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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후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2일 오후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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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님. 저는 경기도 부천시에서 운영하는 청소년법률지원센터에서 매일 같이 위기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는 김광민 활동가입니다. 8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모두 보지는 못했지만, 드문드문 보면서 조금은 당황스러웠습니다. "재방송인가?" 싶을 정도로 반복되는 질문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반복되는 질문에도 후보자님은 성실하게 답변하셨지만, 저에게는 다소 지겨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자간담회가 끝날 때까지 TV를 끌 수는 없었습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습니다. 따님 관련한 논란에 대한 후보자님의 생각을 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기자간담회를 통해 들은 이야기는 이미 언론을 통해 밝히셨던 생각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위기청소년들을 매일 만나고 그들의 재판에 출석해 변론까지 하는 변호사로서,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큰 후보자님께 한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됐습니다.

후보자님은 스스로를 금수저라 생각한다며 "금수저라 하더라도 제도를 좋게 바꾸고 다음 세대가 어떤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꿈꿀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부족했다. 아무리 고민하고 공부해도 실제 흙수저 청년의 마음과 고통을 얼마나 알 수 있겠나. 10분의 1도 모를 것이고 그것이 저의 한계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김용균씨는 산업 재해로 비극을 맞았다. 김용균씨에 비하면 저희 아이가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았는지 모를 리가 있겠나. 안타깝고 송구하다"며 "가진 자이지만 무언가 해보려고 한다. 도와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저 역시 후보자님이 말씀하신 것과 상당히 비슷한 경험을 했기에 공감이 가는 말이었습니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어떻게 '학교 밖 청소년'이 되어가나
 
영화 <범죄소년> 의 한 장면 비행청소년의 상당수는 유년시절의 가정폭력과 학대, 부모의 이혼과 사망, 가정의 해체, 학교폭력의 피해로 인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품행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갖고 있다.
▲ 영화 <범죄소년> 의 한 장면 비행청소년의 상당수는 유년시절의 가정폭력과 학대, 부모의 이혼과 사망, 가정의 해체, 학교폭력의 피해로 인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품행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갖고 있다.
ⓒ 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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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처음으로 청소년법률지원센터 활동을 시작할 때였습니다. 무작정 거리로 나갔고 그곳에서 위기청소년들을 만났습니다. 같이 수다도 떨었고 밥도 먹었습니다. 처음에는 경계하던 그들이었지만 반복되는 만남 속에서 점차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무언가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해능력 혹은 학습능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 청소년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내 시선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 또는 "대부분 학교 밖 청소년인 그들이 상대적으로 교육의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그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까?" 등 착시효과, 즉 제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해 잘 못 본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들과 만남이 반복될수록 위기청소년 중 지적능력의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의 수가 많다는 것은 확신에 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눈앞에 목격되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대부분 흙수저인 그들이 지적능력의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그들이 흙수저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그만큼 적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들을 지원하는 활동가로서 그 '장벽'의 존재만큼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금수저와 흙수저의 구분이 없는 평등한 세상을 향한 희망이 박탈되는 것만 같았으니까요. 

조금 비약하자면 저소득층 자녀들은 상대적으로 지적능력의 발달에 어려움을 가질 가능성이 크고, 대입 위주의 교육이 주를 이루는 공교육 체계에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밖 청소년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한 청소년 중 가정과 학교 모두에서 벗어나 거리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제가 주로 만나는 청소년입니다.
  
2015년 7월 말 '미국의학협회저널 소아과학'(JAMA Pediatrics)에는 '아동빈곤과 두뇌발달·학업 성취도의 관계'라는 논문이 실렸습니다. 제이미 핸슨 듀크대 교수, 바버라 울프 위스콘신-매디슨대 교수 등은 4∼22세 398명을 대상으로 소속 가정의 소득수준과 두뇌의 상태를 조사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미국 연방정부 설정 빈곤선(FPL)에 미달하는 빈곤층의 자녀는 MRI 검사 결과 대뇌 신경세포가 모인 부분인 회백질이 또래 평균보다 8∼10%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들 어린이의 대뇌에서 회백질의 양이 적은 곳은 주로 행동과 학습을 관장하는 전두엽과 측두엽이었습니다. 또 빈곤선에서 바로 상위에 있는 가정의 자녀는 회백질이 평균보다 3∼4%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2015년 연방정부 빈곤선은 4인 가족 기준으로 연 소득 2만4250달러(약 2800만원)로서 이에 미달하면 극빈층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들 빈곤층 어린이는 표준화된 시험에서 학업 성취도가 다른 어린이들보다 20% 정도 뒤처진다는 사실까지도 확인했습니다.

이들은 앞서 또한 1∼4세 77명을 대상으로 두뇌발달과 가난의 관계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태어날 때는 빈곤층과 고소득층 자녀의 두뇌에서 의미 있는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소득수준이 빈곤선의 200% 미만인 가정의 자녀는 고소득층의 자녀보다 회백질의 양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일단 중산층에 이르면 고소득층 자녀와 두뇌에 차이가 없다는 사실도 확인됐다고 합니다.

2015년 3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실린 다른 논문은 3∼20세 1099명을 조사한 결과 빈곤층 자녀의 대뇌 표면적이 작다는 연구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연방정부 빈곤선과 거의 비슷한 연 소득 2만5천 달러(약 2900만 원) 미만 가정의 자녀는 연 소득 15만 달러(약 1억7500만 원) 이상 가정의 자녀보다 대뇌 표면적이 약 6% 작았다고 합니다. 물론 지능과 대뇌의 표면적이 곧바로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뇌 표면적이 지능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종전의 연구들을 고려하면 이 같은 결과 또한 가난이 뇌 발달에 미치는 악영향을 증명한 것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후보자님은 "흙수저 청년의 마음과 고통을 얼마나 알 수 있겠나. 10분의 1도 모를 것이고 그것이 저의 한계였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공부 좀 한다는 소리 듣고 변호사됐습니다. 변호사가 된 후 처음 그들을 만났을 때, 저는 위기청소년들의 마음과 고통을 100분의 1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그들과의 인연을 5년째 이어온 지금 그나마 그들의 마음을 10분의 1정도는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간격을 줄이고자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위기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세요
 
 대전 소년원 위탁생활관
 대전 소년원 위탁생활관
ⓒ 최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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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비행을 저지른 위기청소년이 재판을 받을 때면 끝끝내 소년원만은 보내지 않기 위해 매달리고는 합니다. 주위에서는 "그 정도 사고를 쳤으면 차라리 소년원에 가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도 하지만, 저는 결코 그들을 소년원에 보낼 수 없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가정과 학교의 보호를 받지 못한 청소년들이기 때문입니다.

모두 다 그렇지는 않지만, 가정과 학교에서 벗어나 거리에서 살아가는 위기청소년이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보다 비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월등히 높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비행을 저지른 그들을 다시 사회에서 내쳐 소년원에 보내는 것만큼은 하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소년원이 결코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전국 대부분 소년원은 과밀 상태입니다. 2016년 기준으로 안양소년원은 정원의 184%를 수용하고 있었습니다. 서울소년원은 156%, 부산소년원은 133%였습니다. 나머지 소년원들의 상황도 비슷해서 전국 소년원 평균 수용률은 122%에 달했습니다. 소년원의 선생님들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10명이 잘 방에 20명이 자는 상황에서 소년원에 위탁된 청소년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님. 후보자님은 자식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진보적이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셨습니다. 후보자님이 따님 논란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게 생각하시고 무언가 바꿔보고 싶으시다면, 위기청소년들을 살펴봐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법무부 장관이 되신다면 전국 십여 개의 소년원과 소년교도소를 관장하게 될 것입니다. 위기청소년들이 최소한 소년원, 소년 교도소에서만큼은 고 신영복 교수님의 말씀과 같이 옆의 사람을 36.5℃의 살덩이가 아닌 친구로 느낄 수 있도록, 그곳이 수용시설만이 아닌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후보자님에게는 사법개혁이라는 중대한 과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식상한 표현이 되어 버렸지만, 청소년은 우리 사회의 미래입니다. 그 미래들이 콩나물시루 소년원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가정과 학교에서 내쳐진 그들이 소년원, 소년교도소에서만큼은 새로운 희망을 품고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 주셨으면 합니다. 위기청소년을 살펴보는 일 역시 사법개혁 못지않게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금수저라 하더라도 제도를 좋게 바꾸고 다음 세대가 어떤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꿈꿀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라는 후보자님의 목적을 이루는 길일 것입니다. 이 땅의 많은 청년이 후보자님의 따님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을 테지만, 위기청소년만큼 후보자님의 따님과 대척점에 서 있는 이들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2017년 9월 25일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소년법 폐지 청원에 관한 답변에서 "보호처분 규정을 활성화시키고 실질화시키고 다양화해서, 소년원에 있는 어린 학생들이 사회로 제대로 복귀하도록 만들어주는 게 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7년 9월 25일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소년법 폐지 청원에 관한 답변에서 "보호처분 규정을 활성화시키고 실질화시키고 다양화해서, 소년원에 있는 어린 학생들이 사회로 제대로 복귀하도록 만들어주는 게 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 청와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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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광민 변호사는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센터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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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이며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헌법 쉽게 읽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