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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15일차 파업투쟁 이야기를 통해 이들의 삶과 직접고용 투쟁 과정을 두 차례에 걸쳐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기자말]
 대구시 동구 신서동 혁신도시, 한국가스공사 본사
 대구시 동구 신서동 혁신도시, 한국가스공사 본사
ⓒ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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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으로 직접고용 쟁취하자!"

2월 21일 오전 대구광역시 동구 혁신도시 한국가스공사 본사 앞. 붉은 조끼를 입은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공공운수노동조합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이 15일차 파업 출정식을 하고 있다. 이들은 2월 7일부터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한국가스공사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1200여 명에 대한 직접고용 전환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2월 18일 대구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직후 급속도로 확진자 수가 증가하자 파업 중인 노동자들도 마스크를 쓰고 손 세정제로 손을 닦아가며 농성을 하고 있었다.

이날 이태용 지회장(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 대구본사지회)은 "정규직이 영원한 정규직이겠습니까? 우리 비정규직이 이 불평등한 사회에 저항하지 않으면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라는 말과 함께 마틴 니뮐러 목사의 시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를 낭독했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그들이 사회민주당원들을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를 덮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2017년 11월 이후 최근까지 노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기 위해 15차례 노사전문가협의회와 9차례 집중협의를 진행했다. 사측은 자회사 전환을 주장해 오다가 지난해 말 전 직종에 대한 직접고용안을 제시하면서 단서를 붙였다.

"미화를 제외한 나머지 직종을 다 공개채용으로 하고, 정년은 60세로 하겠다고 했어요. 여기에 대한 쟁점을 좁혀가면서 토론할 단계였는데, 가스공사가 그 안이 한 개인의 안이라면서 다 뒤집어버렸어요. 가스공사는 소방·파견만 직접고용하고, 나머지(미화·시설·특수경비·전상 등)는 다 자회사로 보내겠다고 했고, 자회사도 두 개를 만들어 특수경비는 따로 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쪼개놓겠다고 했어요.

협의회 사측 인원이 계속 바뀌면서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토론과 관계없는 이야기를 하고 빈정거리는 듯한 태도를 보였어요. 말하다 막히면 '공사지부(정규직 노동자들,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에서 직접고용을 반대해서 그렇다', '직접고용을 하면 정규직의 고용불안이 발생한다', '우린 어쩔 수 없다' 이런 식으로."
- 홍종표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 공동지부장


홍종표 지부장은 비정규지부가 별도 직군, 별도 임금,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정규직 노동자들과 아무런 이해관계 충돌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과 섞여 일하는 것이 불편하고, 갑의 위치를 상실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규직 노동자들이 퇴직 후 간부로 들어올 기회를 만들기 위해 자회사를 만드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그의 말처럼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회사는 '정규직 퇴직자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홍 지부장은 23년 전인 1997년 IMF 구제금융 시기에 1~2주 이내에 정규직이 된다는 말을 믿고 한국가스공사의 자회사인 한국가스기술공사에 임시직으로 들어갔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그동안 자회사에서 용역회사로, 심지어 가스공사의 손자회사에 근무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끝내 가스기술공사 정규직도, 한국가스공사 정규직도 되지 못했다.

회사를 서울에서 경기도 성남으로, 그리고 대구로 수없이 옮겨 다녔음에도 그는 여전히 비정규직이다. 3년 전 정규직 전환을 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이제는 용역에서 다시 자회사로 가라고 하니 돌고 도는 비정규직 인생에 기가 막힐 뿐이다. 현재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는 업무는 원래 정규직이 하다가 1997년 IMF 이후 외주화가 된 것들이다.

직접고용하면 대량해고, 자회사 가면 비정규직으로 고용승계?
 
 2월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 파업 초기, 한국가스공사 로비 집회
 2월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 파업 초기, 한국가스공사 로비 집회
ⓒ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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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기한 파업과 사장실 농성 등에 들어가자 사측은 2월 10일 "정규직 전환 정책에 적극 공감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17.07.20)'을 준수하여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자회사 방식의 경우 직종별 현행 정년(미화·시설관리 65세, 그 외 직종 60세)을 그대로 인정하고, 채용방식에 있어서도 전환채용을 하여 고용안정을 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한국가스공사는 2019년 12월 말 기준 정규직 전환 대상자 1천 명 이상인 공공기관의 81.8%가 자회사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하였다며, 자회사가 사회 분위기에 반하는 게 아니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는 직접고용을 할 경우, 정년은 60세로 줄이고 공개채용을 해서 대량 해고를 할 것이니 자회사에 가라는 강요에 가깝다.

정년이 60세로 하향될 경우 15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가스공사를 떠나야 한다. 공개채용 역시 현장에서 일만 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해고 통보나 다름없다.

홍종표 지부장은 한국가스공사의 정규직전환 입장은 상시·지속 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정규직 전환 취지와 전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의 취지는 상시·지속 업무를 해온 노동자들이 일하던 그 자리에서 그대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60세 이상자가 근무하는 직종이 청소·경비 등 고령자 친화 직종에 해당하는 경우 기관이 별도의 정년을 설정'할 수 있고, '현재 근로하는 중인 근로자 전환 원칙'도 명시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월 말에도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파업에 들어갔으나 사측이 "최적의 정규직 전환 방안을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여 이틀 만에 파업을 종료했다. 이번 파업 중에는 채희봉 사장 면담을 요구하며 사장실에서 농성을 하였고, 성영규 부사장이 한국가스공사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관한 단독 협의를 약속하여 3일 만에 사장실 농성을 해제하기도 했다. 사장실 농성을 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국가스공사 측이 계속 '외부인', '불법점거' 등의 발언을 해서 서럽고 속상했다고 했다.

용역회사에서 떼 가는 돈만 돌려달라는데...

한국가스공사 본사가 대구로 이전해 온 2014년부터 이곳에서 건물 청소 등의 미화 업무를 해온 박현숙씨의 이야기다. 

"저는 이렇게 나서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노조 하는데 크게 관심도 없었던 사람인데, 조장을 하게 되고 지역순회도 하게 되면서 이 자리에도 서 있게 됐습니다. 사실 화장실 문제 때문에 제가 많이 속이 상합니다."

한국가스공사가 파업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화장실 이용하는 것조차 막아 여성노동자들이 인근 산 밑에 가서 볼일을 보았다는 것이다. 일주일 전까지 한국가스공사 안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었는데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사측은 아무 설명 없이 건물 출입을 막고 건물 입구 안내소에 있는 화장실조차 사용하지 못 하게 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파업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출입차단을 중단하라는 지도를 했음에도 한국가스공사는 여전히 출입 차단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많은 거 바라는 거 아니잖습니까. 별도 직군, 별도 임금 한다는데 왜 우리 말을 안 들어 줍니까? 우리는 그냥 지금 하는 일 그대로 직접고용으로 하게 해주고 원래 했던 것처럼 65세까지 일하게 해달라는 것뿐입니다. 용역회사에서 떼 가는 돈 우리한테 돌려주는 걸로 만족한다는데도 왜 못 알아듣는 겁니까?"
 

박씨는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는 자리에 책임 못 지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또 65세까지 일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힘들어도 참았는데 정부 지침 대로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라고 하자 60세로 정년을 낮추겠다는 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 파업투쟁 15일 차, 한국가스공사 앞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 파업투쟁 15일 차, 한국가스공사 앞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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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숙씨는 오전 6시에 출근해 화장실과 사무실, 회의실 등 한국가스공사 건물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일을 7년째 하고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밖에서 하는 제초 작업과 정규직 노동자들이 운동시설에서 사용하는 운동복과 타월 세탁도 박씨가 해 온 일이다. 그사이 용역업체가 3번 바뀌었지만, 그는 그 회사들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지금 우리를 맡은 회사는 인천에 있어요. 우리는 사장님 성도 이름도 몰라요. 주소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용역회사에서 박현숙씨는 1년에 한 번씩 계약서를 새로 썼다. 한국가스공사가 위장도급 책임을 피하기 위해 만든 현장 대리인(소장, 한국가스공사 정규직 퇴직자)은 미화 노동자들에게 고용을 미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는 게 박씨의 주장이다. 박씨에 따르면 한 달 내내 모아 판 폐지 비용을 독식하고, 노동자들이 휴가를 쓰거나 자녀가 결혼할 때 각각 5만 원과 20만 원을 내게 하기도 했다고.

일반 엘리베이터도 타지 못 하게 해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녔다는 그는 "지금은 일반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습관이 돼 자꾸 화물칸으로 가는 노동자도 있다"고 했다.

임금은 호봉 없는 최저임금. 이마저도 초기에는 다른 곳보다 많다며 깎더니 4년간 동결한 적도 있었다. 문제제기 하는 사람은 큰 고초를 겪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재계약 못 한다' 협박 식으로 얘기를 해요. 그러니까 전부 다 입은 있는데 말은 못 하고..."

박씨는 한국가스공사 정규직 노동자들은 미화노동자들을 갑질 할 상대도 안 된다 생각하는 거 같다고 했다. 늘 그림자 취급하고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저희는 그냥 청소하는 사람이에요. 저희에게 별로 관심이 없어요. 무관심 그것도 갑질 아닌가요? 일하러 왔으니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지만 그림자 같다는 느낌을 받아요. 화장실에서 변기 닦고 세면대 닦고 있어도 남자분들이 바지춤을 올리면서 들어와요. 처음 일하는 사람들은 당황해하고... 본사 젊은 신입 직원이 백 명씩 와서 교육받을 때는 엘리베이터나 식당에서 줄 서 있다가 우리를 보면 깍듯이 인사를 해요. 그런데 서너 달 지나면 바뀌어요. 위에서 그렇게 하니까. 그런 예우는 바라지도 않아요. 인사해도, 안 해도 상관없어요. 우리가 바라는 건 직접고용이에요. 우리가 어떤 식으로 하자고 계속 얘기를 해도 관심이 없잖아요."

박씨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보고 듣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민중언론 참세상>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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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 르뽀작업자.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에 관한 기록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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