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나는 영감을 믿지 않는다. 나는 단지 그릴뿐이다. (I don't believe in inspiration. I just keep working)"

프랑스의 마지막 구상회화 작가 베르나르 뷔페(1928-1999)가 한 말이다.

7일 서울 한전아트센터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박연도(86세) 화백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나는 문득 베르나르 뷔페의 이 말을 떠올렸다. 영감(靈感)으로 떡칠한 그림들이 판치는 세상을 일찌감치 베르나르 뷔페는 거부하고 '자신의 색깔'로 사물과 세상을 표현했다.
 
평화스런 마을 평화스런 마을(65.2× 50.0㎝)
▲ 평화스런 마을 평화스런 마을(65.2× 50.0㎝)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시집가는 날 시집가는 날(혼례일) (162.0×130.3 ㎝ )
▲ 시집가는 날 시집가는 날(혼례일) (162.0×130.3 ㎝ )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박연도 화백의 그림을 한 점 한 점 감상해 나가는 동안 나는 '구상화 작품'이 무엇인지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꽃단장한 '시집가는 날', 스무 살 처녀의 '성년을 맞이한 여자', '꿈많은 어린이' 등의 인물화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유년 시절 바로 이웃집에서 보았던 정겨운 모습들이 그림 속에서 살아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돌담으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시골집을 그린 '평화스런 마을', 갈매기 나는 '동해의 여름', 물오리가 노니는 '방화 수류정' 작품에서는 더없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받았다.
    
꿈 많은 어린이 꿈 많은 어린이 (53.0× 36.0㎝ )
▲ 꿈 많은 어린이 꿈 많은 어린이 (53.0× 36.0㎝ )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요즘 그림은 거의 추상화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박연도 화백의 구상 작품은 어쩌면 이 시대의 마지막 작품이 아닐까 하여 달려왔습니다. 제가 박 화백님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보면 볼수록 정감이 묻어나고 아련한 향수가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감정은 복잡하기만 한 추상화 그림에서는 느낄 수 없지요."

박연도 화백의 전시회에 빠지지 않고 와서 관람한다는 윤인숙(65세, 여의도)씨는 친구들과 함께 일부러 그림을 감상하러 왔다고 했다.
   
함경남도 문천이 고향인 박연도 화백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에서 교수로 정년(1985~1998)까지 후학을 길러내면서도 그림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세계 평화의 염원 ‘세계 평화의 염원(세계 평화를 위한 선각자들의 천상회의’(112×200㎝, 2019)안중근, 예수, 칸트, 석가, 노자, 소크라테스, 공자(시계방향) 가 들어 있는 작품 설명을 하는 박연도 화백
▲ 세계 평화의 염원 ‘세계 평화의 염원(세계 평화를 위한 선각자들의 천상회의’(112×200㎝, 2019)안중근, 예수, 칸트, 석가, 노자, 소크라테스, 공자(시계방향) 가 들어 있는 작품 설명을 하는 박연도 화백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 46점 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품을 골라 달라고 하자 박 화백은 2019년에 완성한 '세계 평화의 염원(세계 평화를 위한 선각자들의 천상회의)'을 뽑았다.

"이 작품에는 안중근, 예수, 칸트, 석가, 노자, 소크라테스, 공자의 모습을 그려 넣었습니다. 안중근은 동양평화론 주장했고, 칸트는 세계평화론을 썼기에 옵서버로 넣었고요. 나머지 분들은 종교 수장이자 동양의 선각자들입니다. 정치가들로서는 전쟁과 이념의 갈등 속에서 세계 평화를 이룩하기 어려워 종교 수장들이 모여서 천상에서라도 세계 평화를 논의할 수 있을까 싶어 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지요. 마호메트도 넣고 싶었지만, IS가 출현하여 문화파괴를 하여 빼고 대신 도덕경을 쓴 노자를 넣었습니다."

박연도 화백은 이 그림을 15년 전에 구상했으나 각 인물의 자료를 수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했다. 실제 작품에 걸린 시간은 1년 3개월 정도라고 했다.

'세계 평화의 염원'은 이번 전시회의 대표 작품인 데다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평화의 사절(使節)'이라 그런지 왠지 낯설지 않고 친근하다. 어지러운 세태에 '천상 세계에서라도 평화를 이룩하는 데 이바지해주길 바라는 뜻'을 담았다는 설명을 들은 관람객들은 이 그림 앞에서 한참 동안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 계절이 성큼 가을로 들어서고 있는 이 계절에 그림 감상은 더없이 안성맞춤인듯하다.
 
전시장 모습 2 전시장 모습, 첫번째 그림은 '시집가는 날'
▲ 전시장 모습 2 전시장 모습, 첫번째 그림은 "시집가는 날"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전시장 모습 1  전시장 모습. 이번 전시의 대표작 ‘세계 평화의 염원(세계 평화를 위한 선각자들의 천상회의’(112×200㎝, 2019) 앞에서 두번째 작품
▲ 전시장 모습 1  전시장 모습. 이번 전시의 대표작 ‘세계 평화의 염원(세계 평화를 위한 선각자들의 천상회의’(112×200㎝, 2019) 앞에서 두번째 작품
ⓒ 이윤옥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리문화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시집《사쿠라 불나방》,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8권, 《신 일본 속의 한국문화답사기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