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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리선권 외무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리선권 외무상.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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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선권 북한 외무상은 12일 북미정상회담 2주년을 맞아 발표한 담화를 통해 "두 해 전 한껏 부풀어 올랐던 조미(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은 오늘날 악화 상승이라는 절망으로 바뀌었고 조선반도의 평화번영에 대한 한 가닥 낙관마저 비관적 악몽 속에 사그라져 버렸다"고 평가했다.

리 외무상은 "우리가 미국에 보내는 대답은 명백하다"란 제목의 이 담화문에서 "우리 최고지도부와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가 유지된다고 해서 실제 조미 관계가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는데 싱가포르에서 악수한 손을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고도 했다.

"실천 없는 약속보다 더 위선적인 것은 없다"

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워왔던 대북성과에 관해서도 "지금까지는 현 행정부의 행적을 돌이켜보면 정치적 치적 쌓기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 다시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감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리 외무상은 "미국이 말로는 관계개선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정세격화에만 광분해왔다"면서 "실천이 없는 약속보다 더 위선적인 것은 없다"고 비판했다.

북한은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기하고, 미군 유골 송환, 억류 미국인 송환,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중지 등 북미정상회담에 호응하는 일련의 조처를 취했지만, 미국은 오히려 정세를 악화시켰다고 비난했다.

이는 자신들이 내세우는 '세기적 결단', '전략적 대용단'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동이 실제 대북제재 해제나 체제안전 보장 등 북한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 없기에 더 이상 미국만 유리한 현재의 대화 틀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경고로 읽힌다.

리 외무상은 "장장 70여 년을 이어오는 미국의 뿌리 깊은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근원적으로 종식되지 않는 한 미국은 앞으로도 우리 국가, 우리 제도, 우리 인민에 대한 장기적 위협으로 남아있게 될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명백히 실증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공화국의 변함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리 외무상은 담화문 말미에서 지난 5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입장을 천명한 것을 상기시켰다. 조만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신형 전략미사일을 선보일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날 리 외무상의 담화는 북한 주민들도 볼 수 있는 <로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전날(11일) 남북 연락채널 폐쇄 등 최근 북한 행보에 실망을 나타냈던 미 국무부 대변인 발언에 반발했던 권정근 외무성 미국국장의 언급 역시 <로동신문>에는 실지 않았다.

이는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연일 강도 높은 대남공세를 퍼부었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가 각각 지난 4일과 5일 이 신문에 실렸던 것과는 대조된다.

나름대로 수위조절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북한이 적대시 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언한 대남관계와는 달리 미국에 대해서는 북미협상의 장기적 교착 상황 속에서도 반응을 지켜보며 협상 여지를 남겨두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여지는 남겼다
 
2018년 6월 12일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 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 합의문 서명 마친 북-미 회담 2018년 6월 12일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 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 케빈 림/스트레이츠 타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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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리선권 담화에서 보듯이 김여정 담화 및 통전부 대변인 담화, 이후 연락선 차단 등의 조치들이 표면상으로는 대북전단문제이나 궁극적으로는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며 향후 도발 행위가 있을 경우의 명분을 축적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과 미국 사이의 '기싸움'이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양 교수는 "어제 권정근 담화에서 보듯이 자신들을 건드리면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힘들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그는 "한편으로 보면 북한은 지금 힘든 상황"이라면서 "통전부 담화나 리선권 담화의 숨은 속내는 힘든 상황에서 건드리면 너희들도 피곤하게 해주겠다는 경고를 담고 있으며 한미의 행동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지난 2년간의 북미관계를 돌이켜보면서 새삼 재확인하게 되는 불변의, 불편한 진실은 북한이 주장하는 이른바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들(대북제재, 한미군사훈련, 첨단 전략자산들의 한반도 반입, 인권공세)이 유지되는 한 북미관계는 한 발짝도 앞으로 전진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또 "북한이 줄기차게, 그리고 일관성을 갖고 비핵화 양보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대북 적대시 정책의 폐기였다"면서 "이는 미국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입장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기존의 관성대로 북한 측이 선 비핵화 입장을 고수하는 한 대북 적대시 정책들은 완화되기 힘들 것이고, 결국은 대북 제재압박 정책 틀을 벗어나기 힘든 것이 미국의 한계"라고 분석했다.

또 임 교수는 올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든 대북 적대시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할 수 있는 국내 정치적 돌파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북미관계는 '다람쥐 쳇바퀴'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북한과 미국은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정상회담을 하고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정상회담까지 열었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면서 지금까지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태그:#북미대화, #리선권, #양무진, #임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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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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