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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20', 한국은 언론 신뢰도 부분에서 40개 국가 중 40위를 차지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20", 한국은 언론 신뢰도 부분에서 40개 국가 중 40위를 차지했다.
ⓒ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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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40개국 중 꼴찌다. 2019년에도 꼴찌였으며, 2016년 조사 이래 바닥을 기는 중이다. 한국 언론의 뉴스를 신뢰한다는 우리 국민은 5명 중 1명 꼴인 '21%'였다. 이는 지난해보다도 1% 더 떨어진 수치였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자국민들의 언론 신뢰도를 비교한 '디지털뉴스 리포트 2020'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협력하고 이메일을 통해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총 40개국 8만 155명이 참여했고, 한국에선 2304명이 참여했다.

한국의 조사결과에 대해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우리 조사에서 지속적으로 최하위권에 속한다"며 "TV뉴스 브랜드가 신뢰를 높게 받는 경향이 있으며, 대중적이며 영향력 있는 신문들은 가장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별 뉴스 신뢰도는 JTBC에 이어 MBC, YTN, KBS, SBS 순이었다. 뉴스 불신도 순위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매체별 뉴스 신뢰도는 JTBC에 이어 MBC, YTN, KBS, SBS 순이었다. 뉴스 불신도 순위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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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반영하듯, 매체별 뉴스 신뢰도는 1위 JTBC에 이어 MBC, YTN, KBS, SBS 순이었다. 반면 올해 처음 신설된 뉴스 불신도 순위는 이른바 '조중동'의 리그였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1, 2위를 기록했고, 중앙일보가 3위, 동아일보와 채널A가 뒤를 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올 1월 13일 발표한 '2019 언론인 조사'에서 언론인들이 스스로 느끼는 언론 자유도는 지난 10년 이래 가장 높았다. 2007년 3.35점까지 상승했던 언론 자유도는 2009년 3.06점, 2013년 2.88점, 2017년 2.85점으로 하락세를 보였다가 2019년 3.31을 기록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9 언론인 조사'에서 언론인들이 스스로 느끼는 언론 자유도는 평균 3.31점으로 지난 10년 이래 가장 높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9 언론인 조사"에서 언론인들이 스스로 느끼는 언론 자유도는 평균 3.31점으로 지난 10년 이래 가장 높았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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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언론 자유도는 참여정부 시절 수준을 회복한 반면,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점에서 괴리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두고 2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는 한국에서 언론 신뢰도가 낮아진 변곡점에 대해 "대표적으로 세월호 사건이 크게 영향을 미쳤던 거라고 판단이 된다"며 "박근혜 정부나 이명박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온 것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권 영향이란 부분도 굉장히 컸다"고 풀이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언론인들 스스로가 느끼는 자유도는 최상급인데,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을 치는가. 이 역대 최고의 불신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정 교수는 이 물음에 대해 아래와 같이 답했다.
    
"신뢰도 같은 경우는 정권이 변수라기보다는 정권이 만들어 낸 환경이 그 당시 언론들이 어떤 행동들을 했던가에 의해서 결국은 평가받는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중략) 그렇지만 우리 환경은 나아졌는데 실제로 그 환경을 언론이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느끼기에 환경이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 환경에서 이런 정도밖에 (기사가) 안 나오느냐에 대한 실망감, 이게 굉장히 크게 표현되고 있다고 보이는 거죠."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국민 81% 찬성

   
'왜 이런 자유로운 환경, 정권 하에서 신뢰할 수 없는 기사를 양산해 내느냐'.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개혁을 외쳐 온 국민들의 요구 역시 이러한 의문에서 출발하지 않았을까. 그로부터 5년 후 불거진 '조국 사태'는 언론개혁 요구의 원인이 아닌 결과 아니었을까. '정권 감시'를 부르짖는 언론사들 스스로 제공해온 원인들에 그저 국민들이 반응한 결과란 얘기다. 그런 결과는 또 있었다.
  
국민 81%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찬성했다.
 국민 81%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찬성했다.
ⓒ 리서치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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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81% 찬성'.

지난 6월 초 '허위‧조작 가짜뉴스를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징벌적 손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의 찬반을 물은 <미디어오늘-리서치뷰> 정기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이 찬성한 수치다.

흥미로운 것은 '징벌적 손배제'의 찬성엔 나이와 성별, 진보‧보수의 구분이 크게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리서치뷰는 "전 계층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찬성이 60%를 웃도는 가운데 통합당, 보수층, 중도층에서도 찬성이 높았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신뢰도 조사가 국민들의 불신감을 반영하는 총론이라면 징벌적 손배제 도입에 대한 압도적인 찬성은 하나의 각론이자 보다 못한 국민들의 '액션 플랜'(행동 계획)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여론을 등에 업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같은 당 의원 10명과 함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악의적인 보도로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가 명백하다고 판단한 경우, 법원이 손해액의 3배를 넘지 않은 범위에서 언론사에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은 생각 같아서는 여러분들이 원하시는 대로 30배, 300배 때리고 싶지만 우선 없던 법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므로 다른 법과 형평에 맞도록 한 것입니다.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우선 만들고 봅시다." - 정청래 의원 페이스북 
 
정 의원에 따르면, 막대한 배상액이 청구되는 영미권의 손배제와 달리 배상액을 3배 이내로 규정한 것은 '우리 실정' 하에서 일종의 형평성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또 정 의원은 이미 시행 중인 손배제에서 기업의 환경파괴나 공권력의 남용 등은 적용된 반면 빠져있던 언론 부문을 추가하며 손배액 역시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한국기자협회는 17일 <우리의 주장 / 언론 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신중해야>를 통해 해당 법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보였다. '신중론'을 강조한 문장들 속 속내는 이랬다.
 
"언론 탓은 쉽다. 그러나 '국민은 딱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치인을 갖는다'는 말처럼, '정부는 딱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언론을 갖는다'는 말도 가능함을 명심하길 바란다."
 
여당 탓이, 정권 탓이 제일 쉽다


사설의 말미다. 이 문장만 놓고 보면, 여당이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징벌적 손배제'를 강행하는 것 같은 뉘앙스로 비춰진다. '신중해야'라고 썼지만, 당부나 조언이 아닌 반발에 가까워 보인다. 한국기자협회가 이렇게 주장한 근거는 '악의적 보도'의 기준에 있었다.

협회는 "'악의적'이라는 기준은 숫자 등 객관적이고 정량(定量)적으로 계량될 수 있는 기준이 아닌 주관적인 정성(定性)적 평가"라며 뉴욕타임스, 미국의소리 등 유수의 언론사에 재직중인 3인의 부정적인 목소리를 전했다.

'미국의 경우 위법성, 의도성, 악의성이 명백한 경우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통해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다'는 정 의원의 주장에 대해 세 사람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협회는 이러한 우려를 전했다.
 
"이 같은 정량적 기준을 언론 보도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물론 일부 기자들이 실제로 불순한 의도로 가짜 뉴스를 작성하는 경우가 있음을 우리는 자각하고 있으며, 뼈아픈 반성과 척결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라는 잣대는 신중히 다뤄야 한다.

불편한 보도라면 악의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게 인지상정이어서다. 불편한 진실이라면 취재원의 불쾌 또는 유쾌 여부를 떠나 사회의 정의를 위해 밝혀져야 한다. 정 의원의 법안이 언급한 '악의성'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수준일 수 있다는 우려는 어떻게 할 것인가."
  
누가 뭐래도 우리 사회의 마지막 보루이자 희망은 법원, 법관이다. 힘없는 국민이 믿을 건 역시 법밖에 없다. 법을 상징하는 정의의 여신 디케가 흰 천으로 눈을 가린 것처럼 법은 사람도, 권력도 가리지 않고 공정하게 흘러야 한다.
 누가 뭐래도 우리 사회의 마지막 보루이자 희망은 법원, 법관이다. 힘없는 국민이 믿을 건 역시 법밖에 없다. 법을 상징하는 정의의 여신 디케가 흰 천으로 눈을 가린 것처럼 법은 사람도, 권력도 가리지 않고 공정하게 흘러야 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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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해장국 저널리즘'으로 대표되는 언론과 독자들 모두의 편향성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신중론'은 기본이요, 향후 언론시민단체를 포함한 다양한 언론 분야 종사자들의 의견이 개정안에 반영돼야 함은 물론이다.

<한국기자협회>가 다음 날 공개한 <언론 보도, 형사처벌 가능한데… 정치권 '징벌적 손해배상제' 추진> 또한 위에 언급한 사설과 같은 논조였다. '징벌적 손배제'가 기존의 형사나 민사 소송 등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주장과 함께 법안 발의를 여당이 주도하는 모양새를 두고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언론계의 우려를 전했다. 이와 함께 일말의 핵심을 짚은 목소리도 기사에 담겨 있었다.

신미희 민언련 사무처장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갖는 의미와 도입으로 우려되는 문제점, 보완점들을 집중적으로 논의해보기로 했다"며 "중요한 건 악의적인 허위 왜곡 보도로 소비자들의 권리가 침해당했을 때 현행 제도나 법이 제대로 피해구제를 못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본질적인 배경과 현황에 대한 분석을 먼저 하겠다"고 밝혔다.

'악의적 보도'의 기준과 신중론 사이. 결과적으로 한국기자협회의 주장에 얼마나 설득력이, 진정성이 담겼는지 의문이다. 과연 '악의적 보도'가 모호하다는 이유만으로, '징벌적 손배제'에 찬성하는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까. 국민 여론을 떠나, 도리어 한국 언론 전체가 가짜뉴스나 악의적 보도는 물론이요 그간의 보도 행태 전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에 둔감한 것은 아닌지 그야말로 뼈아프게 자문할 때가 아닐까.

'징벌적 손배제' 찬성 여론과 '신뢰도' 꼴찌 조사에서 보듯, 국민 여론의 압도적인 불신이 비단 일부 기자들만의 보도 행태에서 비롯됐을 리 없지 않은가. 언론계가, 주요 언론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 뼈아프게 반성한 것이 '사실'인가. 만약 그랬다면 국민들의 불신감 팽배나 언론개혁 요구, '징벌적 손배제' 도입에 대해 압도적인 찬성이란 작금의 결과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는 22일 TBS라디오 < 김어준의 뉴스공장 >에 출연해 한국 언론 신뢰도의 추락 이유를 분석했다.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는 22일 TBS라디오 < 김어준의 뉴스공장 >에 출연해 한국 언론 신뢰도의 추락 이유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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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기자 다수를 만나 본 건 아닙니다만 일단 (신뢰도 조사를) 언급하기 싫어하는 눈치가 제일 강해요. 굉장히 껄끄러운 것이기 때문에 그렇고 또 '이걸 빌미로 우리를 욕하겠구나' 라고 하는 방어적 태도, 이런 게 굉장히 강하고요. 그 이면에는 사실은 '그 조사를 믿을 수가 있어?' 라고 하는 그런 불신감도 사실 없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까도 제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객관적 뉴스 신뢰도를 평가한 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말 그대로 몰려가기 시작을 하면 몰려가는 주관적 감성 같은 것도 표현되기 때문에. 이거에 대해서 언급을 하는 순간, 불신을 언급하는 순간 자기들이 더 욕을 먹고 언급을 더 많이 하게 되면 더 욕을 먹게 되는 그런 현상들이 벌어지니까, 이 자체를 피하려고 하는 그런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되죠." -정준희 교수,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6월 22일

실제 그랬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인용한 기사는 실제로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국기자협회가, 주요 언론들이 뼈아프게 반성했다면, 적어도 '국민들은 왜 언론을 불신하는가'와 같은 기획 기사나 '징벌적 손배제'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펼칠 시기가 아닌가.

고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공개된 과거 자필 메모에서 "식민지 독재 정치하에서 썩어빠진 언론"이라고 주류 기득권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징벌적 손배제'를 처음 발의했던 것도 참여정부 당시 열린우리당이었다. 당시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을 중심으로 한 강한 반발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양과 질적인 면 모두에서, 16년 전 보다 '악의적 보도'가 줄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도리어, 기성 언론이 함량미달의 기사로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와 경쟁하고 있진 않은가. 도리어 '신중론' 운운하며 '징벌적 손배제'가 다시 논의되는 시대적 공기를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그 시대적 징후를 냉철하고 진지하게 읽어내야 하지 않겠는가.

여당 탓은, 정권 탓은 쉽다. 아니, 그게 제일 쉽다. 그래서 더 "정부는 딱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언론을 갖는다"는 한국기자협회의 '말의 성찬'은 공허하다. 대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지 않는 언론을 퇴출할 권리가 있다"는 '뉴노멀'을 뼈아프게 성찰할 때 아닐까.

태그:#징벌적손해배상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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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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