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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71년! 국가보안법 철폐 부산시민 문화제
 제정71년! 국가보안법 철폐 부산시민 문화제
ⓒ 이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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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7시 30분 부산시 서면 쥬디스태화 옆 도로에서 '국가보안법 철폐 부산시민 문화제'가 열렸다. 공교롭게도 문화제 사회자부터 발언자들까지 모두가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이었다. 발언자 중에는 부부도 있었다. 이런 현상은 의도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누구나 다 국가보안법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한경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본부장은 교사이다. 전교조 활동 중 북한의 현대사를 알아보기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는 이유로 교단에서 쫓겨나 10년을 싸우고 올해 초 복직했다. 이른바 '통일학교'라 불리는 이 사건으로 해직된 교사는 모두 네명이다.

한경숙 부본부장은 "고통스러운 당시 기억을 떠올리기가 너무 힘들어 발언 요청을 받았을 때 거절했었는데 기억을 더듬어 보니 당시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라며 "같이 해직당한 교사 한 명은 그 당시 한 달가량의 기억을 완전히 상실하기도 했다. 고통스러운 일을 당하면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그 기억을 지우기도 한다"라면서 발언을 시작했다. 

한 부본부장은 "당시 남편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어 있었는데 간혹 퇴근길에 서글픔이 밀려와 '왜 이 나라에 태어났을까' 원망하기도 했었다"라며 "알지 못하면 공포가 생긴다. 알지 못하는 가운데 적개심만 키우며 같은 민족인 북한을 금기의 땅으로만 이해하게 했다"라고 말했다. 한 부본부장은 "아직도 그 고통과 직면하고 싶지 않다"라며 "통일의 날이 오면 비로소 치유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꼭 그 날을 맞이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성우 범민련 부산연합 의장은 "작년 4월 판문점 회담이 있던 무렵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 만세! 김정은 국무위원장 만세!'라고 외쳤을 때 아무도 시비하지 않았고 곧 국가보안법이 없어질 것이라 생각했다"라며 "이래도 안 되니 앞으로는 무조건 이 법을 어겨서 없애자"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의장은 "국가보안법을 없애야 좀 전에 발언한 그 사람의 상처도 사라지지 않겠나. 반드시 국가보안법을 철폐하자"라고 외쳤다. 이성우 의장은 한경숙 부본부장의 남편이다.

문기훈 민족작가연합 부울경지회장의 시 낭송이 있었고 이어서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이 무대로 올랐다. 김재하 본부장은 "여러분도 잘 아시는 임승수 작가가 오늘 강원도 영월의 석정 여자중학교에서 중3 전교생을 대상을 마르크스 자본론을 강의했다. 국가보안법은 끔찍하고 무서운 법이지만 이렇듯 웃긴 법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되어 몇 년에 걸친 재판을 받고 얼마 전 고법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라며 "국가보안법은 분단의 법이며 분단으로 이득을 보는 자들, 바로 미 제국주의자들과 친일파, 재벌들을 위한 법"이라면서 "그들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노동자들을 영원히 노예로 살라고 등 떠미는 법이므로 노동자가 국가보안법 철폐에 앞장서자"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발언한 노정현 민중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국가보안법은 정당성이 부족하고 약점이 많은 정부가 양심적인 세력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꼭 필요했던 정권보안법"이라며 "2013년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으로 위기에 몰렸던 박근혜 정부가 눈엣가시였던 통합진보당을 재물 삼아 이석기 내란음모 조작 사건을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내란음모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양승태 사법부는 내란선동을 했다며 이석기 의원에게 9년 형을 선고하고 통합진보당을 해산시켰다"라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어제의 범죄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일"이라며 "남북 정상이 민족자주와 자결을 이야기하는 때에 민족의 절반을 적이라 규정하는 반통일악법, 양심적인 민주인사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반민주악법, 국가보안법에게 더 이상 범죄를 저지를 용기와 기회를 주지 말자"라고 외쳤다.

부산 지역의 노동·시민·사회는 2018년 4월부터 '국가보안법 철폐 공동행동'을 만들어 국가보안법을 끝내기 위한 활동들을 이어오고 있다. '국가보안법 철폐 공동행동'은 민주노총 부산본부를 포함해 40개 단체로 구성되어 있다.
 
노동사회과학연구소 황영수 회원이 국가보안법 철폐가를 가르쳐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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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웅 평화통일센터 하나 남북해외교류위원장, 한경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본부장, 이성우 범민련 부산연합 의장, 문기훈 민족작가연합 부울경지회장,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노정현 민중당 부산시당 위원장
 최지웅 평화통일센터 하나 남북해외교류위원장, 한경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본부장, 이성우 범민련 부산연합 의장, 문기훈 민족작가연합 부울경지회장,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노정현 민중당 부산시당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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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2030 몸짓패의 신나는 몸짓 공연. 지나던 청년들이 발길을 멈추고 몸짓을 따라하며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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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패 '민들레'
 노래패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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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찬 몸짓과 함께 대동놀이로 문화제의 마무리를 장식한 부경 몸짓패
 힘찬 몸짓과 함께 대동놀이로 문화제의 마무리를 장식한 부경 몸짓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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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가보안법, #민주노총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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