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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원팀' 광고 캡처본
 더불어민주당 "원팀" 광고 캡처본
ⓒ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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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원팀'이라는 말이 있다.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원도 출마자들의 홍보영상인 '강원도 하드캐리 원팀'에서 나왔다. 반백의 중년 남성들이 넥타이를 매고 등장해 흔들흔들 어깨춤을 춘다. "아재들의 하드캐리"라는 해시태그도 붙었다. 19명이나 되는데, 여성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50·60대 남성'이 과다 대표하고 있는 한국 정치의 현실을 제대로 '폭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원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시 민주당이 선거를 앞두고 공개한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지도'에도 여성은 한 명도 없었다. 1995년 민선 1기부터 2014년 민선 6기까지 96명의 광역단체장이 모두 남성이었던 '끔찍한 전통'은 6.13 지방선거에서도 꿋꿋하게 지켜졌다. 그러니 '아재만의 리그'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아재 정치가 2020년 총선에서 다시 재현될 조짐이다. 민주당 총선 공천 공모 신청자 중 남성은 413명(87%)인 데 반해 여성은 62명(13%)에 그쳤다.

민주당은 현역 의원이 불출마한 곳을 전략지역으로 선정했다. 경기 광명갑에 출마한 임혜자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이나 서울 구로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은 전략지역이라는 이유로 공천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전략공천'을 명분으로 외부에서 낙하산을 내리꽂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 인구의 절반인 여성, 국회에선 17%

20대 국회의원 300명 중 여성의원은 51명으로 전체 의석수의 17%다. 전 세계 평균 24.3%보다 훨씬 낮은 수치로, 조사 대상 193개국 중 121위에 머물렀다(국제의회연맹 보고서). 21대 총선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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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경제활동 참여율이 50%를 웃도는 여성이 국회에서 17%에 불과하다는 것은 정치 영역에서 남녀 간 불평등의 현격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사회, 경제, 문화 등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치며 국가 균형발전을 저해한다. 한국은 OECD 가입국 성별 임금 격차에서 부동의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조사하는 성별 격차 지수에서도 한국은 149개국 중 115위를 기록하며 하위권을 차지했다.

민주당 당헌 8조 '성 평등 실현' 조항은 "여성의 정치참여를 보장하여 실질적인 성 평등을 구현하고, 여성당원의 지위와 권리에 대하여 특별히 배려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주요 당직과 위원회, 지역구 선거후보자 추천에 '여성 30% 이상 포함'을 의무화했다. 또한, 지난해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천심사 시 여성가산점을 최대 25%까지 상향 조정했다.

이해찬 대표도 '여성 공천 비율 30%' 이행을 수시로 강조했다. 지난해 6월 '2020 총선 승리를 위한 여성당당 선포식'과 7월 '전국 여성당원 여름정치학교'에 참석해 "당헌에 명시된 '여성 30% 공천' 규정이 실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이해찬 대표의 공언은 이번 총선에서도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지역구 30% 여성 할당제'는 공직선거법에도 명문화돼 있지만, 권고 조항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남인순·박영선·유승희 의원이 '지역구 30% 여성 공천'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기면 보조금 20%를 감액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여성 정치 참여를 확대하라고 하면 "사람이 없다"는 볼멘소리부터 나온다. 여성 친화적 전국 정당으로 가겠다면서 정작 여성 정치인 발굴 노력이 소홀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자발적이라고는 하지만 공천 공모 신청자 중 여성 비율이 낮은 것은 정치적 약자인 여성을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발굴·육성하고 관리하는 등의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29일 오전 남인순 의원실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2020 총선, 여성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정치토크 시리즈1 '동수와 할당으로 정치를 바꾸다!'가 열렸다.
 29일 오전 남인순 의원실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2020 총선, 여성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정치토크 시리즈1 "동수와 할당으로 정치를 바꾸다!"가 열렸다.
ⓒ 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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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선거는 혈연, 지연, 학연을 총동원한 조직과 인맥 싸움이다. 철저히 남성 중심으로 운영되는 온갖 동창회, 향우회 등을 개인기로 극복하고 정치적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여성 후보는 많지 않다. 여성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당의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치자금법 제28조는 국가가 지급하는 정당보조금의 10% 이상을 여성정치 발전을 위해 쓰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의 조사(2016년)에 따르면, 여성 정치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과 지원에 써야 할 보조금의 상당 부분이 당직자 인건비로 지출되고 있다.

누군가의 딸, 아내, 엄마, 며느리가 아니라 자기 이름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많은 여성을 위해 '지역구 30% 여성 공천' 규정은 중요하다. 여성은 과소 대표, 남성은 과대 대표되는 정치권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정치후진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아재만의 리그'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 100년 전 투표권을 외치고 참정권을 주장했던 여성들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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