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부산 남구 용호동 장자산 숲 체험장의 일부 시설물. 지난해 부산 남구청이 해군작전사령부와 협의를 거쳐 조성한 곳이다.  체험장 일부에는 나무에 녹이 슬지 않는 볼트와 봉을 박은 밧줄 놀이터가 꾸며져 있다.
▲ 숲 놀이터 밧줄 놀이 시설 부산 남구 용호동 장자산 숲 체험장의 일부 시설물. 지난해 부산 남구청이 해군작전사령부와 협의를 거쳐 조성한 곳이다. 체험장 일부에는 나무에 녹이 슬지 않는 볼트와 봉을 박은 밧줄 놀이터가 꾸며져 있다.
ⓒ 김보성

관련사진보기

 
부산 남구 용호동 장자산 숲 체험장의 일부 시설물. 지난해 부산 남구청이 해군작전사령부와 협의를 거쳐 조성한 곳이다.  체험장 일부에는 나무에 녹이 슬지 않는 볼트와 봉을 박은 밧줄 놀이터가 꾸며져 있다.
▲ 숲 놀이터 밧줄 놀이 시설 부산 남구 용호동 장자산 숲 체험장의 일부 시설물. 지난해 부산 남구청이 해군작전사령부와 협의를 거쳐 조성한 곳이다. 체험장 일부에는 나무에 녹이 슬지 않는 볼트와 봉을 박은 밧줄 놀이터가 꾸며져 있다.
ⓒ 김보성

관련사진보기


커다란 나무에 쇠말뚝을 박듯이 특수한 볼트를 넣고 봉과 밧줄을 연결해 숲 놀이터를 만든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일부 주민들은 나무의 생장을 걱정하며 눈살을 찌푸립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방법이 오히려 나무를 보호하고 숲과 친근한 놀이터를 만들 수 있는 과학적 공법이라고 말합니다.

부산 남구, 커다란 나무 관통한 쇠봉에 민원 잇따라

지난해 1억3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 부산 남구 이기대 인근 장자산 숲 체험장. 해군작전사령부의 부산 동원훈련장이었지만, 남구청이 협약을 맺고 입구 쪽 2500㎡ 공간을 주민 숲체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이곳은 오륙도와 이기대를 끼고 있는 천혜의 공간이 장점입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통나무의자와 밧줄 벽, 숲 그네, 출렁다리 등 눈길을 끌 만한 시설이 곳곳에 보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처음 보는 나무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합니다. 규격화된 쇠봉이 소나무 등 큰 나무의 몸통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나무에는 양쪽으로 8개의 구멍이 뚫렸습니다. 그 봉으로 견고한 밧줄이 연결돼 다른 나무와 이어집니다. 그렇게 해서 수 미터 길이로 출렁다리 등을 만들었습니다. 주민들은 나무와 나무 사이를 이은 출렁다리를 건너며 숲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나무에 어떻게 이런 행위를 할 수 있나요. 나뭇가지만 꺾어도 잘못됐다고 하는데, 이렇게 구멍을 뚫어 놓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어요. 만약 뭔가 맞다고 해도 전문가가 말해주기 전엔 알기 어렵죠."

<오마이뉴스>에 제보한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취재진 역시 처음 이 모습을 봤을 때 의아했을 정도였습니다. 심리적으로나 시각적으로 매우 불편한 광경임에 틀림없습니다.

숲 체험장을 만든 업체에 물었습니다. 지난해 이곳을 만든 업체 관계자는 "나무에 구멍을 뚫어 조성하다 보니 심리적인 불편감이 있지만, 분명 나무의 피해를 줄이고 보호하는 공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숲 체험장을 만드는 데는 현재 이 방법이 가장 친나무적 공법이라는 겁니다. 보통 나무와 나무 사이에 숲 시설물을 만들 때는 쇠줄이나 밧줄을 매야 하는데 그 방법이 나무에 더 해롭다는 겁니다. 최근 숲 친화 시설이나 트리하우스 등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나온 공법으로 유럽과 미국에서도 적극 활용한다고 했습니다. 

나무에는 물과 영양분이 통하는 수관이 있습니다. 기존 방식대로 쇠줄이나 밧줄을 매면 이 통로를 가로막게 됩니다. 나무 둘레에 뭔가를 둘러싸 압력을 가하는 것이 오히려 생장을 방해하고, 이 통로를 죄어 나무를 고사하게 만든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부산 남구 용호동 장자산 숲 체험장의 일부 시설물. 지난해 부산 남구청이 해군작전사령부와 협의를 거쳐 조성한 곳이다.  체험장 일부에는 나무에 녹이 슬지 않는 볼트와 봉을 박은 밧줄 놀이터가 꾸며져 있다.
▲ 숲 놀이터 밧줄 놀이 시설 부산 남구 용호동 장자산 숲 체험장의 일부 시설물. 지난해 부산 남구청이 해군작전사령부와 협의를 거쳐 조성한 곳이다. 체험장 일부에는 나무에 녹이 슬지 않는 볼트와 봉을 박은 밧줄 놀이터가 꾸며져 있다.
ⓒ 김보성

관련사진보기

 
부산 남구 용호동 장자산 숲 체험장의 일부 시설물. 지난해 부산 남구청이 해군작전사령부와 협의를 거쳐 조성한 곳이다.  체험장 일부에는 나무에 녹이 슬지 않는 볼트와 봉을 박은 밧줄 놀이터가 꾸며져 있다.
▲ 숲 놀이터 밧줄 놀이 시설 부산 남구 용호동 장자산 숲 체험장의 일부 시설물. 지난해 부산 남구청이 해군작전사령부와 협의를 거쳐 조성한 곳이다. 체험장 일부에는 나무에 녹이 슬지 않는 볼트와 봉을 박은 밧줄 놀이터가 꾸며져 있다.
ⓒ 김보성

관련사진보기


나무는 자기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침입한 세균을 막을 수 있는 자기방어벽을 형성해 치료하는 겁니다. 그래서 주변부 상처가 아닌 정확히 구멍을 뚫고 거기에 녹슬지 않는 특수한 볼트를 결착하면 시간이 지난 뒤 마치 인공 보철물을 이식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회복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나무에는 지름 24mm의 볼트를 사용하지만 그 구멍으로 물이나 세균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밖에는 그보다 훨씬 큰 어른 팔뚝 정도 굵기의 볼트를 씁니다.

일부 천연기념물 나무에도 이 방법을 씁니다. 나무가 쓰러질 상황이거나 보호 조처가 필요할 때 구멍을 뚫어 봉을 박고 다른 가지를 당깁니다. 이런 걸 이른바 케이블링(줄당김) 공법이라고 부릅니다.

'피해 최소화' 유럽 등에서 시공, 국립유명산자연휴양림에도 도입

실제 국립유명산자연휴양림은 7~8년 전 이같은 공법으로 시공한 숲 체험장을 도입했습니다. 산림청 산하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북부지역팀의 담당 주무관은 "우리나라에서 활성화된 공법은 아니지만, 쇠나 밧줄을 묶기보단 이런 방법이 피해를 덜 준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다른 방식은 오히려 나무를 기형화한다"고 했습니다. 시공 이후 수년이 지났지만, 나무가 고사는커녕 잘 자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유명산휴양림 역시 초반에 이런 문제로 많은 민원에 시달렸습니다. 매년 40만 명 가까이 이용 중인데, 안내판을 세운 데다 하나하나 해명한 노력 덕분에 지금은 거의 항의가 없다고 합니다.

"숲 활용 차원에서 살아있는 나무를 이용하는 상황이면 둘레를 묶는 방법보다는 이런 방식이 낫습니다."

전문가의 의견도 비슷했습니다. 서울대학교 식물병원 이규화 농학박사는 "나무 구멍에 공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쇠막대를 제대로 고정하는 등 올바르게 설치한다면 식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과학적 방법이라고 하나 숲은 인공적으로 꾸미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결국, 이런 논란에 부산 남구청은 시설 정비를 검토 중입니다. 현재 민원이 있고 항의가 이어질 기미가 보이자 가만히 놔둘 수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이곳을 철거할지, 아니면 자문을 거쳐 다른 결정을 할지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어렵사리 논의를 거쳐 군부대 부지를 주민들의 공간으로 활용하게 된 곳입니다. 그렇게 세금까지 들여 숲 체험장을 조성했다면 이를 '잘', '제대로' 설명할 책임도 있지 않을까요? 유명산의 사례에서 해법을 찾아봅니다. 남구는 과연 어떤 방법을 택할까요?
 
국립 유명산자연휴양림에 조성된 부산 남구 용호동 장자산 숲 체험장과 같은 시설. 초반에 민원이 많았지만, 7~8년이 지난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산림청 소속인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측은 안내판을 세우고, 적극적인 해명을 통해 이 문제에 대처했다.
 국립 유명산자연휴양림에 조성된 부산 남구 용호동 장자산 숲 체험장과 같은 시설. 초반에 민원이 많았지만, 7~8년이 지난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산림청 소속인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측은 안내판을 세우고, 적극적인 해명을 통해 이 문제에 대처했다.
ⓒ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관련사진보기


태그:#숲 체험장, #숲 놀이터, #특수볼트, #쇠봉, #나무
댓글2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