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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강의를 러시아어로 더빙해서 소개하는 수업자료를 만드는 모습.
 온라인 강의를 러시아어로 더빙해서 소개하는 수업자료를 만드는 모습.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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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는 다문화 학생들이 많아요. 제가 알기에 김해는 안산 다음으로 외국인들이 많은 곳이에요. 2019년 김해시 다문화 학생 수가 1700명 정도 돼요. 올해 저희 반에도 다문화 학생들이 3명 있어요. 이 친구들은 부모님들도 한국어에 서툰 분들이 많으세요.

학교는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강의를 시작하지만, 이 친구들은 한국어에 서툴기 때문에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일 것이 뻔해요. 저는 공교육에서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해서 러시아어를 하는 우리 반 3명의 아이들을 위해서 온라인 강의를 러시아어로 더빙해 소개하는 수업자료를 만들고 싶어요."


김해 지역 한 초등학교 김준성 선생님의 말씀을 처음 듣는 순간,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문화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에 소외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기사를 봤었지만 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았습니다. 5일 오후에 경남 김해로 출발했습니다. 김해글로벌청소년센터가 촬영장소였습니다.

"언어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수업 준비 중인 김산드라 선생님과 김해글로벌청소년센터 사회적협동조합 손은숙 이사장님.
 수업 준비 중인 김산드라 선생님과 김해글로벌청소년센터 사회적협동조합 손은숙 이사장님.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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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해서 시도교육청, 의회, 다문화센터에 연락했으나 기관이다 보니 절차상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겠더라구요. 하지만 당장 아이들은 16일, 20일에 개학하기에 시간이 1~2주 밖에 없었어요. 우연히 김해글로벌청소년센터 사회적협동조합에 문을 두드렸고, 손은숙 이사장님께서 장소 협조와 외국인 선생님을 소개해 주셨어요. 정말 큰 힘이 되었죠.

저는 상상만 했는데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 주셨어요. 저는 편집, 수업을 할 수 있지만 더빙은 못하니까요. 근데 손은숙 이사장님께서 김산드라 선생님을 소개해 주셨고, 산드라 선생님께서도 저의 생각을 듣고선 흔쾌히 동참해 주셨어요. 근데 섭외된 외국인 선생님께 무조건 봉사만 해달라고 하기에는 죄송했어요.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일이잖아요. 제가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원인데 경남실천교사교육모임에 이야기하니 저를 응원하시며 강사비를 지원해 주셨어요. 실천교육교사모임에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이 영상이 더 많은 다문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러시아어 더빙만 할 수 있지만, 앞으로 동남아, 중국어로도 더빙했으면 해요. 욕심이 있다면 지금부터 제작되는 영상이 코로나 현 시국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언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아이들 공부에 도움이 되는 영상으로 남기를 바라요."

김준성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저는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한 가정의 아빠이고 한 학급의 담임이신데, 모든 장비를 사비로 마련하여 주말까지 아이들을 걱정하고 애쓰시는 모습에 감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문화 학생이나 부모님들의) 요구는 없었습니다. 무엇인가를 요구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혜택일 수 있어요. 그 부모님, 학생들은 한국어도 서툴고 한국이 어색해서 요구조차 할 수 없어요. 단지 저는 먼저 배려한 것뿐이에요. 우리 반 세 명의 친구들은 제가 1년은 책임져야 하잖아요. 뭘 해야 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찾다가 이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김준성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김산드라 선생님과도 인사를 나눴습니다. 산드라 선생님은 미국인이신데 한국에 10년 이상 거주하셨고 러시아어, 영어, 한국어가 가능한 분이셨습니다. 평소에도 다문화 아이들과 캠프도 하시고 학습도 도와주시는 등 김해글로벌청소년센터에서 봉사하고 계셨습니다.

"김막심, 박브라직... 고국으로 돌아온 귀한 아이들"
 
 촬영 중이신 김준성 선생님과 이동탁 선생님
 촬영 중이신 김준성 선생님과 이동탁 선생님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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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아마추어였지만 진지하게 방송에 대해 논의하고 촬영이 시작되었습니다. 2시에 시작된 촬영은 4시가 넘어서 끝났습니다. 총 영상 시간은 30분이 안 되지만 찍고 또 찍었습니다. 같은 말을 계속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김준성 선생님과 이동탁 선생님께서 수업 영상을 찍으셨고 저는 더빙스쿨TV 홍보영상과 현 시국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을 찍었습니다. 이동탁 선생님은 학교에서 다문화 업무를 하셨고 다문화 아이들에 대한 관심도도 높았습니다.

"다문화 아이들은 순수한 아이들이에요. 요즘은 덜하지만 다문화 아이들이라고 편견을 가지신 분들을 보면 속상할 때가 있어요. 외국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모두에게 득이 되지요. 아이들끼리 노는 것을 보면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되레 아이들은 금방 친해지고 잘 놀아요. 부모님들께서도 자녀분들께 다문화 아이들을 보며 편견을 갖지 마시고 똑같은 우리 아이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다문화 아이들을 대하며 궁금했던 것이 있었어요. 김막심, 박브라직 등 한국 성씨인 애들이 많았어요. 물어봤죠. 아이들이 교포 3세들이었어요. 먼 옛날 중앙아시아로, 동남아로 갈 수밖에 없었던 한국 조상을 둔 아이들이었어요. 한국에 단지 돈 벌러 온 부모님을 따라온 아이들이 아니었어요. 고국으로 돌아온 것이죠. 저는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당연한 것이지만 이 아이들도 귀하게 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분들은 업무나 강요에 의해 주말에 나와 영상을 제작하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교육에 소외받을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만으로 모여 일하고 계셨습니다. 제작과정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에 이런 분들이 계시다는 것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영상을 찍고 작업을 마무리하니 4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
 
 "더빙스쿨"과 함께 하는 사람들.
 "더빙스쿨"과 함께 하는 사람들.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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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빙스쿨TV'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4월 6일 첫 영상이 올라왔고 영상 제목까지 아이들을 배려해 러시아어로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비록 러시아어 더빙만 가능하지만,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면 여러 언어 더빙 작업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유튜브에 '더빙스쿨TV'를 검색하시면 어떤 수업인지 금방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다문화 학생들이나 부모님들께서 보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학교는, 선생님은, 믿을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혹시 소통의 어려움으로 학교에서 외로울 친구들이 우리 방송을 보며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저는 우리 반 아이들이 좋을 뿐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교육부도, 학교 현장도, 부모님들도, 그리고 아이들도 모두 혼란스럽습니다.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중요합니다. 출결, 과제, 진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에 믿음을 줄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합니다. 

의료진분들이 현장에서 국민들을 위해 수고하시는 것처럼, 교사들도 아이들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믿고, 학교를 믿는다면 지금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배려하는 '더빙스쿨TV'를 응원합니다. 함께 하면 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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