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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와 우파의 시대정신 대결은 언제나 치열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대결에서는 우파의 자본주의가 승리했다. 반면 선별복지와 보편복지의 대결에서는 좌파의 보편복지가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라운드가 열렸다. 바로 '기본소득 논쟁'이다.

4차산업 혁명이 본격화 됨에 따라 일자리는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류의 노동력은 의미가 없어질 순간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를 나누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낼 안정장치로서의 기본소득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주장을 일부분 번복하기는 했지만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통합당이 기본소득 논점을 선점한 것은 기본소득이라는 주제가 쟁점이 될 수 있음을 보수우파가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는 지점이 있다.

'기본소득은 가능할까?', 이 의문이다.

기본소득에 대해 철학적 필요성을 주장하는 책들은 기존에 몇 권 나온 상황이다. 그러나 일반 시민이 기본소득에 대해 느끼는 가장 큰 의문은 기본소득이 한국 '경제'에서 가능한 것인지. 그렇다면 어떻게 운용이 돼야 하는지다.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 있다.
 
 『기본소득의 경제학』, 2019, 강남훈, 박종철출판사
 『기본소득의 경제학』, 2019, 강남훈, 박종철출판사
ⓒ 박종철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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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기본소득의 경제학>의 저자 강남훈은 우선 '기본소득 지구네트워크'(BIEN, 1986년 벨기에서 창립한 비정부기구) 총회에서 정의한 기본소득의 다섯 가지 정의를 제시한다. 첫째, 개인단위로 지급하는 개별성. 둘째, 자격 심사 없이 모든 이에게 지급하는 보편성. 셋째, 수급의 대가로 노동이나 구직활동을 요구하지 않는 무조건성. 넷째, 소득을 한번만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정기성. 마지막으로 현금으로 지급되는 현금지급이 그것이다.

저자는 현재까지 선별적 복지 방식이나 일정 소득 이하인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는 '마이너스 세금 방식'은 막대한 행정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저자는 현재의 정책은 중산층이 세금을 내기만 할뿐, 혜택을 크게 못 보고 있는데 기본소득이 실시되면 중산층이 세금을 더 낸다고 해도 기본소득으로 받는 금액까지 합산하면 그 부담은 오히려 감소함을 입증한다.

이외에도 저자는 기본소득이 현행 복지체계 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수혜가 가는 우수한 복지체계임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사고실험을 저서에서 제시한다. 물론 상위층의 세금 부담은 증가하겠지만 이는 현 시대의 극심한 불평등 해소에 있어서 불가피한 문제임을 저자는 주장한다.

그리고 저자는 기본소득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복지혜택 대상이 훨씬 더 넓기 때문에 복지정책의 입안과 확대에 있어서도 여타 다른 복지정책들보다 유리한 지점이 있음을 지적한다. 기초생활수급권의 확대보다 무상급식 도입이 더 빨랐던 것을 저자는 그 사례로 제시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는 세금과 받는 복지혜택 중 하나에만 집중을 하는 경향을 보인다. 저자는 이를 재정환상이라고 규정하는데, 한국의 경우 복지혜택이 직접적인 게 적어서 조세 반발이 강하다는 지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복지혜택이 직접적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재정환상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증세에 더 유리한 전략임을 저자는 주장하는 것이다.

사례를 통해 본 기본소득의 경제적 영향력

저자는 기본소득의 경제적 영향력을 미국, 인도, 나미비아, 핀란드의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기본소득 실험이 실시되었던 무복지 사회 나미비이와 인도에서 기본소득이 지급된 마을은 지급되지 않은 마을에 비해 수요가 증가해 경제를 성장시키는 승수효과로 이어졌다.

또한 사회 하층민에게 경제적 시민권이 만들어져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기능하게 되기도 했다. 반대로 임금의 필요성이 줄어들어 근로를 하지 않게 되는 임금효과는 기본소득이 지급된 마을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마이너스 소득세 실험이 행해진 적이 있다. 무복지 상태에서 실시된 '마이너스 소득세 실험'은 미미한 노동시간 감소를 가져왔지만 이는 취업을 위한 교육, 보육 등 다른 필요시간들이 증가한 데서 나온 결과였다. 앨라스카의 경우 석유 개발로 인한 수익금을 전 주민에게 배당금 형식으로 1000달러씩 배당하고 있다.

그 결과 알래스카는 미국에서 불평등 정도가 가장 낮은 주가 되었고, 물론 가상 모델을 만들어 시험한 결과지만 노동수요 창출 역시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가장 근래에 실험이 실시된 건 2019년 핀란드였다. 핀란드는 실업급여를 받는 이들에게 기본소득을 주었다. 그 결과 기본수당 수급자들은 이전 보다 행복감, 정부 및 타인 신뢰도가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수요 증가로 인한 고용 창출은 나타나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에 새로이 등장한 긱(geek) 경제의 비참함을 보여준 영화 '미안해요 리키'
 4차 산업혁명에 새로이 등장한 긱(geek) 경제의 비참함을 보여준 영화 "미안해요 리키"
ⓒ 엔터테인먼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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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기본소득

아직 본격화 되고 있지는 않지만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 자체를 줄어들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 된다고 할지라도 그 고용안정성은 이전 사회에서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될만큼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무가 있을 때만 근로를 시키고 해당 근로시간만 임금을 지급하는 '긱(geek) 경제'가 그 대표적 사례다.

한국에서도 좋은 직장으로 여겨지는 대기업, 공공기관, 공무원의 인구는 약 300만 명이며 이는 근로자에 10%에 불과하다. 즉, 나머지 90%의 노동자들은 추후 경제환경에서 안전할지 알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이 불평등 문제를 심화시킬 수도 있음을 전제한다.

피케티를 중심으로 '자본소득은 크게 증가했으나 노동소득은 큰 변화가 없는 게 현실'임을 찾아냈다.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 자체를 감소시킬 것이며 새로이 만들어진 직업은 고도의 전문화가 필요한 직업이 될 것'이라는 연구 역시 다수 존재한다.

저자는 사라질 근로소득을 대체하며, 재교육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고, 협동조합이나 농업 등 사회에 필요하지만 저임금인 일자리에 노동공급을 확대하게 만드는 방법으로서 기본소득을 지지한다. 실업급여, 근로장려금 모두 미봉책이며 근본적이면서도 가장 직관적인 방법으로서 기본소득을 저자는 제시하는 것이다.

재원은 어디서 마련하나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른 결국 '조세'다. 우선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인공지능인데, 인공지능은 그동안 우리를 포함한 인류가 쌓아올린 지식에 기반하기 때문에 인공지능 역시 공공재적 성격을 지녔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4차 산업혁명의 이익 역시 공동의 부라는 전제를 두고 조세 논의를 시작한다.

실제로 유사한 움직임도 관측된다. 2019년 미국 최연소 하원의원이 된 오카시오 코르테즈가 최고세울 70%를 주장했고 저명한 경제학자 역시 최고세율이 70%가 되어도 경제성장률 저하가 나타나지 않음을 주장했다. 더 나아가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였던 엘리자베스 워렌은 세금으로 인해 미국 국적 포기자에게는 재산의 40%를 몰수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토마스 피케티 역시 이를 지지했다.
 
 미국 최연소 하원의원이자 부자에 대한 증세로 보편복지를 실현해야 함을 주장한 미국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lexandria  Ocasio-Cortez)
 미국 최연소 하원의원이자 부자에 대한 증세로 보편복지를 실현해야 함을 주장한 미국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lexandria Ocasio-Cortez)
ⓒ Alexandria Ocasio-Cort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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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대선주자였던 버니 샌더스는 상속세 세율의 대대적 인상을 추진했고, 미국의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던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 역시 이를 지지했다. 2020년 미국 대선에 참가했던 앤드류 양은 아예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세율 강화는 이미 진행 중인 추세인 것이다.

저자는 시민소득세, 토지세, 환경세라는 세 가지 조세에 주목한다. 저자의 계산대로라면 한국에서 기본소득이 실시되면 전체 가구의 82%가 순수혜 가구가 되고 18%는 수혜보다는 부담이 더 커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결론적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의 경제한 총론은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 그 당위성은 4차 산업혁명의 과실을 얻을 재벌들은 인류 공동의 지식이라는 공공재를 사용했다는 지점에 있다. 그리고 기본소득은 일자리 상실이라는 인류가 맞이할 새로운 위기를 넘어설 이 시대의 새로운 상식이라는 지점이다.

기본소득의 경제학

강남훈 (지은이), 박종철출판사(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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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사회복지학 학사 졸업. 사회학 석사 졸업. 사회학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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