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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후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그 뒤로 과거사법 통과를 촉구하며 피해자들과 함께 피켓시위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이재정 의원이 보인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후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그 뒤로 과거사법 통과를 촉구하며 피해자들과 함께 피켓시위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이재정 의원이 보인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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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29일 국회 본회의 개의에 앞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신청했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10일까지 한국당 소속 의원들 모두 무제한토론에 나서 법안처리를 막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 개의가 무의미하다고 보고 불참키로 했고 결국 본 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무제한토론은 지난 2016년 2월 23일, 더불어민주당이 당시 새누리당의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 처리를 막는데도 사용됐다. 당시 8일 17분간 진행된 토론으로 2월 23일 시작된 본회의가 3월 2일이 돼서야 끝났다. 한국당의 무제한토론(신청)은 몇 가지 면에서 지난 민주당의 무제한토론과 차이가 있다.

이날 한국당이 본회의 상정예정인 모든 안건에 대해 무제한토론을 신청한 것은 여러 면에서 강력한 조치였다. 국회법 제106조의2(무제한토론의 실시 등)5·6항에 따르면 '무제한토론을 실시하는 안건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서명으로 무제한토론의 종결동의(終結動議)를 의장에게 제출할 수 있'고, '무제한토론의 종결동의가 제출된 때부터 24시간이 지난 후에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돼 있다.

민주당이 무제한토론을 막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1/3인 먼저 99명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는 129명인 민주당 의원들만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종결동의 의결을 위한 재적의원 '5분의 3이'라는 의결정족수 확보가 쉽지 않은 문제다.재적의원(295명) 중 자유한국당(108명)과 변혁(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15명) 의원 등을 제외하면 172명으로 무제한토론이 시작되면 종결시키기도 힘들다.

만약 무제한토론을 표결을 통해 종결시킬 수 된다고 하더라도, 동의가 제출된 때부터 24시간이 지나 표결되기 때문에 199개 안건 처리를 위해서는 최소 199일이 필요하게 된다. 한국당이 모든 안건에 대해 무제한토론을 신청한 이유다.

회기 중 무제한토론이 끝나더라도 후순위 안건 처리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회법 제106조의2(무제한토론의 실시 등) 7·8항은 '무제한토론을 할 의원이 더 이상 없거나 종결동의가 가결되는 경우 지체없이 표결'토록 하고, '무제한토론 실시 중에 해당 회기가 끝나는 경우 무제한토론의 종결이 선포된 것으로 보고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하도록 규정돼 있다.

가령 40번째 안건에 대해 무제한토론 중 회기가 끝났다면, 다음 회기에서 40번째 안건에 대해 표결하고 41번째 안건은 다시 무제한 토론에 들어갈 수 있다. 이런 점은 2016년 민주당이 첫 번째 안건을 놓고 무제한토론을 벌인 것과 상황적으로도 차이가 있다. 

한국당의 기막힌 법안처리 전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1월 18일 오전 11시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은 국회 운영위원회를 단독·소집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회의 시작 후 의결까지 걸린 시간은 단 6분. 인상적인 것은 개정안을 의결한 것이 아니라 '부결'했다는 점이다.

민주당을 피해 새누리당 단독으로 소집한 회의에서 자당 소속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왜 부결했을까? 일부 매체에서는 새누리당이 운영위원회를 열어 개정안을 처리하려 했지만 야당 눈치를 살펴 의결에 이르지는 않았다는 식의 보도도 나왔지만 사실이 아니다. 부결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국회법 제87조(위원회에서 폐기된 의안)에는 '위원회에서 본회의에 부의할 필요가 없다고 결정된 의안은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는다. 다만 7일 이내에 의원 30명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는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고 돼 있다. 운영위원회에서 부결된 안건에 대해 새누리당 의원 30명이 요구할 경우 본회의에 부의시킬 수 있는 것이다. 상임위에서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되는 통상적인 절차와 달리 상임위에서 바로 본회의로 올라가게 되는 셈이다.

해당 개정안은 여야 합의를 거쳐 2016년 2월 4일 열린 본회의에 부의되지 않았다. 다만 민주당으로서는 새누리당에 자칫 허를 찔릴 뻔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고, 비슷한 상황이 4년 만에 재현됐다. 정기국회가 불과 11일을 남겨두고, 여야가 앞으로 또 어떤 수 싸움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https://blog.naver.com/bottlebreaker/221722548947


태그:#필리버스터, #국회, #본회의,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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