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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수사와 권력유착 등 경찰의 비위와 부패가 잇달아 드러나면서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운데,  당·정·청이 '경찰개혁안'을 내놨지만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보경찰 폐지, 자치경찰제 도입, 검경수사권 조정 등 사정기관으로서 경찰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로서 거듭나기 위해 어떤 제도 개선이 필요한지, 올바른 경찰개혁의 방향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 참여사회 
 
 삽화 반지수
 삽화 반지수
ⓒ 진보네트워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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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경찰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서는 개념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먼저 '정보경찰'은 경찰청 정보국, 지방경찰청 정보국, 경찰서 정보과(계) 소속 경찰관들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경찰의 '정보활동'은 경찰의 업무수행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그래서 경찰청 정보국 소속 정보경찰의 정보활동이 경찰의 정보활동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공교롭게도 경찰은 정보국이 사라지면 모든 경찰의 정보활동이 불가능한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범죄와 관련해서는 범죄정보과, 수사과, 형사과, 사이버범죄과 등에서 정해진 업무에 따른 범죄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한다. 보안국에는 보안 관련 정보나 북한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보안2과, 외사국에는 외사 관련 정보를 처리하는 외사정보과, 교통국에는 교통정보를 수집·분석 및 제공하는 교통운영과를 각각 두고 있다. 그래서 경찰청 정보국의 정보활동이 없다고 해도 경찰의 수사, 보안, 외사, 교통 등 각 기능에서의 정보수집·분석 업무가 중단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정보경찰은 뭘 할까?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정보활동이니 모든 것이 대외비로 처리되고 심지어 일반적으로 정보생성 후 72시간 후에는 폐기하는 걸 원칙으로 삼고 있으니 대체 3000명이 되는 정보경찰들이 뭘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언론보도나 경찰청의 단편적인 발표를 통해 드러난 바로는, 경찰청 정보국은 정책정보 수집·작성·배포 및 특별요구첩보(SRI, special reguired informaition) 집회·시위 관리, 대외협력, 신원조사(검증)를 담당하고 있다. 

정보경찰, 그들의 수상한 업무 

우선 '대외협력' 업무를 살펴보자. '대외협력'은 경찰 정보관들이 국회, 기업, 사회단체 등을 출입하면서 해당 기관의 정보를 수집하고 경찰과의 업무협조가 필요한 경우 그 일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경찰이 다른 기관과 협조할 일이 있다면 이 일은 경찰청의 경무기능에서 수행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어느 기관이든 정보부서에서 대외 협력 업무를 맡는다는 것은 조직운영상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경찰은 왜 대외협력 업무를 정보관들을 통해 수행했을까? 아마도 대외협력을 위한 일상적인 접촉채널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폭넓은 정보수집을 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것은 정상적인 대외협력이 아니다. 

다음으로, '신원조사(검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의 국내정보파트로부터 정보보고를 받지 않으면서 경찰청 정보에 의존하게 된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것이 대내외의 평가다. 특히 국정원의 인사검증기능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면서 경찰청이 수행하는 소위 '신원조사(검증)'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그런데 공무원임용예정자나 현직 공무원의 인사가 적정한지를 판단하기 위한 자료를 수집하는 일은 아무리 뜯어봐도 치안활동과는 거리가 있다. 인사검증에 필요한 수사경력자료, 범죄경력자료는 경찰청이 요청에 따라 제공하면 그만이고 이 업무도 정보국이 맡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그동안 '신원조사' 업무를 경찰이 수행하면서 공무원, 공직후보자 등에 대해 소문, 세평 등을 수집하고 이런 활동을 매개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등 폐해가 있기도 했다. 인사와 관련해서는 인사혁신처가 주무부처이므로 인사검증업무도 인사혁신처로 이관하고 각 부처별 인사기능을 활용해서 효율적인 인사검증활동을 하면 된다. 더 이상 경찰이 공직자들의 뒷조사를 하고 다니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집회·시위'를 관리하는 것도 경찰청 정보국의 주요업무 중 하나다. 최근 경찰청 정보국이 집회·시위 관련 채증 업무는 다른 기능으로 이관했다고 하고, 예전에 비해 집회·시위 관련 업무 비중을 줄였다고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집회·시위에 관하여 경찰청 경비국이 주무부서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집회·시위 관리도 경비국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집회·시위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2017년 6월 30일 열린 ‘책임자 처벌 없이 인권 경찰 없다’ 집회 현장.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하에서 경찰청 정보국은 대통령과 여당의 흥신소처럼 전락해 일상적으로 각종 정치정보를 수집·보고했고 그 결과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구속되었고 전현직 경찰수뇌부가 형사재판을 받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렀다?
 2017년 6월 30일 열린 ‘책임자 처벌 없이 인권 경찰 없다’ 집회 현장.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하에서 경찰청 정보국은 대통령과 여당의 흥신소처럼 전락해 일상적으로 각종 정치정보를 수집·보고했고 그 결과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구속되었고 전현직 경찰수뇌부가 형사재판을 받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렀다?
ⓒ 인권운동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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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정보'는 치안활동이 아니라 정치활동이다 

이제 남은 것은 '정책정보', 'SRI'다. SRI는 청와대 등에서 특별히 요구하는 정보를 보고한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용어로 정책정보의 일종이다. 그렇다면 정책정보는 무엇인가?

사실 정책정보는 개념 정의조차 되지 않은 채 그동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 분야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도구개념으로 활용되었다. 그동안의 관행이 '정책정보'의 외연을 지나치게 넓혀온 것이다. 그 결과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하에서 경찰청 정보국은 대통령과 여당의 흥신소처럼 전락해 일상적으로 각종 정치정보를 수집·보고했다. 그 결과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구속되었고 전현직 경찰수뇌부가 형사재판을 받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렀다. 

'정책정보'는 국정운영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치안활동이 아니고, 정치활동에 가깝다. 경찰이 움직이는 기준은 국민의 안전과 위험방지이지 특정 정치집단의 이익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치안을 담당하는 기관이 정책정보 특히 정치정보를 다뤄서는 안 된다. 현재 우리 정부조직에서 각 부처별 정책을 조정하는 기능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맡고 있다. 이제는 정책정보 수집·작성을 이들 기관으로 이관해서 수행하도록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보면 현재 경찰청 정보국이 담당하는 업무 중에서 그대로 남겨둬야 할 업무는 없다. 아예 다른 부처로 이관하거나 경찰 내 다른 부서에서 처리하면 될 것들이다. 그래서 정보국이 폐지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 그리고 경찰의 정보활동은 경찰의 다른 기능에서 개별적으로 수행하면 된다. 

간단한 문제다. 경찰청 정보국을 해체해서 재정립하면 된다. 해체라고 해도 지금 하고 있는 역할을 없애자는 것이다. 그 역할을 효율적으로,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부처나 부서에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정보국의 활동을 더 잘 수행하는 방법이다. 맞다. 정보국 해체가 현재 정보국이 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길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정보국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양홍석 님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이자 변호사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19년 7-8월 합본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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