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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의사협회가 A씨 진료기록과 관련 대전지방법원에 회신한 1차 진료기록감정(위,2018년 9월)과 2차 진료기록감정(아래,2019년 1월) 결과. 1차 감정서에는 '연관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유족 측이 재차 감정을 요구하자 2차 감정서에는 '연관성이 90%이상'이라는 정반대 감정결과가 나왔다.
 대한의사협회가 A씨 진료기록과 관련 대전지방법원에 회신한 1차 진료기록감정(위,2018년 9월)과 2차 진료기록감정(아래,2019년 1월) 결과. 1차 감정서에는 "연관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유족 측이 재차 감정을 요구하자 2차 감정서에는 "연관성이 90%이상"이라는 정반대 감정결과가 나왔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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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질병과는 사망 연관성 없음" (의사협회 1차 감정서)
"최초 질병으로 인한 사망 인과 관계성 90% 이상임" (의사협회 2차 감정서)


대한의사협회가 한 환자의 사망원인을 놓고 내놓은 감정의견서다. 1차 감정서에는 '연관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후 유족 측이 재차 감정을 요구하자 이번에는 '연관성이 90%이상'이라는 정반대 감정 결과가 나왔다.

해당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측은 "의사협회 의료감정의견서의 신뢰를 높일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지난 2006년 화물차운전 도중 교통사고로 양측 다리 부위에 큰 부상을 입었다. 병명은 만성골수염(뼈에 염증이 만성적으로 발생)과 봉와직염(피하 조직에 염증이 생긴 것)이었다. 이 사고로 지난 2009년 장해등급 6급을 받았다. 

그런데 A씨가 지난 2016년 고열과 통증으로 병원에 재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심폐정지로 사망했다. A씨의 유족들은 앞선 2006년 교통사고로 얻은 만성골수염과 봉와직염이 악화된 게 사망원인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해 달라고 신청했다.

의사 협회 1차 감정의견 "의학적 참고 사례 없다"

A씨의 주치의는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봤다. 근로복지공단의 자문의사들은 "돌연사로 부검을 시행하지 않아 명확한 사인은 알 수 없다"며 "다만 애초 갖고 있던 만성골수염과 봉와직염이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상태가 아니므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유가족이 낸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A씨의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고인은 교통사고로 얻은 만성골수염과 봉와직염으로 사망했다'며 유족 급여를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법원을 통해 한국의사협회에 감정의견을 요청했다.

재판부에 전달된 의사협회의 첫번째 감정의견은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사들과 다르지 않았다. 의사협회는 2018년 9월 감정 회신서를 통해 "만성골수염과 봉와직염으로 급격한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밝혔다. 이어 "만성골수염과 봉와직염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 의학적 참고 자료 또한 없다"고 회신했다.

의사협회 2차 감정의견 "급격한 사망 사례 있다"

그러자 A씨의 유족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의사협회에 재감정을 요청했다. 의사협회는 2차 감정의견서(2019년 1월)를 통해 "A씨가 사망 직전 보인 다리 부위의 감염과 원인을 보면 골수염과 봉와직염 발생과 인과 관계성이 90%이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성골수염과 봉와직염으로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골수염과 연부조직 감염이 동반돼 재발한 경우 혈전증에 의한 급격한 사망은 존재한다"고 유사 사례가 있음을 인정했다. 같은 의사협회의 1차와 2차 감정의견서가 서로 다르게 나온 것이다.

재판부(대전지방법원 행정2단독 김평호 판사)는 최근 판결에서 대한의사협회의 2차 진료기록감정회신을 인용해 '최초 질병인 만성골수염과 봉와직염 등이 급격히 악화돼 심폐정지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을 것'이라는 의학적 소견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신청을 인정한 조정권고안을 판결했다. 두번째 감정의견서가 승패를 가른 것이다.

논란은 판결에 주된 영향을 미친 의사협회의 감정의견이 그때그때 다르다는 데 있다.

A씨의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의 자문의사의 의학적 소견과 대한의사협회의 1차 감정진료회신, 의사협회의 2차 진료회신이 정반대"라며 "전문의와 전문기관이 전문적인 의학적 소견을 밝히는 것인지 아니면 형식적으로 답하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같은 진료기록 다른 의견... 뭘 믿어야 하나"

의사협회가 같은 진료기록을 놓고 엇갈린 감정결과를 낸 경우는 기자가 취재한 것만 해도 최근 몇 년 동안 이번이 세번째다.

대한의사협회는 2014년 교통사고 환자가 제기한 사건에서 검찰에 보낸 진료감정서에는 '의료과실로 볼 근거가 없다'고 회신했다. 검찰은 의사협회의 회신문을 근거로 해당 의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그런데 이듬해 2월 법원에 보낸 회신문에는 '수술 후 합병증으로 추정'된다며 의료과실을 인정했다. <관련 기사: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 또 '이랬다 저랬다'>

의사협회는 같은 해 또 다른 사건에서도 사법기관에 정반대 감정 소견를 보내 신뢰성을 의심받았다. <관련 기사: 뭐가 맞는 거야? 대한의사협회 이랬다 저랬다>

당시 의사협회는 "사안마다 판독하는 전문가들이 달라 어떤 관점과 근거 자료를 토대로 했느냐에 따라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자체 시스템상에 문제는 없는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A씨 사건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명경의 담당 변호사는 "최초 질병과 사망의 원인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돼 무척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의 진료감정서는 판결의 승패를 가르는 주된 근거인데도 내용이 그때 그때 다른 사례가 많다"며 "신뢰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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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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