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지침을 안내하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이미지 출처=천주교 서울대교구 홈페이지 갈무리)
▲ 종교 집회마저 중지시킨 코로나19 사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지침을 안내하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이미지 출처=천주교 서울대교구 홈페이지 갈무리)
ⓒ 정중규

관련사진보기



그야말로 코로나 세상이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 달라는 권고에 따라 모임을 갖거나 대면 접촉을 조심해야 하기에, 여야 막론 비례대표 의석 노린 위성정당 관련 소식만 요란할 뿐 총선마저 분위기가 뜨지 않는다.

더 치명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곳이 종교계다. 면벽 수행(面壁修行) 하지 않는 한 종교 행위는 모임을 통한 친교다. 교회라는 말 자체가 라틴어로 회중(會衆, ekklesia)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모임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종교계를 곤란하게 하는 것인지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하필이면 코로나19 사태 확산의 진원지로 신천지교회가 되면서 신도가 모이는 종교 집회가 호된 비난의 대상이 되자, 각 종단에선 자의반 타의반으로 종교 집회를 중단하게 된다.

천주교회의 경우 창립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미사를 전면 중단시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고, 대한불교조계종에서는 지난 2월 20일부터 전국 사찰의 법회를 중단하고 있다.

신천지교회로 인해 눈총을 받고 있는 개신교계 역시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온라인으로 예배를 대체하고 있지만, 일부 교회에서 '교회당 예배'를 고집해 지자체와 갈등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그럴지라도 대체적으로 종교계의 집회 중단 조치가 4월 초까지는 이어질 듯하다.
 
지난 해 12월 14일 성탄 자정미사가 봉헌 중인 명동대성전 모습
▲ 코로나19 사태 하루빨리 끝나 명동성당에 환하게 불이 켜지기를 지난 해 12월 14일 성탄 자정미사가 봉헌 중인 명동대성전 모습
ⓒ 정중규

관련사진보기



문제는 양대 종교의 가장 큰 축일인 부활절과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부활절은 4월 12일이고, 부처님오신날은 4월 30일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의 경우 애초에 '부처님오신날' 관련 행사를 5월 말로 미뤘지만, 부활절을 앞둔 교회의 고민이 큰 것 같다.

한 달 가까이 종교 집회를 중단했던 교회에서 최근 종교 집회 재개 이야기가 솔솔 나오는 이유다. 우선 천주교회에서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오는 4월 2일부터 특별한 상황이 없는 이상 '질병관리본부가 권유하는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킨다는 전제 하에' 성당에서 올리는 미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점은 특히 부활절연합예배를 중요시하는 개신교계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진정되기는커녕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팬데믹(pandemic) 상황으로 치닫고 있고, 신천지교회 경우에서 보듯 소규모 집회 장소에서도 전염되고 있어서 종교 집회를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선 의문이 들고 있다. 한국 종교계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비중이 남다른 천주교를 비롯해 각 종단들의 종교 집회 재개를 신중히 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다.

'교회당 예배'를 고집하며 지자체와 갈등을 빚고 있는 개신교회들 가운데 특히 재정적으로 열악해 헌금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교회들이 즉각 따라 나설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그로인해 코로나19 사태가 재확산될 경우 이번엔 신천지교회가 아닌 천주교회가 그 책임을 온전히 떠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마침 프란치스코 교황이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올해 부활절 미사는 신자 참석 없이 인터넷 중계로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바티칸 교황청이 있는 이탈리아가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이는 전 세계 가톨릭교회를 향해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한 글로벌 연대'를 촉구하기 위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또한 교황청 경신성사성(敬信聖事省)에서도 성삼일 관련 교령을 통해 '주님 만찬 성 목요일 발씻김 예식 생략', '주님 수난 성 금요일 보편지향기도는 병자와 죽은 이들,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바침' 등을 권고했다.  

성전의 문은 닫혀 있지만, 신앙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

그러면서 교회의 의미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에 들어가게 된다. 교회란 건축물인 성전만이 아니고, 하느님 백성이다. 성당이나 예배당에서의 미사와 예배 같은 공적 전례가 멈춘 이 시대, 신앙생활이라 하면 그저 종교 집회에 모이는 것으로만 여겼던 우리들의 전통적 신앙관을 한번은 성찰해볼 시간이 아닐까 여겨진다.

성전의 문은 닫혀 있지만, 교회라는 공간의 울타리 밖에서 새로운 신앙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잖아도 코로나19 사태로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무료급식이 모두 중단된 가운데 인천지역 목회자들이 이들을 위해 음식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는 소식도 들린다. 천주교 대구교구에서 한티 피정의 집을 '코로나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한다는 소식은 말 그대로 복음이다.

교회라는 공간의 울타리 밖에서 교회가 그동안 실천하지 못했던 것들을 실천할 수 있는 현장이 오히려 열리고 있는 것이다. 부활절은 참회의 시기 사순절 다음에 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과 종교단체들이 나눔을 실천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우리 사회의 진정한 부활은 그렇게 올 것이다.

태그:#코로나19, #천주교회, #미사, #종교집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국민의힘 정권교체동행위원회 장애인복지특별위원장, 대구대학교 한국재활정보연구소 부소장,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수석부회장,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