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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란드 헬싱키 학교 인근 운동장에 아이들이 분필로 그려 놓은 낙서.
 핀란드 헬싱키 학교 인근 운동장에 아이들이 분필로 그려 놓은 낙서.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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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질문을 하는 사람이 어디엔가는 있을 듯하다. '요새 아이들 디지털 네이티브라며?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자료 보내면 알아서들 다 할 수 있는 거 아냐?' 불행히도 우리는 전국 각지 사례를 통해 교육적 맥락에서의 디지털 격차를 확인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 모두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쉽게 메울 수 없는 간격이 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익숙한 시대이니 온라인 교육도 쉽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어떤 착각이, 우리 사회 곳곳의 불평등한 교육적 조건과 환경을 가려왔던 건 아닐까?

분명 많은 학생이 겉으로는 '디지털 네이티브'처럼 보인다. 일상적으로 카카오톡을 쓰고, 유튜브와 트위치를 즐겨 본다. 틱톡으로 '아무 노래' 안무를 촬영해 올리고, '열품타'로는 친구와 공부 시간을 기록하고 비교한다. 일부 젊은 교사는 손쉽게 영상을 제작하고 각종 수업 자료도 근사하게 만들어 공유한다.

그러나 이런 능력과 태도는 타고난 게 아니라 길러야 할 것들이다. 당장 온라인 수업에서의 의사소통 요령과 습관, 노트북과 스마트폰으로 필요한 환경을 설정하는 기술, 여기에 동반되어야 하는 전반적인 미디어 리터러시를 학생과 학부모가 갖추고 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보호자가 할 수 없는 일은 아이들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원격 수업에 참여하는 일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교사와 학생의 초상권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 동영상 자료 공유 과정에서 각종 법적·윤리적 고민도 현장에 등장한다. 여기에 컴퓨터와 스마트폰, 데이터 통신비 격차까지. 다들 처음 겪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도 교사들은 교육이 멈추지 않도록 준비한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에게는 손수 제작한 수업자료를 만들어 우편으로 보내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온갖 방법을 발 빠르게 배운다. 교육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이 '전문적 학습공동체'처럼 보인다. 곧 온라인 개학을 앞둔 어느 고등학교에선 모든 교사가 (거리를 두고 앉아) 두 시간 넘게 개학과 수업 방안을 논의했다. 무선인터넷 환경와 디지털 기기 거치대를 확보하는 기술적 준비뿐만 아니라, 교과목을 어떻게 재구성할지도 함께 모색했다. "100분짜리 문학 수업 구성안을 나눠서 짜고, 교실에 모여서 녹화도 해보자"는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당장 온라인 개학할 상황이 아니라는 목소리나, 혼란만 강조하는 어깃장을 뒤로하고 그야말로 비상체제로 수업을 준비하는 일이 헌신과 의무감 없이 가능할까.

그러나 이 비상체제 속에서 교육을 이어가는 책임이 교육계만의 것일까? 모든 학생이 균일한 수준과 환경에서 배우는 일은 사회 전체가 달라붙어 해결해야 할 긴급 과제다. 초중고뿐만 아니라 대학도 마찬가지다. 경인교육대학교 정현선 교수의 말이다. "많은 대학 강의자가 유튜버로 변신하다시피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통적인 대면 수업 중심의 교육과 학습 방법에 대한 고민이 근본적으로 필요한 세상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아직 아이들을 만나지 못한 현장 교사들도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 코로나19 이후 교실 풍경은 어떻게 변할지, 또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질지. 교육계 전반에서 정말 업무를 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전염병이 교육계에 가져온 질문이 가볍지 않다.
 
 3월 3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고색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시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3월 3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고색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시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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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민도 든다. 어떻게든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 현장 교사들의 의견은 정부 정책에 잘 반영되고 있을까? (공론 없이 초등 저학년 수업 방식을 바꿨다는 지적이 있다) 모두가 불가피하게 온라인에 접속해야 하는 상황에 교사와 아이들의 개인정보 및 권리 침해 가능성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이런 부분을 처음 겪는 교사를 위한 안내가 부족해 보인다) 글로벌 IT 기업의 디지털 플랫폼은 편리하지만 계속 의존할 텐가? (구글 클래스룸 계정을 만드는 일도 며칠 씩 걸리는 상황이다) 온라인 수업 중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고 다른 학생의 얼굴 사진을 갈무리해서 다른 목적에 쓰는 일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아이들이 미디어 리터러시 개념을 하나씩 이해하게 될 계기다) 교육자가 원격 수업을 준비하는데 들이는 비용과 시간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긴 예산 신청 절차를 거칠 바엔 십여만 원 장비 직접 낸다는 교사가 많다) 온라인 개학을 하고 또 수업을 진행하는 일은 이런 세세한 요소까지 고려해야 하는 큰 전환이다. 

그러므로, 온라인 개학과 수업은 사회 모두가 함께 준비하는 일이다. 교육계 고군분투를 가정과 시민사회, 기업과 언론이 줄여줘야 겨우 가능하다. 지난 4월 1일 핀란드 교육부 장관 리 앤더슨(Li Andersson)이 교사와 교육 전문가들에게 보낸 공개편지 일부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는 스스로와 남들에게 조금 관대해지는 게 중요합니다. 평소와 같은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나치게 과중한 업무가 교사들에게 몰리지 않도록 해야 하고, 책임을 서로 나눠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선생님들의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서로 보살핍시다." 한국이라고 다를까. 전염병 시대에 있는 모두에게 이 상황은 불평등하다. 누구도 초유의 교육적 환경변화에 '네이티브'일 수 없으므로 책임과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결국, 교육의 보편성을 다시 생각해본다. 공교육을 중심으로 학교와 수업이 안정적인 활로를 찾는 일만으로도 몇 달이 걸릴지 모른다. 교육부에 바라는 목소리를 옮겨본다. 과감히 수업 시수와 일수를 줄이고, 지침과 함께 학교와 교사 사정에 맞는 자율적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 행정절차와 지침을 줄여 교원들이 수업 준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과중한 업무변화로 심리적 신체적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배려해달라. 학부모를 포함한 교육 바깥의 사람들은 평소보다 더 교사와 학교를 신뢰하고, 그 노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협력할 때다. 공동체 이웃을 향한 공감과 신뢰, 그리고 지원과 연대. 코로나19 시대를 함께 지나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큰 교육적 경험을 하는 것인가.

최원석 / 프리랜서 기자·핀란드 라플란드대 미디어교육 석사 과정 
 

덧붙이는 글 | 내용 일부는 기자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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