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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K고가 시교육청 감사 결과 반박 관련 현수막을 걸기 전 나무를 베어내기 전(위, 네이버 로드뷰 2018년5월 촬영)과 후(아래, 같은 위치에서 지난 26일 촬영).
 광주 K고가 시교육청 감사 결과 반박 관련 현수막을 걸기 전 나무를 베어내기 전(위, 네이버 로드뷰 2018년5월 촬영)과 후(아래, 같은 위치에서 지난 26일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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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감사 반박 현수막 가려서 베어냈나?"

상위권 학생들에게 시험 문제 유출 등 논란을 빚고 있는 광주 사립 K고가 최근 교육청의 감사 결과를 비판하는 대형 현수막을 교내 곳곳에 내걸었는데, 외부에서 이 문구들이 잘 보이게 하기 위해 학교 담장 옆 나무 수십그루를 과도하게 가지치기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0일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K고가) 수십년 키워온 나무를 가지치기도 아니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잘라버렸다"면서"멀쩡한 나무들까지 베어가면서 당신들의 억울함을 보여줘야만 했는가?"라고 안타까운 심경을 알렸다.

그러면서 A씨는 사진 한 장을 공개했는데, 사진 속 학교 담장 안쪽으로 줄줄이 선 나무들이 가지 부분이 잘려나간 채 몸통부분만 동강 남아 있었다. 이렇게 되니 밖에서 바라보면 잘려진 나무 너머 담장 편에 있는 학교 건물 부착 현수막이 눈에 잘띄었다.

▲"누가 봐도 현수막 게시 위해…"

해당 글에 댓글이 갑론을박하자 A씨는 "학교의 소유물이기 때문에 뭐라 할 수는 없을지라도 누구나 현수막이 잘 보이라는 의도로 잘랐을 거라 충분히 '추측'이 가능하다"면서 "근처 주민들 사이에서도 (현수막은) 우스운 변명거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K고와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7일쯤 K고는 학교 곳곳에 대형 현수막을 게시하고, 교육청 감사 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성적조작·성적비리 사실이면 학교를 폐교하겠다'는 등의 내용의 자극적인 문구를 내걸었다.

 
 26일 K고 교문 우측 담장 쪽 건물에 걸린 현수막과 그 일대 나무들이 베어진 모습.
 26일 K고 교문 우측 담장 쪽 건물에 걸린 현수막과 그 일대 나무들이 베어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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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현수막은 대형 5장, 개별 현수막 수십 장으로 학교 입구를 비롯해 학교 외부에서 시야가 잘 확보되는 곳마다 게시돼 있다.
 
실제 본보는 지난 26일 K고를 찾아 잘려나간 나무들을 확인해봤다. 교문 우측 반경 학교 담장 100m구간에 심어진 나무 10여 그루가 모두 잘려나가 있었다. 단순히 나뭇가지를 다듬기 위해 전지한 정도가 아니라 머리 부분이 아예 잘려진 상태였다.

네이버 지도에서 로드뷰(2018년 5월) 기능으로 같은 위치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면 잘려나간 나무들은 학교 건물 높이만큼 키가 크고 잎도 무성했다.

▲K고측 "병들어, 매년 하는 전지작업"

그 상태로 나무가 현존했다면, 현재 K고가 내건 대형 현수막을 가리고도 남았을 것으로 보여 과도한 가지치기의 목적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이에 대해 K고 측 관계자는 "나무가 아프고 병들어 베어낸 것"이라며, "학교가 매년 나무 전지 계획을 세워서 조경 작업을 하는 것인데, 무엇이 문제인지?"라고 반문했다.

본보가 "어떤 수종인지, 얼만큼 병들었는지" 물었으나, K고 측은 "학교 소유의 나무를 자른 것이 왜 문제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대답을 피했다.

주민 B씨는 "만약 개교 당시에 심어진 나무라면 수십 년간 학교의 역사와 함께해 온 나무일 텐데, 병충해가 있다는 이유로 잘라내야 했다면 그동안 관리를 얼마나 엉망으로 했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면서 "누가 봐도 현수막이 잘 보이도록 나무를 상당 부분 잘라낸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을 '동량지재(마룻대와 들보로 쓸 만한 재목)'라고 부르는 만큼 나무의 좋은 기운을 받으며 학교를 다녔을 학생들에게도 민폐 아닌가"라며 "학교가 도로에 인접해 소음과 먼지를 막았을 텐데, 앞으로는 대책이 있는지 궁금하다"고도 했다.

나무 생태 전문가는 "나무가 병들어 잘라냈다는 학교의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반박했다.
 
 26일 K고 교문 우측 담장 쪽 건물에 걸린 현수막과 그 일대 나무들이 베어진 모습.
 26일 K고 교문 우측 담장 쪽 건물에 걸린 현수막과 그 일대 나무들이 베어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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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해야지 왜 잘라? 시기도 안맞아"

그는 "잘려 나간 나무들이 느티나무, 벚나무, 은행나무로 보이고 남아있는 부분만 보더라도 생생하게 살아있어 물기로 촉촉한 모습"이라면서 "만약 병이 들었다면 약을 발라 치료하면 되는 것인데, 아예 이파리 부분들을 잘라내 버려서 나무들을 오히려 죽이려 든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이파리 부분이 광합성을 해야 맹아라는 가지를 뻗어내 나무가 생존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파리 부분을 잘라내더라도 겨울이나 이른 봄에 해야 나무가 살려고 본능적으로 잎을 피우는데, 한여름인 지금은 전지 시기로도 적절치 않다는 것.

학생들을 대상으로 생태교육도 하고 있는 그는 "해당 나무들이 학교 안에 있다고 해서 사유재산이라고만 볼 수 없고, 나무와 공존하는 학생들과 주민 등이 누리는 공공영역의 것으로 보는 게 더 맞다"며 "학교가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고 이 정도까지 비교육적 만행을 저지른 것은 결코 가벼이 볼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시교육청은 지난달 8일부터 이달 7일까지 K고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 시험문제 출제, 우열반과 기숙사 운영, 과목선택 제한, 대입학교장 추천 등에서 상위권 학생에게 특혜가 있었다고 보고 교장(파면)·교감(해임) 등 6명 중징계, 교사 48명 징계 또는 행정처분을 요구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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