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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희 민변 대구지부 변호사가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연합정당 관련 주장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찬반을 포함 다양한 논쟁글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1일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례대표 연합정당'과 관련, "연합정당에 참여하면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의석을 하나도 추가하지 않고 앞순위는 소수정당에 배정하고 뒷순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 이해찬 "비례연합정당 참여 때 앞순위는 소수정당에 배정"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1일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례대표 연합정당"과 관련, "연합정당에 참여하면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의석을 하나도 추가하지 않고 앞순위는 소수정당에 배정하고 뒷순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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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선거연합정당'이 '민주진보 진영'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민주당이 참가 여부를 당원투표로 결정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 언론이 민주당의 결정에 의하여 선거연합정당(이하 "선거정당")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사태를 이야기하고 있다. 모두가 아는 대로 미래통합당이 이른바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창당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를 덜컥 받아 등록해 주면서 위성정당 논란이 벌어졌다.

사태가 복잡해졌다. '진보원로'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어느 변호사가 제시한 "선거연합정당" 개념을 가지고 가설정당 창당을 주창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당, 정의당, 민생당과 민중당 등 원내정당, 녹색당, 미래당 등 원외 소수정당들에게 가설정당에 합류하여 비례대표 선거를 함께 치르고 의석을 나누어 가지자고 제안하고 있다. 그들은 만들고자 하는 가설정당의 이름은 "정치개혁연합"이고 그 목적은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 완수'라고 밝히고 있다. 그들은 그 가설정당을 "선거연합정당"이라는 개념으로 부르고 있다.

선거연합정당(이하 "선거정당"이라 약칭함) 주창자들의 문제의식은 미래한국당의 등장으로 현 상태에서 총선을 치르면 이른바 '민주진보진영'이 패배한다는 것이다.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 공천을 하지 않고, 보수층 유권자들이 그에 호응하여 미래한국당에 투표해 미래한국당이 비례 의석을 다수 확보하는 반면에, 민주당은 정당득표를 높게 받아도 비례대표 의석 배정을 한 자릿수밖에 받을 수 없어 전체적으로 수구세력에게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전체 비례의원 47석 중 병립형으로서 정당득표율 관계없이 지역구 선거의 결과에 의존하는 의석 17석 가운데 6~7석을 민주당이 가져오는 것 외에 정당득표율에 의해 배분하는 30석 중 대부분의 의석을 미래한국당이 가져가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미래통합당, 미래한국당이 통합해 제1당이 될 뿐 아니라 심지어 과반수 확보까지 가능할 수 있고, 이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탄핵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방안이 선거정당이라는 이야기다. 그들은 더 나아가 선거연합정당은 의석의 상당수를 진보적 성향의 소수정당들에게 배분할 수 있게 되며, 그것이야말로 다양한 소수정당들이 원내에 진출할 수 있게 하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혁 취지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정치정세 인식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비교섭단체 대표연설 나선 한선교 미래한국당 한선교 대표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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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이들의 문제의식이 나온 배경, 즉 현재의 정치정세에 대한 인식이 올바른가를 살핀다.

첫째, 현재의 선거국면이 '민주진보세력'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형편인가. 대표적으로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보고서는 "지역구 선거에서는 지고도 미래한국당의 편법 이익으로 원내 1당이 될 것"을 걱정한다. 지역구 선거에서 승리를 전제로 하는 주장이고, 그만큼 민주당은 지역구 선거에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민주당이 원내 1당을 확보하지 못하면 큰일이 나는가.

설사 미래통합당이 원내 1당이 된다고 하더라도 반대 측은 민주당 외에 정의당, 민생당 등 지역구와 비례대표에서 상당한 의석을 확보한 3, 4위 정당이 형성된다. 즉 수구세력의 반대 측이 과반수 확보를 하는 것은 정상적 선거가 이루어지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선거연합정당이라는 악수를 두어서 중도층이 완전히 돌아서고 지지층도 투표장에 잘 나오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자초하지만 않는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즉, 통합당이 1당이 되는 것이 예상된다고 하여 이른바 '민주진보진영'이 편법을 사용할 만큼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촛불 혁명 세력의 비례대표 후보 단일화를 통해 탄핵세력이 1당이 돼 탄핵을 추진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는 상식을 벗어난 과도한 상상이다. 원내 1당이 된다고 해서 탄핵을 추진할 수 있는가. 국회의 탄핵소추 가결의 요건은 재적의원 2/3이다. 통합당이 원내 1당을 넘어 과반을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탄핵소추는 불가능하다. 탄핵을 막기 위하여 통합당에게 1당을 내어주면 안된다는 것은 과도한 공포를 조장하는 패배주의이자, 민주당과 일정 정도 연대를 하는 원내외 소수 정당들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폭력적 논리이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탄핵을 막기 위하여, 혹은 수구세력의 과반수 확보를 막기 위하여 선거연합정당이라는 무리수가 필요하다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선거연합정당, 정당한 주장인가

다음으로 이른바 "선거연합정당"이 과연 국민을 위하여 필요하고 정당한 주장인가, 그리고 실효성이 있는가를 살펴본다.

첫째, 선거정당은 창당과 활동 자체가 유권자들을 속이는 과정이며, 20년 가까운 세월 각고의 노력 끝에 달성한 정치개혁의 작은 성과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웃음거리로 만들게 될 것이다.

연합정당 주창자들은 각 당의 비례대표 후보들이 선거기간에 잠시 선거정당 소속으로 옮겼다가 당선되면 각자의 소속 정당으로 복귀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92조에 의하면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다른 정당으로 가는 것은 소속정당의 합당·해산 또는 제명의 방법밖에 없다.

유권자에게 정책을 제시하고 지지를 호소한 정당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해산결의를 하는 것, 혹은 당선된 국회의원 전원을 제명 처분하는 것, 그것을 지지자들과 유권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선거정당 참여는 2002년부터 거대정당의 정치독점과 민의의 왜곡,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해 온 정치개혁운동의 작지만 소중한 열매인 비례대표제를 유명무실화시키는 대열에 이른바 '민주진보진영'이 수구정치세력과 나란히 서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선거정당은 유권자를 기만하는 위성정당으로서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해산되어야 할 위헌정당이다. 정의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피청구인으로 하여 미래한국당 중앙당 등록 수리행위가 정의당의 정당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한 위헌적 행위이므로 그 등록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정당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의 자발적 조직"이다.(정당법 제2조)

미래한국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이 목적이 아니고 미래통합당의 선거전술을 위한 위성정당이다. 그래서 정당한 목적이 없고, 특정 정당의 꼭두각시라는 점에서 국민이 자발적으로 건설하고 운영하는 조직이 아니다. 즉, 정당이 아닌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이른바 선거연합정당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통합당을 위한 미래한국당이 위헌이듯이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의 정치적 목적으로 창립되는 선거정당 역시 위헌인 것이다.

셋째, 어떤 사람은 선거연합정당은 통합당의 위성정당과는 다르며, 유럽에서 흔히 보이는 선거연합의 한 형태로서 정당한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아니하다.

'선거연합'은 각 정당이 그 정당의 고유한 정체성과 조직을 유지하면서 공동의 강령, 공동의 선거 행동을 위해서 연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뉴질랜드의 동맹(Alliance)과 스페인의 포데모스(Podemos)가 그에 해당한다. 그런데 우리 선거법은 단일 정당만 비례명부를 제출하여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그 가능성이 봉쇄되어 있고, 이 부분은 정치개혁의 다음 과제로 남겨져 있다. 이른바 '선거연합정당'은 어떠한가.

'선거연합정당'은 연합을 한 정치세력들이 자신의 고유한 정당을 유지하면서 별도의 형식적인 정당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유럽형의 선거연합과 다르다. 오직 비례대표의 당선을 목표로 하여 가설정당을 만들고 선거가 끝나면 그 정당을 형해화시켜 버리는 위성정당의 본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미래한국당과 차이라면, 미래한국당은 미래통합당 단독의 위성정당이고, '선거연합정당'은 민주당 중심의 여러 세력이 연합한 위성정당인 것이다.

넷째, '선거연합정당'은 이른바 민주진보진영의 총선 패배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수구정당 지지자들은 "옳은 것"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이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에 비하여 진보정당 지지자들은 "이기는 것"이 있더라도 "옳은 것"을 버리지 못한다. 민주당 지지자들 다수도 내놓고 대의명분을 버리고 민주당이 결정한다고 하여 따라가지 아니한다. 이른바 '민주진보진영' 정당 지지자들은 미래통합당 지지자들과 달리 자신의 지지정당이 편법을 동원하는 것을 보면서 실망할 것이다.

이것은 비례 위성정당을 창당하면 통합당 지지자들은 열심히 투표장에 나와 지역구는 한나라당, 비례투표는 위성정당을 찍겠지만, 민주당이나 정의당, 녹색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투표장에 나올 의욕이 많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중도층은 '선거연합정당'을 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 인식하고 한나라당 위성정당과 같은 반열에 놓고 평가하며, 실망감을 크게 표현할 것이다. 중도층의 멀어짐으로 인하여 박빙의 지역구 선거에서 패배할 개연성이 높고 이는 민주당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그에 더하여 서로의 신뢰가 약한 상태에서, 민주당이 기득권 유지와 눈앞의 이익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현재 상태에서 볼 때, 선거연합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부끄러운 모습이 노출될 것이고, 이는 유권자의 마음을 더욱 멀어지게 할 것이다. 결국 비례대표 선거에서 몇 석 더 얻으려 하다가 지역구 선거를 망치고 더 나아가 전체 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설훈 의원은 이를 '소탐대실'이라고 표현하였다.

현 사태의 책임은 누구에게?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중앙선관위의 미래한국당 창당 수리 취소소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성실, 조혜민, 박인숙 후보, 강민진 대변인.
▲ 정의당, 미래한국당 창당 수리 취소소송 기자회견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중앙선관위의 미래한국당 창당 수리 취소소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성실, 조혜민, 박인숙 후보, 강민진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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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한국당 사태가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박근혜 탄핵 이후 국회의원 압도적 다수가, 그리고 바른미래당까지 포함하여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정파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전환을 정치개혁의 핵심으로 이해하고 찬성하고 있을 때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여 이를 거부하고 미루어 오다가 선거 직전에야 급하게 누더기가 된 비례대표제 개정안을 통과시킨 민주당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에 있다.

현재 상태에서 민주당이 정치공학과 다수의 힘으로 선거연합정당을 밀어붙이는 것은 의석 몇 개 더 확보한다는 눈앞의 이익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로써 정치개혁의 완수를 통한 실질적 민주주의의 실현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또 정치개혁 입법을 무력화시키는 수구세력의 정당성 확보에 기여하여 종국적으로 한국 정치의 후퇴와 민주주의 개혁의 퇴보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 선거에 승리하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바른길을 가는 것이 해답이다. 굳이 정치공학을 활용하고 싶다면 자신의 이익을 모두 내려놓고 정의당을 비롯한 소수 정치세력이 정치연합의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민주당은 더이상 손해를 보지 않고, 수구정당이 승리하는 것을 막으며, 소수정치세력이 성장하는 것을 돕게 될 것이다.

그것은 꼭두각시 위헌정당을 창당하는 술수가 아니라 각 정당이 자신의 위치를 지키면서 민주주의와 개혁을 위한 대연합을 통해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이다. 이렇게 해야 선거의 승패와 관계없이 20대 국회에서 민주당의 교만과 오판으로 누더기가 된 정치개혁의 기운을 다시 살려서 다음 국회에서 제대로 된 정치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제 결론을 내리자. 민주당은 꼼수에 꼼수로 대응하다가 시민들로부터 몽둥이를 맞는 일을 피하고, 자신의 욕심을 억제하여 전체의 이익을 가져오는 길을 선택하는 용기를 내기 바란다.

그것이 대통령의 탄핵 운운하는 소리를 잠재우고, 장기적으로 한국의 준극우세력에게 현재와 같은 과분한 지지가 아니라 자신에게 합당한 수준의 지지를 찾아주는 길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해야 이번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선거연합정당은 패배의 지름길이다. 민주당과 일부 소수정당들이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로 대응하는 방법을 취하여 최악의 결과를 맞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

태그:#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선거연합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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