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 충북인뉴스

관련사진보기


충북여중 성폭력 가해 교사들이 지난 2월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 및 법정구속, 벌금 300만 원과 관련 기관 취업제한 3년을 각각 선고받았습니다. 두 교사는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학생들이 입은 2차 피해는 심각했습니다. 가해 교사의 협박이 담긴 음해 편지, 동료 교사와 가족의 협박과 회유까지. A를 비롯한 학생들은 2차 피해를 감당하며 재판에 임해 승소를 이끌어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교사 한두 명 처벌받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고 말합니다. 여전히 자신들이 고발한 교사가 아무런 처벌 없이 '선생님'으로 교단에 서 있다고 전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교직사회와 학교, 교육청의 방관과 묵인이 학교를 '그래도 되는 곳'으로 만들었다고 학생들은 말합니다. <충북인뉴스>가 충북 스쿨미투 잔혹사 '1부-교복을 벗고 법정에 서다' 후속으로 '2부-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를 연재합니다. - 기자 말
   

스쿨미투 이후 힘들게 안정을 되찾은 A. 그의 평온은 오래가지 못했다. 언제부터인가 교사가 재판을 받는다는 소문이 주변에서 들려왔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받아 갔다는 이야기도 친구로부터 전해 들었다. 모든 건 말 그대로 '소문'일 뿐이었다. 충북여중 성폭력 피해 조사를 진행했던 학교도, 교육청도, 경찰도, 누구 하나 A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는 곳이 없었다. 재판을 둘러싼 '카더라'식 소문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학교를 그만두고 혼자 지내던 A를 집어삼켰다.

그 무렵 A는 졸업생으로부터 SNS 메시지를 받았다. 스쿨미투 운동을 같이 한 주변 친구들도 비슷한 연락을 받았다. A와 친구들은 재판 때문일 거라 짐작했다. A의 친구들은 "너무 무섭다"며 벌벌 떨었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가해 교사 측이 어떤 일을 꾸미는지 전혀 알지 못했기에, A와 친구들은 더 공포스러웠다. A는 "들려오는 이야기의 진위 여부도 파악할 수 없었고,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알 수 없었다"며 "고립됐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날벼락
 
2019고합000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제추행 등)

"정당한 사유 없이 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은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강제구인할 수 있으며, 과태료를 부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7일 이내의 감치에 처할 수…"

"위 사건의 사실관계 등을 파악하기 위하여 귀하를 증인으로 채택하여 신문하게 되었으므로, 아래의 일시, 장소에 출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다 A 앞으로 증인소환장이 도착했다. 난생처음 받아든 종이 한 장의 무게는 무거웠다. 법원이 보낸 서류에 쓰인 용어들은 A에게 너무 낯설었다. A는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소문의 진위를 이런 방식으로 확인했다. 왜 나오라는 건지, 가서 무얼 해야 하는 건지, 법원에 갔다가 가해 교사를 마주치지는 않을지 걱정됐다.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갑작스레 자신에게 날아든 증인소환장에 두려움을 느낀 건 A만이 아니었다. 수사나 재판 진행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던 학생들은 집으로 배달된 증인소환장에 몸을 떨어야 했다. 지난 2018년 스쿨미투 당시 가해 교사 처벌 의사를 밝혔던 피해 학생들은, 재판이 시작되면 증인으로 나서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에도 듣지 못했다.

충북여중 가해 교사 재판에 선 또 다른 학생 B는 "증인소환장을 받게 돼 엄청 갑작스럽고 놀랐다. 한번도 재판에 가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무서웠다"고 전했다. B 역시 가해 교사가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자신에게 증인소환장이 날라올 것이라는 점도 알지 못한 채 소환장을 맞이했다.
 
 충북여중, 충주여고 스쿨미투 고발 학생들이 법원으로부터 받은 증인소환장. 학생들은 증인소환장을 받기 전까지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스쿨미투 생존자들 제공
 충북여중, 충주여고 스쿨미투 고발 학생들이 법원으로부터 받은 증인소환장. 학생들은 증인소환장을 받기 전까지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스쿨미투 생존자들 제공

관련사진보기


비단 충북여중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8년 스쿨미투로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충주여고도 사정은 같다. 지난해 8월 법정에 출석해 피해를 증언한 충주여고 졸업생 C씨는 "증인소환장을 받고서야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전까지는 진행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 소환장을 받아 당황스럽고 겁이 많이 났다. 부모님이 증인소환장을 먼저 받았는데 걱정을 너무 많이 했다"고 전했다. 청소년인 학생들이 교사를 상대로 증인석에 서야 했지만, 교육청의 사전 안내나 보호 조치는 전무했다.

교육부 조력 가이드라인 있지만… '혼자', '엄마랑' 재판 간 학생들

조력 없이 재판에 선 학생들은 증인으로 서기까지의 과정 자체가 매우 두려웠다고 입을 모은다. 충주여고 C씨의 경우 재판에 혼자 출석했다가 신원이 노출되는 일을 겪었다. C씨는 "재판에 나갈 때도 증인 보호 절차(가-피해자 분리) 같은 것을 잘 몰랐다. 증인소환장에 적힌 대로 재판이 열리는 법정에 바로 들어가는 바람에 내 얼굴이 노출됐다. 바로 검사가 증인 대기실로 데려갔지만 (가해 교사가 봤을까 봐) 걱정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지난 2018년 교육부가 발간한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중, '성폭력 관련 학생 조치' 부분 일부 ⓒ충북인뉴스
 지난 2018년 교육부가 발간한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 중, '성폭력 관련 학생 조치' 부분 일부 ⓒ충북인뉴스
ⓒ 충북인뉴스

관련사진보기


학생들은 실제 피해자로서 재판에 출석하는 과정을 철저히 혼자 감당해야 했다. 성폭력 피해 지원에 관한 교육부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충북교육청이 이를 따르지 않은 탓이다. 교육부가 2018년 발간한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개정판)은 성폭력 사건의 피해 학생에게 필요한 조치가 명시되어 있다. "수사기관의 조사 및 법원의 동행", "법률구조기관 등에 필요한 협조와 지원요청" 등이다. 청소년인 성폭력 생존자가 교사인 피고인을 상대로 한 재판에 나설 때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와 위축감을 고려한 필수적인 지원책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성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지원책을 알지 못하니 도움을 요청할 방법이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재판에 나선 B 학생은 "교육청의 지원에 관한 내용은 전혀 모르고 있어서 요청할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가이드라인대로 교육청 관계자가 법원에 동행하거나 법률적 조력자가 있었더라면, 법정 앞에서 벌어진 교사 측의 2차 가해(관련기사:
"애들이 양심도 없이" 법정에서 미투 제자 탓한 교사)도 없었을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충북인뉴스는 정통시사 주간지 충청리뷰에서 2004년5월 법인 독립한 Only Internetnewspaper 입니다. 충북인뉴스는 '충북인(人)뉴스' '충북 in 뉴스'의 의미를 가집니다. 충북 언론 최초의 독립법인 인터넷 신문으로서 충북인과 충북지역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정론을 펼 것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