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수를 찾아온 여행자들은 으레 여수 음식값이 비싸다고 말한다. 관광도시 여수를 찾는 이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래서 여수에서 음식 가격이 착한 곳을 찾아봤다.

해산물이 풍성한 횟집이나 특정 음식점에서는 상차림에 비해 다소 값이 비싸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식당을 여러 곳 돌아보니 이렇게 착한 곳도 더러 있다.

3년 있으면 60년 세월, 이쯤 되면 노포식당이다
 
착한 가격에 푸짐하고 맛깔난 소곱창전골이다.
 착한 가격에 푸짐하고 맛깔난 소곱창전골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지역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식당들은 참 많다. 대부분의 식당들이 오랜 세월 한곳을 지켜오고 있다. 이곳에는 같은 업종의 식당들이 즐비하다. 나름 이름난 곳들도 많다.

여수 덕양 곱창골목이다. ㅅ,ㅈ,ㅇ, 식당 등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가게들이다. 이곳들은 이른바 여수 옛 덕양시장 내에 있는 곱창골목의 토박이 곱창맛집들이다.

그런데 지인은 전혀 다른 곳을 추천했다. 반신반의하면서 찾아가봤다. 상차림이 정갈한 게 나름 괜찮아 보인다. 소곱창전골(1인분에 1만원)이다. 평범해 보이는 상차림에서 곰삭은 마늘김치에 유독 눈길이 머문다. 맛을 봤다. 이어 곱창과 함께 먹어본다. 환상의 조합이다. 그 맛이 가히 천하일품이다.
 
소곱창전골은 곰삭은 마늘김치와 함께 상추쌈을 하면 환상의 조합이다
 소곱창전골은 곰삭은 마늘김치와 함께 상추쌈을 하면 환상의 조합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주방에서 조리해온 소곱창전골은 식탁에서 한소끔 더 끓여 먹는다.
 주방에서 조리해온 소곱창전골은 식탁에서 한소끔 더 끓여 먹는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이집 음식에 대해 더 이상 말을 말자, 마늘김치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문득 이 김치를 담은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가게의 연륜을 묻자 주인할머니가 "3년 있으면 60년 세월"이란다. 이쯤 되면 노포식당이다. 대한민국에는 역사가 오랜 식당이 드물다. 그런데 같은 자리에서 57년을 버텨냈다면 정말 대단한 곳이다.

이곳은 시어머니에 이어 며느리들이 대를 잇고 있다. 인상 좋아 보이는 큰며느리가 29년, 활발하고 유쾌한 성격의 둘째며느리가 26년째 시어머니를 돕고 있다.

입구에서 둘째며느리가 손질하는 건 돼지곱창이다. 어찌나 청결하게 씻어내는지 진짜 믿고 먹어도 될 듯싶다. 하나를 보면 둘을 안다고 했다. 기본에 충실 하는 이집 음식에서 그 연륜만큼의 세월이 느껴진다.  
 
소곱창전골에는 역시 볶음밥이 있어야 비로소 그 맛이 완성된다.
 소곱창전골에는 역시 볶음밥이 있어야 비로소 그 맛이 완성된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소곱창은 마늘김치와 찰떡궁합이다. 상추쌈을 하거나 초장소스에 먹어도 좋다. 시금치 등의 채소도 초장소스와 잘 어울린다. 소곱창을 앞 접시에 덜어내 먹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 맛에 매료되어 국물까지 싹 비워내게 된다.

곱창국물과 갖가지나물에 볶아내는 볶음밥도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존재다. 노릇하게 볶아내 호호 불면서 먹는 볶음밥의 맛은 한번 맛보면 또다시 찾게 된다. 소곱창전골에는 역시 볶음밥이 있어야 비로소 그 맛이 완성된다.

집밥 느낌 오롯한 이곳, 가성비 진짜 끝내줘요
 
집밥 느낌의 맛있는 백반이다. 1인분 7천원이다.
 집밥 느낌의 맛있는 백반이다. 1인분 7천원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백반(1인분, 7000원)이 맛있는 집 신비식당이다. 여수 동문파출소 초입에 자리하고 있다. 위생에 유난히 신경을 쓰는 듯 참 상차림이 정갈하다. 식탁위에 반찬이 하나 둘 놓이는 순간 문득 집밥이 떠오른다. 집밥 느낌이 오롯하다.

반찬의 구성도 좋다. 햇김에 간장이 눈길을 붙든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반찬이다. 간장에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리고 볶은 참깨를 솔솔 뿌려냈다. 불에 구워낸 햇김에 간장을 살짝 발라 햅쌀밥을 한술 떠서 김쌈을 한다. 어릴 적 고향 어머님이 손수 차려줬던 고향집의 밥상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햇김과 간장 한 종지, 이거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은 뚝딱이다. 오늘만큼은 여수의 토속음식인 간장돌게장도 붕장어탕도 부럽지 않다. 얼마만인가 모른다. 이렇듯 순수한 밥상을 마주한지가.

밥과 더불어 나온 짝꿍은 순두부찌개다. 찌개는 매일 바뀐다. 반찬 또한 그날그날 달라진다. 날마다 마주해도 물리지 않을 것 같은 밥상인데 손님을 배려하는 이곳 아주머니의 마음씨가 곱다.
 
햇김과 간장 한 종지, 이거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은 뚝딱이다.
 햇김과 간장 한 종지, 이거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은 뚝딱이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물 좋은 갈치구이와 제육볶음도 푸짐하게 내준다.
 물 좋은 갈치구이와 제육볶음도 푸짐하게 내준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물 좋은 갈치구이와 제육볶음도 푸짐하게 내준다. 한 그릇에 단돈 7000원 하는 백반을 주문했는데 말이다. 이렇게 인심이 후하다보니 남도의 밥상을 다들 칭찬하는가 보다.

밥상을 차릴 때마다 곧바로 무쳐낸 아삭한 오이무침의 맛도 일품이다. 음식은 자고로 좋은 식재료를 이용해 이렇듯 즉석에서 해줘야 제맛이다. 사실 오이무침이 생각날 때면 순천의 항아리팥죽집에 찾아가곤 했다. 이제는 오이무침 찾아 순천까지 먼 발걸음 하지 않아도 되겠다. 아삭거리는 오이무침 소리에 기분마저 좋아진다.

백반 한상에 찌개는 기본이고 생선구이와 고기반찬까지 참 다채롭다. 나무랄 게 없는 밥상이다. 모처럼 집밥 느낌에 맛깔난 밥상을 받아봤다. 여수 신비식당, 앞으로도 자주 찾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립니다.


태그:#여수 착한맛집, #여수 신비식당, #여수 팔구식당, #백반과 곱창전골, #맛돌이이의 오지고 푸진 맛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