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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군인의 일자리 문제를 조명하는 '제대군인 아리랑' 기획을 5회에 걸쳐 내보낸다.
[편집자말]
 
유호건 예비역 대위의 노트
 유호건 예비역 대위의 노트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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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은 재취업할 때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전 직장 경력이 들어갑니다. 우리도 그렇지만 면접관들은 다르게 느낍니다. 일반인에게는 그게 스펙이죠. 우리는 그저 '군 간부 출신이네'하는 정도입니다. 일반인들은 경력직으로 들어가지만 우리는 신입으로 지원합니다."

씁쓸했다. 최근 대전의 대덕인재개발원에서 만난 유호건 예비역 대위의 말이다. 군대에서 장교로 복무하다가 지난 6월 전역한 그는 요즘 인재개발원에서 살다시피 한단다. 아침부터 밤 10시까지 이곳에서 '전자정부 프레임워크 과정'을 밟고 있다. 33세의 나이에 소프트개발자로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딜 준비를 하고 있다.

2010년 소위로 임관해서 9년 4개월간의 군 복무를 마친 유씨는 "바깥으로 나오니 돈도 없고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며 열심히 복무했던 군 경력도 취업하는 데 있어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면서 겸연쩍은 표정으로 웃었다.

[계급정년제] 군인의 길을 포기했던 까닭
 
유호건 예비역 대위는 대덕인재개발원에서 ‘전자정부 프레임워크 과정’을 밟고 있다.
 유호건 예비역 대위는 대덕인재개발원에서 ‘전자정부 프레임워크 과정’을 밟고 있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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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예비역 대위는 '중기 복무 제대군인'이다. 5년 이상, 10년 미만 현역으로 복무하고 장교․준사관 또는 부사관으로 전역한 사람을 말한다. 10년 이상 현역으로 복무하고, 장교․준사관 또는 부사관으로 전역한 사람은 '장기 복무 제대군인'이다. 군 복무를 더하고 싶어도 특정 기간 내 진급을 하지 못하면 전역해야 하는 '계급정년제'에 따라 군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유 예비역 대위 역시 젊은 시절에 선택한 군인의 길을 그만둔 것은 자의가 아니었다. 그가 학군단 ROTC 장교로 임관해 처음으로 배치받은 곳은 21사단 GOP 소초였다. 최전선 비무장지대의 소초장이었던 그는 초긴장 상태에서 밤 12시부터 아침까지 순찰을 돌아야 했다. 아침부터 중대 회의가 소집되고, 오후에는 병력을 관리하느라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는 고된 나날의 연속이었다.

1년 동안 GOP 소초에서 지낸 뒤 그는 중위 진급을 했다. 2014년에 상무대 교육과정에서 대위로 진급할 때까지 힘은 들었지만 순탄한 길을 걸었다. 하지만 그 뒤부터가 문제였다. 36사단에서 중대장과 정보과장을 겸직했는데, 군대 장기복무 선발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중위 때부터 7번에 걸쳐 장기복무 선발에서 탈락한 그는 결국 소령 진급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9년 4개월만에 전역했다.

[취업률] 34세 이하 제대군인 취업률 51.9%

유 예비역 대위처럼 지난 2017년 한해 동안 전역한 중장기복무 제대군인은 6991명이다. 최근 5년간 전역한 제대군인 중 34세 이하는 전역 인원의 49.3%로 절반에 가깝다. 문제는 취업률이다. 34세 이하 제대군인의 취업률은 51.9%이다. 젊은 시절, 군 복무에 전념했지만 전역한 뒤에는 이중 절반 가량이 취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제대군인 연령대별 취업률은 아래 표와 같다.
      
제대군인 연령대별 취업률
 제대군인 연령대별 취업률
ⓒ 국가보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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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표를 비교해 보면 30대와 40대 제대군인들의 연령대별 고용률은 사회전반에 비해서도 월등하게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령대별 고용률
 연령대별 고용률
ⓒ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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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초년병] 전역하자마자 '빚쟁이'

다시 유 예비역 대위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의 아내는 2015년 강원도 정선에서 그가 중대장으로 군 복무할 때 남자 아이를 낳았다. 당시 월급 실 수령액은 220만원 정도였다. 관사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기에 빠듯하지만 어려움 없이 군 복무에 충실할 수 있었단다.

하지만 전역한 뒤가 문제였다. 집도 없고 모아둔 돈도 없었다. 군 복무기간 19년 6개월 이상일 때 지급되는 연금도 받을 수 없다. 4700여만원의 퇴직금을 받았지만, 대전에 30평 아파트를 사는 데 다 쏟아부었다. 이도 부족해 주택 구입자금으로 1억50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해야 했다.

"실업급여가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6개월 동안 실업급여보다 훨씬 적은 전직지원금 25만원을 받습니다. 그래서 퇴직금만 바라봤는데, 집을 구입하고 나니 빚더미에 올라앉았습니다. 아내가 급하게 일자리를 구해서 생활은 하고 있지만 매달 60만원을 은행 이자로 내고 있죠. 그걸 30년 동안 갚아야 한다니... 허~참."

그처럼 중기 복무 전역자들의 경우, 일반 회사에 다니다가 그만둔 구직자들과는 출발선부터 달랐다. 34세 이하 제대군인은 현역에 복무할 때 대부분 중대장이나 부소대장을 하고 있기에 전직 준비기간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취업준비를 위한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그나마 2개월이 취업을 위해 그들에게 주어진 온전한 시간이다.
 
유호건 예비역 대위
 유호건 예비역 대위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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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준비] 9년 4개월 복무했는데 준비 기간 2개월

다행히도 그는 1개월은 독학하고 2달째 접어들 때부터는 대덕인재개발원에 나오고 있지만, 곧바로 취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일반 회사원처럼 군 복무 기간 중에 자격증 등 스펙을 쌓을 시간이 없다. 전직 준비도 부족한 시간이기에 1년차 내에 취업하기는 쉽지 않다. 아래 표를 보아도 전역 2년차 이후에 비로소 취업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제대군인 연차별-복무기간별 취업률(%)
 제대군인 연차별-복무기간별 취업률(%)
ⓒ 국가보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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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무슨 일을 할지조차 막막했어요. 군인이 아닌 다른 일을 할 것을 준비해온 것도 아니고 자격증도 없었습니다. 9년 동안 일했는데 2개월 주고 전직 준비하라는 것에 대해서도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저와 같은 후배들에게는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실질적인 준비 기간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많이 아쉬워했다. 그와 같이 군대에서는 장교로 복무하면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담당했던 훌륭한 인적 자원들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전역해서 사회 초년병이 되고 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제대군인 성별 취업률 비교(%)
 제대군인 성별 취업률 비교(%)
ⓒ 국가보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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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예비역 대위와 같은 남성 전역자들은 여성 제대군인보다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특히 최근 여성의 군 입대가 늘어나는 추세이기에 전역자도 늘고 있다. 최근 전역한 제대군인 중 여성 제대군인의 비율은 4.5% 수준이다. 하지만 취업률은 35.6%. 남성 제대군인의 56.4%에 비해 현저히 낮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제대군인 일자리 상황은 어떨까? 아래 표를 보면 세계 주요 선진국 제대군인의 취업률(제대군인 취업 희망자 중 취업률)에 비해 우리나라(제대군인 중 취업률)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6년 최근 5년간(11~15)전역한 제대군인 취업은 31,636명 중 18,378명이 취업. 제대군인 취업률은 선진국의 경우 재취업 희망자의 취업률이고, 한국의 경우 제대군인 전체 중 취업자 현황을 조사한 자료.
 2016년 최근 5년간(11~15)전역한 제대군인 취업은 31,636명 중 18,378명이 취업. 제대군인 취업률은 선진국의 경우 재취업 희망자의 취업률이고, 한국의 경우 제대군인 전체 중 취업자 현황을 조사한 자료.
ⓒ 국민건강보험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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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 군인의 아내였던 부인을 위해서라도...
 
유호건 예비역 대위
 유호건 예비역 대위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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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예비역 대위에게 '계속 군인의 길을 갔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었냐'고 물었다.

"저와 비슷한 처지에 놓일 후배 장교들을 위해 군 체계 내의 불합리한 인사 문제를 고치고 싶었습니다. 군의 사기와 직결된 문제이죠. 또 10년 근무하면 전직 기간이 1년이고, 저처럼 9년 4개월 근무하면 2개월뿐인 전직교육기간도 바로잡고 싶었습니다. 아무 준비 없이 사회에 나왔을 때 심지어 버려졌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이런 불합리한 제도가 제대군인들이 나름대로 간직하고 있는 군에 대한 자부심까지 갉아먹고 있습니다."

그는 교육기간이 끝나는 올 12월부터 본격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군인의 아내였던 집사람에게 항상 미안합니다. 군 복무할 때에도 매일 야근하면서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습니다. 장기 복무자가 아니기에 육아휴직도 없었습니다. 지금도 구직 준비 때문에 저는 항상 집에 늦게 들어갑니다. 아내가 돈도 벌고 아이도 키우고 있죠. 빨리 취직해서 은행 빚부터 갚을 겁니다."

그는 이 말을 마치고 저녁 8시경 대덕인재개발원을 향해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제대군인 아리랑 1] 군대에선 '노인', 사회에선 '신참'... 제대군인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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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들과 함께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고 싶은 오마이뉴스 기자입니다. 10만인클럽에 가입해서 응원해주세요^^ http://omn.kr/acj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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