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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금융화의 논리가 국내에 확산되면서 개발사업에도 새로운 형태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바로 '프로젝트 파이낸스(Project Finance, 이하 PF)'다. 이 금융 기법은 도시 공간 생산에 새로운 전략으로 확산되고 있다.

과거 도시 개발 사업의 주요한 행위자는 건설자본이었다. 건설자본은 시행뿐만 아니라 시공과 분양까지 관리하며, 개발 사업의 이익을 독점적으로 전유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대규모 개발사업의 위험이 증가하자, 건설자본은 새로운 방식의 사업 전략을 찾아야 했다.

금융자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금융자본은 외환위기 이후 저금리 정책과 기업금융의 위축 그리고 금융시장의 해외 개방으로 어려움에 처했고, 이윤 확보를 위한 새로운 시장이 필요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는 부동산시장과 금융시장을 연계해 자본순환을 촉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장치를 마련했다. PF라는 금융 기법의 도입이다.

 
 부동산 개발 PF 구조 (출처: 김기형 외, 2012, <부동산 개발사업의 PROJECT FINANCE>. 부연사.)
 부동산 개발 PF 구조 (출처: 김기형 외, 2012, <부동산 개발사업의 PROJECT FINANCE>. 부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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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개발전략으로서 프로젝트 파이낸스

2000년 전후로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금융자본과 건설자본의 연계를 촉진하기 위해 1998년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이를 통해 개발 및 재개발에서 자산유동화증권(ABS), 주택저당담보증권(MBS) 등 금융파생상품을 매개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또한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법'을 제정하여 부동산간접투자기구(REF)를 설립할 수 있게 했다.

이로 인해 토지·건물 등의 부동산, ABS, 그리고 MBS 등에 투자 펀드 조성이 가능해졌다. 더불어 2007년 '부동산투자회사법'을 개정하여 부동산 개발 사업만을 전문으로 하는 개발전문부동산회사(개발 리츠(REITs))가 설립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고, 금융자본이 부동산 개발에 전문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해줬다.

이러한 일련의 제도적 장치는 금융자본이 도시 개발사업에 주요한 주체로 등장하는 PF를 확산시켰다. 금융자본은 이제 단순히 개발 사업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간접적인 역할을 넘어, 사업을 기획하고 동시에 다양한 금융파생상품을 통해 직접 자금을 조달하고 동원하는 주요 행위자가 되었다. 현재 각종 대규모 개발 및 재개발 사업에서 부동산 PF는 일반적인 사업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1, 3-4,5 구역의 재개발 역시 시행사 '한호건설'과 다양한 금융기관이 연계된 부동산 PF로 진행되었다. 이런 PF의 확산은 도시를 금융 순환의 논리로 재편시키고 공간의 상품화를 더욱 가속화시킨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실패시 시행사에게 책임 물을 수 없어

PF는 프로젝트에 미래의 현금 흐름(수익)을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즉, 특정 프로젝트에 대해 미래에 발생하는 현금 흐름을 담보로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이때 이 프로젝트는 사업주(시행사)로부터 분리되어 있다.

PF가 전통적인 기업금융과 가장 극명하게 갈라지는 지점이 이 부분이다. 기업금융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업의 신용도 및 담보를 기초로 금융기관이 대출을 실시하는 데 반해, PF는 대출이 사업주(시행사)의 대차대조표에 나타난 자산이 아니라 프로젝트가 완성된 후 나오는 수익에 기반을 둔다는 점이다.

따라서 PF에서는 사업주(시행사)의 재무상태가 프로젝트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다. 그러므로 PF에 참여하는 사업주는 이와 분리된 별도의 특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company, SPC)를 만들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는 사업주(시행사)의 부채 및 재무상태가 해당 PF 사업에 반영되지 않는 효과를 줄 뿐만 아니라, PF의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한 경우에도 사업주에게 상환 채권을 요구할 수 없는 효과를 준다.

즉, 금융기관이 사업주에 대해 상환 채권을 가지는 일반적인 기업금융과 달리, PF는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채권자들은 사업주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 프로젝트 자체의 현금흐름 또는 프로젝트 자체의 자산만으로 변제한다.

이처럼 PF는 비소구(non-course)금융과 부외(0ff-balance)금융의 효과를 지니고 있어 대규모 개발사업의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예컨대 사업주(시행사)는 자신들의 재무상태와 상관없이 큰 규모의 개발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금융기관은 다양한 금융기법과 파생상품 등(ABS,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PF-Loan, 부동산 투자펀드, 리츠(REITs))을 연계하며, 대규모 개발사업에 따르는 자금 조달 위험을 용이하게 관리하게 되었다(박기형. 2018. <도시공간 생산의 정치-성장연합의 전략적 수단과 그 변화를 중심으로>. 서강대 석사학위 논문). 더불어 시공사(건설자본)는 개발사업의 한 부분인 '시공'에만 참여하기 때문에 개발사업의 위험부담을 줄이며, 사업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세운3-1, 4 ,5 도시환경정비사업에 대한 유동화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출처: NICE신용평가)
 세운3-1, 4 ,5 도시환경정비사업에 대한 유동화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출처: NICE신용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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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을 저해하는 이들은 곧 투자를 저해하는 장애물?

PF는 부동산 개발이 장기적인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지만, 그 만큼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매출을 발생시킨다는 점을 활용한다. 이렇듯 PF의 다양한 위험관리(비소구/부외금융, 다양한 금융기법 등) 장치는 미래 수익에 대한 투자를 가능하게 해준다.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계산하고, 환산하여 부동산의 사업성을 평가하고, 이에 근거하여 금융기관들이 대출 및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업 규모가 클수록 그에 비례하여 위험이 높아지고 이윤은 늘어난다. PF의 다양한 위험관리 장치는 투자자들에게 위험을 분산시키고, 위험을 해당 사업으로 제한한다. 대신 더욱 큰 이윤을 다양한 주체들에게 분배한다. 개별 투자자들에게 대규모 장기 투자에 따른 위험이 줄어들기 때문에, 개발과 재개발 사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더 많은 이윤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박기형. 2018. <도시공간 생산의 정치-성장연합의 전략적 수단과 그 변화를 중심으로>. 서강대 석사학위 논문.).

이는 결국 도시 공간의 개발과 재개발 사업의 거대화를 촉진한다. PF가 동원하고 조달하는 다양한 금융기법과 파생상품 등은 대규모의 개발과 재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정교한 신용체계에 바탕을 둔다. 더불어 금융시장 개방의 흐름은 이 신용체계가 단지 국내의 금융기관만이 아니라 해외의 다양한 금융기법, 금융상품과 접합하게 한다(강내희. 2014. <신자유주의 금융화와 문화정치경제>. 문화과학사). 따라서 PF는 부동산 개발이 지역의 축적망으로부터 탈착되어, 전지구적 금융시장으로 쓸려가게 만든다.

이는 도시의 개발과 재개발 사업이 이제 글로벌 층위의 금융적 매개를 통해 더욱 거대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펼쳐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최근 서울 도심에 건설된 높게 솟은 빌딩들의 경관은 건조 환경이 갈수록 글로벌한 금융자본과 조직되고, 그걸 통해 기능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Theurillat, T. 2011. "The negotiated city: between financialization and sustainability." geographie, economie, societe. Vol, 13.).

PF가 확산될수록 어쩌면 우리 개개인은 부동산 개발의 공모자가 될지도 모른다. 이미 이번 정부는 내년부터 공모형 리츠와 부동산 펀드의 세제 혜택을 확대하기로 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인 재테크'라 불리는 부동산 투기에 참여하게 해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와 정책이 확대될수록 도시 공간은 더욱 금융화되고 상품화된 공간으로 재생산될 것이다. 동시에 개발에 저항하는 지역민과 상인들의 움직임은 자신들의 투자를 위협하는 요소로 낙인찍힐 것이다. 청계천과 을지로의 재개발도 이러한 흐름 속에 놓여 있다.
 
김민수 /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연구원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에서 박사 수료를 했으며, 현재 도시 개발 및 재개발, 젠트리피케이션, 공간 불평등에 관심을 가지며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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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수표도시환경정비사업 등의 이름으로 재개발 될 위기에 처한 청계천-을지로를 지키고자 작년 연말 결성된 예술가, 디자이너, 메이커, 연구자, 시민들의 모임입니다. 우리는 도시재생이란 이름의 재개발로부터 이 곳의 가치를 기록하고 알리고 지킬 수 있도록 상인들과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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