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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고라니다."
"맨발로 모래를 밟으니 너무 부드럽고 따뜻하네요."


충남 공주보 수문개방 이후 드러난 금강 곰나루 모래톱 위에서 연신 탄성이 터졌다. 지난 19일 천주교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신부와 수녀, 신자 40여 명이 이곳을 방문했다. 당초 생태환경위원장인 강우일 주교(제주 교구)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태풍 때문에 비행기가 결항하는 바람에 이 자리에 오지는 못했다.   

"공주보의 수문을 여니까 녹조가 보이지 않네요. 오늘 녹조를 보러 왔는데, 강물을 열었더니 강이 살아나는 모습을 봤습니다. 자연의 생명력은 이토록 놀랍습니다."  

이재돈 천주교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총무(신부)의 말이다. 이날 <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는 명승지인 곰나루 솔밭에서 야외 강의를 했다. 김 기자가 미리 출력해 온 사진을 보여주면서 4대강 사업 이후, 물고기 떼죽음 사건과 큰빗이끼벌레 출몰,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자 신부와 수녀들은 참담한 표정을 지으면서 경청했다.

수문 개방과 함께 되찾은 것들
 
 이재돈 생태환경위원회 총무 신부가 발언하고 있다
 이재돈 생태환경위원회 총무 신부가 발언하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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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 기자가 공주보와 세종보의 수문개방 이후의 상황을 설명하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수문개방 1년 만에 꼬마물떼새와 같은 철새들이 모래톱으로 되돌아왔다. 수몰됐다가 밖으로 드러난 풀숲과 모래톱에서 고라니가 뛰어놀았다. 수달과 삵의 배설물도 보였다. 수문을 닫아두었을 때 강바닥에 쌓인 펄 속에서 살던 펄 조개들의 사체도 곳곳에 놓여 있었다.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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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장인 살루스 수녀는 "예전에는 녹조가 심했는데, 강물을 열어 자연의 흐름대로 두었더니 그새 강물이 좋아졌다"면서 "아직은 펄이 채 씻기지 않아서 가까이 가면 썩은 냄새가 나기는 하는데, 보를 전면 해체해 강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날 곰나루를 찾은 것은 지난 6월 20일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발표한 '4대강의 재(再)자연화를 촉구하며'라는 제목의 성명과 무관치 않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주교회의가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성명을 발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는 당시 성명을 통해 "4대강 사업은 우려 그대로 유사 이래 가장 실패한 국책 사업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규정했다. 이들은 특히 환경부의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금강, 영산강 5개 보 처리 방침에 대해서도 "매우 불완전한 재(再)자연화"라면서 "시급히 보를 해체하고 물의 흐름을 자연에 맡기는 길만이 4대강을 본디 모습으로 복원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모래를 걷고 있는 참가자들
 모래를 걷고 있는 참가자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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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영산강의 일부 보 해체와 수문개방 등을 제안한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의 미온적인 조치를 지적하면서 16개 보의 전면 해체를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생태환경위원회는 또 최근 '4대강 보 해체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등의 정치 세력을 향해서도 "정치권 일부에서는 4대강을 정쟁의 자료로 삼고 틀린 것을 옳은 것인 양 주장하며 현실을 무시한 반대 목소리만 높임으로써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키우고 있다"면서 "4대강의 자연성 회복은 더는 논란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천주교 주교회의가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곰나루를 찾은 것은 4대강의 복원이 정쟁 등으로 인해 더 이상 지체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날 이재돈 신부는 "천주교는 이명박 정부가 토목공사로 4대강을 망치는 것에 대해 처음부터 강력 반대의 입장을 피력해왔다"면서 "4대강사업을 한 뒤 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고, 재자연화의 필요성을 이번에 성명을 통해 발표했으며, 여름 녹조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 왔다"고 말했다. 그는 모래밭을 걸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강을 자연 질서에 맡겨야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다. 강은 생명의 흐름이다. 인체로 치면 혈관과 같다. 피가 맑아야 몸이 건강하듯이 강물이 맑아야 건강한 강이다. 강을 막고 피가 안 통하게 하면 썩는 건 당연한 이치이다. 강에 세운 보를 털어내야만 강이 다시 흐를 수 있고, 회복될 수 있다. 하느님이 창조한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면 죽음이다."

그는 또 "사람들이 강을 개조해서 이용을 할 수는 있는데, 이럴 경우에도 자연 질서를 따라야 한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경제논리를 앞세워 자연을 죽였고, 결국 그 피해는 사람에게도 되돌아 온다"고 말했다. 
 
 김종술 기자의 안내에 따라 모래밭으로 이동중인 참가자들
 김종술 기자의 안내에 따라 모래밭으로 이동중인 참가자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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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부는 지난 6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환경에 관한 회칙 '찬미를 받으소서'(Laudato Si')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공동의 집'인 지구를 돌보는 것에 대한 총 6장 24항으로 구성된 환경 회칙에는 "정의의 새 패러다임으로서 온전한 생태계"를 제시하고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이익을 뛰어넘어 "생태적 회개"를 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교황님이 회칙에서 제시한 새로운 가르침은 창조주의 질서에 거스르는 환경파괴에 대한 성찰과 이에 맞서는 환경운동의 중요성을 담고 있다"면서 "환경파괴의 첫 번째 희생자는 가난한 사람들일 수밖에 없는데, 이들에 대한 배려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라니 발자국 사이로 탐방중인 참가자들
 고라니 발자국 사이로 탐방중인 참가자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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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부는 이날 강의 죽음을 상징하는 녹조는 보지 못했지만, 물길을 열자 녹조가 거짓말처럼 사라진 자연의 회복력을 본 뒤 다음과 같이 기도했다. 

"주님, 저희가 오늘 공주보까지 왔습니다. 당신이 만든 산하가 무지와 오만 때문에 파괴된 현장을 봤습니다. 당신에게 맡길 때 살아나는 현장도 보았습니다."

한편,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는 성명에서 "4대강 보 해체와 재(再)자연화는 환경 문제만이 아니다"면서 "국민의 엄청난 혈세를 강바닥에 쏟아 붓고 소수 대기업에게만 큰 혜택을 안겨 준 부당한 국가 운영을 바로잡는 정의의 실천, 국가 재정의 정상화, 미래 세대에 대한 책무 등 모든 시민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과제"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성명은 다음과 같은 인용으로 마무리했다.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 물이 닿는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고기도 아주 많이 생겨난다. 이렇게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에제 47,9)
 
 참가자들이 답사를 마치고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참가자들이 답사를 마치고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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