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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 사진은 지난 18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재직 시절의 김의겸 전 대변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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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을 없애는 최선, 법과 도덕적 판단의 일치

대한민국에서 내로남불의 대표적인 사례는 병역과 부동산 문제이다. 내가 하면 병역면제이고 남이 하면 병역기피다. 부동산 투기는 내가 하면 노후를 준비하는 현명한 재테크이고 남이 하면 악질 지대추구 행위이다.

병역문제와 부동산 문제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법과 도덕적 판단의 일치 여부이다. 대한민국 법은 병역면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까다로운 절차를 만들어두고 있고, 정당한 절차 없이 병역을 기피했을 경우 처벌도 강력하다. 군부 독재 시기에는 '빽'을 써서 병역을 기피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 법은 병역기피를 상당히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어 병역문제에 관해서는 법과 도덕적 판단이 일치한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 문제는 법과 도덕적 판단의 괴리가 크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좇는 부동산 투기에 대해 법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지만 국민들의 도덕적 판단은 상당히 엄격하다. 대한민국 법은 군부 독재 시절부터 지금까지 부동산 불로소득 추구에 대해서 상당히 관대하다. 법은 피했지만 국민들의 도덕적 판단을 넘지 못해 부동산 투기 문제로 사퇴하는 정치인들과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지금도 적지 않다.

부동산 투기와 부동산 불로소득 추구에 관한 도덕적 판단과 법의 괴리가 크다 보니 발생하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 도덕적 판단은 생각보다 엄밀하지 않기에 어디까지가 부동산 투기인지, 사안과 상황에 따라 요동이 크다.

다주택자는 투기꾼인가? 그렇다면 지방이 지역구인 국회의원이 지방과 서울에 집을 두 채 가지고 있는 것은 투기인가? 주택은 한 채이지만 임대소득과 시세차익이 발생하는 상가 및 오피스 건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1주택자라 투기라고 볼 수는 없을까?

부동산 임대소득과 시세차익을 생각하며 건물을 사는 것은 투기인가? 그렇다면 내 집 마련과 자산증식을 동시에 생각하며 마련하는 1주택은 투기인가 건전한 자산증식인가? 이를 투기로 본다면 주택을 가지고 있는 국민 대다수는 투기꾼이 된다. 대한민국의 대다수 주택들은 매입 시점보다 가격이 올라갔을 테니 말이다. 자산증식을 의도하고 사는 것이 투기라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집을 살 때 내 집 가격이 올라가길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니 말이다.

이렇듯 부동산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부동산 투기를 도덕적 판단에 맡겨두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 정쟁거리, 논랄거리를 양산할 뿐 사회에 어떤 유익도 없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노리는 부동산 투기가 문제라면 문제의 근원인 부동산 불로소득을 얻지 못하도록 보유세를 강화하는 법을 제정하고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개발이익 환수를 강화하여 막대한 시세차익을 공공이 거두어들이면 된다.

그럼에도 불로소득을 취득하기 위해 다운계약서 작성 등 불법거래를 하는 사람은 엄격하게 처벌하면 된다. 법과 도덕적 판단을 일치시키는 것이 부동산에 관한 내로남불을 없애는 최선의 방책이다.

부동산 투기 근절 위한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

부동산 불로소득, 더 엄밀히 말해 토지 불로소득을 차단하는 보유세 강화라는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 왜 아직도 한국사회에서는 부동산 투기가 기승일까?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다수가 부동산 불로소득의 수혜자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2018년 말 기준 상가와 토지를 제외하더라도 2채 이상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113명으로 39.1%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 절반 가까운 44%가 무주택자인데 비해 국회의원은 다주택자가 너무 많다. 주택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보유세 강화에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입장이 다른 그들이 무주택자 국민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처럼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 자신의 이해관계와 상충하는 이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포진해있는 국회의 구도 속에서 보유세를 강화한다는 것은 생선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겨둔 채 생선이 잘 지켜지기를 기대하는 격이다. 국회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무주택자, 실수요자들의 민의를 대변하기 위해서는 국회에 부동산 투기자가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이 필수적이다.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은 현재 민주당에서 제시한 다주택자 공천 배제보다 더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하다. 민주당의 다주택자 공천 배제 방침은 22대 총선에도 적용할 것인지도 명확지 않고, 주택을 매각한 국회의원이 주택 외 다른 부동산을 사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다. 총선 승리를 위한 일종의 포장용 레토릭 수준이다.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 제도는 고위공직자가 취임 시 실수요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부동산을 백지신탁하고 퇴직 2년 후에 부동산의 시세 또는 최초 매입가의 원리금 중 적은 금액을 돌려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을 도입하여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사회의 고질병인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불로소득 환수 장치를 확실히 갖추는 디딤돌을 놓게 된다. 실수요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부동산을 부동산 매입 원가에 기간 경과에 따른 법정이자만 얹어주고 나머지는 국가에 귀속하는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도입하면 고위공직자들의 솔선수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를 통해 부동산 투기의 해악이 다수 국민들의 공감을 얻고 보유세 강화와 같은 불로소득 환수 정책의 지지를 높일 수 있다.

두 번째로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도는 공직 후보의 인재풀을 보호하고 공직자들을 투기 의혹에서 자유롭게 해주는 효과도 있다.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도입하면 고위공직자들이 법과 도덕적 판단의 괴리가 큰 부동산 투기에 대해 구구절절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 백지신탁을 하면 국가에 귀속될 부동산 불로소득이 아까우면 애시당초 고위공직에 나가지 않을 것이니 사리사욕을 추구하면서 명예와 권력까지 누리려고 하는 이들은 알아서 걸러진다.

대한민국의 고질병인 부동산 투기 문제를 법의 자리가 아닌 도덕의 자리에 두다 보니 청문회나 선거 시즌이 되면 늘 반복되는 논란을 보게 된다.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은 부동산 투기냐 아니냐를 둔 소모적이고 반복적인 논쟁을 종식시키고 생산적인 정책 담론에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다.

계륵이 된 김의겸을 위한 변명
 

민주당이 김의겸 전 대변인을 두고 고심이 많아 보인다.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에서 흑석동 재개발 지역 상가건물을 사는 과정에서 제도적·법적 하자가 없었고 매각차익 3억7000만원도 정확히 기부했다고 하니 예비후보 부적격 판정을 내릴 근거가 명확하진 않지만, 여론은 김의겸 전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니 판단만 자꾸 미뤄지고 있다.

부동산 투기에 대한 법과 도덕의 괴리를 둔 채 판단을 하려니 고심이 깊어지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기회에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을 총선공약으로 내세우길 바란다.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 도입을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 기준에서 김의겸 전 대변인 예비후보 적합도를 판단하면 된다.

평생 전세로 살다가 노후를 위한 집 한 칸을 마련하려는 의도였다고 해도 청와대 대변인 자리에서 논란이 될 만한 처신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성은 시세차익을 기부하고 다시 무주택자의 자리로 돌아간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부동산 취득과정에 편법과 불법이 없고, 시세차익을 전액 기부했다면 고위공직에 나갈 기회를 주어도 괜찮지 않을까?

지금 국회에는 다주택자들이 적지 않다. 민주당 내에서도 상가 및 오피스를 제외하고도 2주택 이상 소유자가 34명, 3주택 이상도 10명이나 된다(2018 국회의원 재산변동 신고 기준). 부동산 불로소득 취득의 경중을 따진다면 이들 중에는 김의겸 전 대변인보다 훨씬 중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김의겸 한 명을 제물로 삼아 여론을 무마시키는 것보다 부동산 불로소득이라는 사욕을 좇는 이들이 고위공직에 진입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발전에 훨씬 중요하다.

지금 국회가 국민들의 질타를 받는 이유는 부도, 명예도, 권력도 모두 취하려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의겸은 부를 버리고 명예를 택하는 길을 선택했다. 적어도 이런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부를 고루 나누는 데 힘을 보태리라 믿는다. 그가 고결한 인품을 가져서가 아니라 그것이 적어도 자신의 이익과도 부합하니 말이다. 민의를 대변한다는 국회에 44%의 무주택자 국민의 입장에 서 있는 국회의원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시대를 넘을 수 있었던 이유는 주먹을 쓰면 엄격히 죄를 물었기 때문이다. 법은 멀고 부동산 투기는 가까운 시대를 넘기 위해서는 부동산 투기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법을 만드는 것이 필수다. 부동산 투기 문제를 더 이상 도덕의 자리에 두지 말고 법의 자리로 가져와야 한다. 김의겸 전 대변인 논란을 계기로 민주당이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 제도를 적극 도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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