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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이냐, 배신의민족이냐.' 지난 4월 초, 국내 배달앱 시장 1위 배달의민족이 수익 모델을 변경한다는 소식은 뜨거운 논란 거리로 떠올랐다. 당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은 광고 1건당 월 8만8000원이던 '울트라콜' 방식에서, 주문 건당 5.8%의 광고료를 받는 '오픈서비스' 방식으로 수수료 체계를 바꾸기로 했다.

배달의민족이 이미 지난해 12월 수수료 체제를 바꾸겠다고 예고한 바 있지만, 코로나19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영세 자영업자들의 반발은 거셌다. 결국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우아한형제들은 오픈서비스 방식 요금제 운영을 백지화했다.

이 사건은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수익 극대화를 위해 판매자들에게 불리한 거래 조건을 강요하는 '갑질'의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배달의민족 요금 체계 개편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향후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판매자들을 보호할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판매자 10명 중 6명, 불공정 거래 경험 

현재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 거래를 제재할 수 있는 법안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기업의 시장 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독점을 막기 위한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나 대규모 유통업자로부터 납품업자·매장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두 법 모두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업에 맞춰 설계돼 온라인이 주 무대인 플랫폼 기업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물론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의 통신판매업자(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자)는 대규모 유통업자로서 법의 제재를 받지만, 대다수의 플랫폼 기업들은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를 이어주기만 하는 '통신판매중개업자'라 법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다. 

미비한 법망 속에서 플랫폼 기업에 입점한 판매자들의 피해는 커지고 있다. 한국법제연구원의 '2019년 전자상거래 불공정거래행위 현황과 판매자인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오픈마켓·소셜커머스·배달앱 등 플랫폼 기업에 입점한 판매자 10명 중 6명이 플랫폼 기업과의 거래에서 불공정 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불공정 행위는 과도한 광고비나 판매 수수료 요구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플랫폼에 지급하는 광고비 등 각종 비용과 판매 수수료가 과다하다' 응답은 35.4%로 1위였다. 이어 '판매자에게 일방적인 책임을 전가한다' 22.8%, '할인 쿠폰과 수수료 지급 기준이 불분명하고 부당하다'(20.3%)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 추진하는 공정위
 
 배달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배달 앱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배달료 보장, 지역 차별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배달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배달 앱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배달료 보장, 지역 차별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자료)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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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플랫폼 기업들의 '갑질'을 막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지난달 25일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 근절·디지털 공정경제 정책을 발표하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불공정 행위를 규율할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 특별법에는 플랫폼 기업이 판매자에게 유통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을 떠넘기지 못하게 하고, 표준계약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하게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플랫폼 사업자에 적용할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법을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들어 당장은 기존 법을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지원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입법조사관은 "장기적으로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만 이뤄진다면 대규모유통업법 의제규정(제2조의2)을 손보는 것만으로 플랫폼 기업을 규제할 수 있다"며 "대규모유통업법 중에서 일부를 적용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 조사관은 "매장 임대 사업자라는 이유로 2017년까지만 해도 법 적용 대상이 아니었던 아울렛은 2018년 '수익구조가 유통업에 가깝다면 법 적용을 받는다'는 내용의 의제 규정이 만들어지면서 대규모유통업자로 인정받았다"며 "플랫폼 기업도 온라인 공간 대여로 돈을 버는 만큼 비슷한 법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판매자들이 호소하고 있는 어려움 가운데 상당수는 대규모유통업법이 적용될 경우 급한 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공정위가 나서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사이 거래 실태를 조사할 수 있도록 정해둔 대규모유통업법 제30조를 플랫폼 기업과 판매자 간 광고비·수수료 과다 청구 문제에 적용할 수 있다. 

약속한 기한 내 판매 대금을 주지 않거나, 팔리지 않은 상품의 반품을 강요해 불거지는 '일방적인 책임 전가' 문제는 같은 법 제8조(상품판매대금의 지급)와 제10조(상품의 반품 금지)를 적용할 수 있다. 또 서면 계약서 발급을 의무화한 대규모유통업법 제6조를 적용하면 플랫폼 기업과 판매자 사이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에 플랫폼 기업을 끼워넣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9일 열린 온라인 학술대회에서 "대규모유통업은 오프라인 매장에 물건을 납품하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위원은 "모든 기업에게 적용되는 '일반법'인 공정거래법 23조를 활용해 플랫폼 기업의 권한 남용을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플랫폼 기업에 적용하는 데 부정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23조 적용을 위해선 플랫폼 기업에 '거래상 지위'가 있다는 사실이 인정돼야 하는데, 거래상 지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려면 시장을 획정해야 한다"며 "하지만 시장의 경계가 불분명한 플랫폼 업계 특성상 시장을 획정하기조차 쉽지 않아 공정거래법만으로 플랫폼 기업을 규제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그 사이 독과점은 가속화되고

전문가들은 공정위의 조속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면서 플랫폼 사업자들이 부과하는 수수료나 광고비 실태 조사와 투명한 공개,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판매자가 활용할 수 있는 고충처리 시스템 설치 의무화 등이 법안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EU의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이사회 규칙'을 보면 플랫폼 사업자들은 플랫폼 내에서 소비자들이 특정 상품을 검색했을 때 상품의 노출 순서에 영향을 주는 알고리즘 변수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광고비를 많이 낼수록 상단에 노출되는 경우 이 기준을 공개하면 판매자들은 자신들의 판매 전략에 맞거나, 유리한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고 소비자들도 제품 구매 판단을 하는 데 참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EU의 규칙은 연 매출액 1000만 유로(135억여 원) 이상, 50인 초과 플랫폼 사업자에게 고충 처리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홍보 부장은 "온라인 공정화법을 신속히 만들어야 한다"라며 "공정위의 실태조사로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나 광고료가 공개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온라인 판매자들은 판매 규모가 작아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갑질'을 당해도 기존 분쟁조정 절차를 밟기 어렵다"며 "EU에서 만든 규칙처럼 일정 매출 규모 이상 플랫폼 기업에게 판매자를 위한 '내부 고충처리 시스템'을 만들도록 해 판매자들의 피해를 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또 "이미 배달앱 상위 3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99%에 달하는 등 독과점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이제야 관련 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상당히 늦은 감이 있다"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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