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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의류 브랜드 탑텐 명동점의 외부
 의류 브랜드 탑텐 명동점 매장. 내부에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 류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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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명동역 근처에 있는 유니클로 매장. 이날 쇼핑을 하고 있던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외국인이었다.
 명동역 근처에 있는 유니클로 매장. 쇼핑하고 있던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외국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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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3시께. 서울 명동에 위치한 국산 의류 브랜드 탑텐(TOPTEN) 매장은 쇼핑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입구 계단에도 쇼핑을 끝낸 외국인 몇몇이 앉아 있었고 블라우스, 청바지 등 매장 안 코너에는 청년들이 삼삼오오 옷을 구경하고 있었다.

반면 그로부터 약 500m 거리에 있는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UNICLO) 매장은 꽤 한산했다. 매장에서 쇼핑을 하고 있던 이들 열에 여덟은 외국인이었다. 그나마도 20~30대는 거의 없었다. 옷을 구경하던 50대 여성 세 명은 기자에게 "길 가다가 우연히 들어왔을 뿐"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유니클로 매장에 손님이 다시 몰린다? 오프라인 매장을 둘러보니

지난 7월부터 전국을 달궜던 일제 상품 불매운동이 '끝물'에 이르렀다는 보고들이 나오고 있다. 불매 상품의 대표격이었던 유니클로 매장에 소비자들이 다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한 국내 언론은 유니클로가 겨울 대표 상품인 '후리스'를 1만원에 판매하면서 온라인상에서 일부 사이즈가 품절되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불매운동이 의류시장 자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 언론도 있었다. 지난 7월 유니클로의 매출이 70% 넘게 떨어진 데 비해, 유니클로와 비슷한 컨셉으로 반사이익을 봤다고 평가받는 국산 의류 브랜드 탑텐 등의 매출은 20%~30%밖에 오르지 않아 사실상 의류시장이 위축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유니클로 매장과 탑텐, 스파오(SPAO) 등의 오프라인 매장을 돌아본 결과 지난 불매운동이 막 시작됐던 지난 7월~8월과 크게 다를 게 없는 분위기였다.

이날 탑텐 매장에서 청바지를 구경하던 한 소비자는 '탑텐을 찾게 된 데 불매운동이 영향을 미쳤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는 "유니클로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데다, 이왕이면 우리나라 브랜드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답했다. 자녀에게 옷을 사주기 위해 매장에 들렀다는 40대 여성 또한 "불매운동 이후 브랜드에 신경 쓰게 됐다"며 "앞으로도 계속 국산 브랜드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명동역 근처에 위치한 또 다른 국산 브랜드 스파오(SPAO) 매장은 한 구역을 넓게 사용해 '웜테크(WARM TECH)' 제품을 홍보하고 있었다. 유니클로 히트텍의 대체제로 비교되곤 하는 상품이다. 계산대 앞에는 두 명의 직원이 서 있었고, 그 앞으로 4명의 손님이 계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젊은 세대였다.  

이날 스파오를 찾은 한 20대 여성은 "불매운동이 스파오를 찾는 계기가 된 건 맞지만, 이제는 (불매운동이라는) 생각이 없이 매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불매운동 → 국내 브랜드 소비로 트랜드 변화중
 
 근처에 위치한 스파오(SPAO) 매장은 한 구역을 넓게 사용해 유니클로 히트텍의 대체제로 알려진 ‘웜테크(WARM TECH)’ 제품을 홍보하고 있었다.
 유니클로 히트텍의 대체제로 알려진 ‘웜테크’ 제품을 홍보하고 있는 스파오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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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분위기를 증명하듯 실제 탑텐과 스파오의 매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탑텐 매장 관계자는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7월에는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는데, 8월과 9월은 30%로 오히려 더 늘었다"며 "유니클로 히트텍과 비교되어온 '온에어'는 10월 기준 매출이 무려 600%나 껑충 뛰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매운동으로 인한 효과가 약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사이익으로 20~30대 여성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고도 했다. 그는 "7월 이후 여성 고객들이 많이 유입됐다"며 "아마 반일감정 원인 중 하나가 위안부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가족의 재정을 담당하는 이들이 몰리면서 매출이 올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반사이익만으로 매출이 오른 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불매운동이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옷은 쌀과 같은 필수품이 아니며 마음에 들어야만 사게 되는 만큼, 탑텐이 높은 매출을 유지하고 있는 건 불매운동으로 탑텐의 제품을 한 번 구입해본 소비자들이 제품에 매력을 느껴 구매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니클로의 매출 하락으로 업계가 위축되고 있다고 보도한 몇몇 언론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비수기인 여름에 매출이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가 났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일감정과 토종 브랜드의 제품력이 합쳐지면서, 반사이익으로 시작된 구매가 어느 새 '국내 브랜드 소비'라는 트렌드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 측면에서 언젠가 유니클로의 매출이 다시 오르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탑텐의 매출 하락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는 "유니클로는 유니클로, 탑텐은 탑텐"이라며 "11월부터 롱패딩 등 아우터 제품으로 승부를 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스파오 역시 불매운동의 반사이익을 통한 매출 상승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스파오 관계자는 "불매운동이 거셌던 7월과 8월뿐 아니라 9월에도 스파오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 성장했다"며 "10월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전년보다 6% 증가한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유니클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단순한 '불매'로 끝나지 않고 '반사이익'으로 이어진 건, 국내 브랜드 제품에 소비자들이 돈을 낼 만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품질 좋은 상품은 타사 매출이 오르고 내리는 것과 상관없이 계속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앞으로도 꽤 오래 일본 제품 사지 않을 듯"
 
 유니클로 후리스 광고 화면
 "80년 전 일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카피로 한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에 재차 기름을 부은 유니클로의 TV광고.
ⓒ 유니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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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불매운동이 어느덧 트렌드가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2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시장에서 구매자들의 어떠한 생각이나 분위기가 6개월 이상 지속되면 트렌드로 정착이 된다"며 "아직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아 확실하지 않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소비자들이 앞으로도 꽤 오래 일본 제품을 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계절이 변하면서 유니클로의 대표 상품 '히트텍'이 주목받는 시기가 됐고, 유니클로쪽에서 할인 행사를 진행하면서 매출이 조금 붙는 듯했다"면서도 "하지만 곧바로 불매운동에 기름을 붓는 '80년 광고 사건'이라는 악재가 터져버렸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번 겨울까지도 유니클로의 매출이 오르지 않고 계속 우리나라 브랜드들이 힘을 얻는다면, 불매운동이 확고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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