로 골퍼도, 유명인도 아닌 보통 사람의 골프 에세이는 이렇게 이제 막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다.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나야 이제 책 두 권 낸 초짜 글쟁이라지만, 담당 편집자님은 오랜 시간 책을 만들어온 베테랑. 그런 편집자님의 안목을 기대해볼 수밖에.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 유쾌하고 재미있게. 그리고 가끔은 울컥할 수 있는 그런 책으로 읽힐 수 있길 바란다. 분명 유머와 감동의 지점이 있을 테니까. 결국 세상은 보통 사람들이 보통의 일상을 살아가며 이루는 거니까. 골프 이야기 이면에는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까.

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 - 오늘도 나이스 샷을 꿈꾸는 보통 사람의 골프 이야기

이경 (지은이), 뜻밖(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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