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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서점의 매대를 잡기 위한 출판사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다. 심지어는 매대를 아예 돈을 주고 사서 자신들의 책을 진열하는 곳도 있다. 매대에 책이 진열되어야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결국 판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몫 좋은 매대에 책을 진열하는 것은 출판사 입장에서는 무척 중요한 일이다.

또한 서점 입장에서도 매대에 어떤 책을 진열하느냐는 것은 서점의 철학, 마케팅 전략을 반영하는 일이다. 또한 매출과도 직결된다. 그런데 모든 고객들이 드나드는 입구 매대를 시민사회단체에게 대가 없이 내주는 서점이 있다. 바로 대전의 대표적인 향토서점 계룡문고이다.

매대뿐만 아니라 서점 안 갤러리, 세미나실을 시민사회단체에 개방하여 북콘서트, 전시회 등 각종 행사를 함께 하고 있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할 방법이 궁색한 지역 시민사회단체 입장에서는 계룡문고의 이런 공간 나눔이 큰 힘이 되고 있다.

2019년에 들어서만도 여러 행사가 열렸다.

4월 6일 ~ 20일에는 '성서 대전'과 함께 '목수 김홍한 목사의 <십자가 묵상> - 시대의 언어로 만나는 십자가' 전과 콘서트를 개최했다. 또한 같은 4월에 '단재 신채호 선생 기념 사업회'와 함께 '삼일만세 혁명 &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단재 신채호 선생을 기록한 책들을 모아서 전시했다. 특별히 이 코너는 위치만 바꿔 계속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5월 25일에는 '대전작가회의'와 함께 '문학으로 소통하다 - 그들의 삶이 우리의 역사가 되었다' 강연회를 진행했다.

7월 1일~7일까지는 '대전여성단체 연합'과 함께 2019 양성평등 주간을 기념해 페미니즘 도서 전시회를 열렸고, 이 기간 '양성평등에 반대한다'의 저자 권김영현 북 토크콘서트도 함께 개최했다.

7월 29일~8월 3일에는 '대전충남 녹색연합'과 함께 <플라스틱제로 캠페인>을 벌여, 환경책 전시 행사와 더불어 생활 속 플라스틱을 대신하여 사용할 수 있는 대안 용품을 전시, 판매했다. 또한 실제 플라스틱 없는 삶을 실천하고 있는 대전시민의 생활 이야기를 나누고, 시민들이 직접 마 수세미, 빨대나 수저를 넣을 수 있는 다용도 주머니 만들기 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처럼 다양한 시민단체와 함께하는 계룡문고의 행보는 가을로도 이어지고 있다. 9월 16일(월)~29일(일)까지 '기본소득 대전네트워크'와 함께 기본소득 도서전을 서점 차원에서는 전국 최초로 진행하고 있다.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개마고원)와 같은 기본소득에 대한 기초 설명서부터 최근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앤드류 양의 <보통사람들의 전쟁>(흐름출판) 등 기본소득 관련 도서까지 60여 종의 책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다.
  
 9월 16일(월) ~ 29일(일)까지 ‘기본소득 대전네트워크’와 함께 기본소득 도서전이 열리고 있다.
 9월 16일(월) ~ 29일(일)까지 ‘기본소득 대전네트워크’와 함께 기본소득 도서전이 열리고 있다.
ⓒ 계룡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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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6일(목) 저녁에는 계룡문고 내 세미나실에서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부소장이며, 팟캐스트 '이럿타'의 고정 패널인 김찬휘 씨가 기본소득 강연을 펼쳤다.

그는 "부분적인 분배가 아닌 모두에게 분배될 때 진정한 기본소득의 가치가 있고, 불로소득으로 거대한 부를 쌓은 사람들이 사회를 위해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과 관련하여 현재 한국의 조세부담률(26.9%)을 OECD 평균인 34.2%로 끌어올리면 5000만 국민 모두에게 1인당 연 300만 원의 기본소득이 가능하다는 수치를 제시했다.
 
 김찬휘 강사는 90분 강연 내내 유쾌한 입담으로 기본소득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서 참가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내었다.
 김찬휘 강사는 90분 강연 내내 유쾌한 입담으로 기본소득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서 참가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내었다.
ⓒ 기본소득대전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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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사유화된 '공동부'의 수익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동부 배당'이란 토지, 자원, 전파, 빅데이터, 제도 등 모두의 것에서 나오는 수익을 모두에게 기본소득으로 나눠주자는 아이디어이다.

이미 알래스카의 경우 석유 자원을 통해 얻은 수익을 바탕으로 기금을 조성해서 알래스카 주민 모두에게 년 1~20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는 사례를 제시했다. 

이처럼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다양한 행사를 여는 이유에 대해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는 "이웃 사랑이지요. 대전시민들이 이용해주는 공간이니 은혜를 갚아야지요"라고 겸손하게 이야기했다. 이어서 "시민사회단체가 벌이는 일들이 이 시대에 중요한 일이잖아요. 기본소득 같은 주제도 아직 시민들 의식 속에는 뿌리내리지 못했지만 사회적인 약자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제도이니 함께 해야죠"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요즘 대박 나는 것이 어디 있어요? 소소하게나마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지요. 도서 판매 실적 올리는 것에 큰 도움도 안 되고 즉각적인 반응도 기대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이런 일을 계기로 중요한 가치와 서점이 시민들 머릿속에 새겨진다면 그걸로 의미가 충분하지요."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전시에서 때로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편향성 없이 서점이 시민들이 책과 연애하는 공간으로 오래도록 함께 했으면 하는 소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대표의 소망과 달리 계룡문고가 처한 현실은 원도심 공동화 현상의 심화와 책 사지 않는 풍토의 확대로 평일 영업시간을 부득이하게 기존 9시에서 8시 30분으로 단축해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처럼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도 기꺼이 지역 시민사회단체에 활짝 문 열어 준 계룡문고가 대전시민들의 책사랑방으로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지자체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도 함께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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