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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감금 혐의 의원들에 대한 소환 통보 관련 현황자료를 경찰청에 요구한 것에 대해 “양심을 걸고 경찰외압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감금 혐의 의원들에 대한 소환 통보 관련 현황자료를 경찰청에 요구한 것에 대해 “양심을 걸고 경찰외압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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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5일 오전 10시 25분]

국회의원의 특권에 대한 해묵은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자료제출요구권'이다.

국회와 경찰에 따르면 이채익·이종배 한국당 의원은 지난 6월 28일 같은 당 엄용수·여상규·정갑윤·이양수 의원 등이 경찰 출석요구서를 받은 것과 관련해 경찰청에 수사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조사 담당자 이름과 연락처, 조사 대상자 명단 등 세부 사항, 패스트트랙과 관련해 제기된 고소·고발 사건의 진행 상황까지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엄 의원 등 4명은 지난 4월 소위 '동물 국회' 당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 참석을 막기 위해 의원실을 불법 점거한 특수감금 등의 혐의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을 요구받은 상황이다. 당시 엄 의원 등은 "문을 열어달라"는 채 의원의 호소에도 약 5시간 동안 의원실을 점거한 바 있다.

이처럼 한국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같은 당 소속 이채익 의원 등이 수사 관련 자료를 요구하자 즉각 외압 논란이 일었다. 같은 당 소속 의원이 피의자인 상황에서 수사에 외압을 가하려는 의도로 수사자료를 요청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이종배 의원은 채 의원 감금사건에 직접 가담한 인물 중 한 명으로 수사대상에 포함된 상황이었다.

그러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안위 간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통상적인 상임위 활동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며 "국회의원의 자료요구권은 국회법 제128조에 명시된 권한으로 국민을 대신해 피감기관의 정책과 활동에 문제가 없는지 감시하는 합법적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양심을 걸고 경찰외압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채익이 모르는 것  
    
하지만 이채익 의원의 주장과 달리 국회법 제128조는 국회의원의 권리가 아니라 국회 "본회의, 위원회 또는 소위원회"의 권리다.

국회법 제128조 제1항은 "본회의, 위원회 또는 소위원회는 그 의결로 안건의 심의 또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와 직접 관련된 보고 또는 서류와 해당 기관이 보유한 사진·영상물의 제출을 정부, 행정기관 등에 요구할 수 있다"고 국회의 자료제출요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법문에서 규정하고 있듯 자료제출요구권은 국회의원 개개인의 권리가 아닌 '본회의'나 '위원회'의 권한이다. 하지만 국회의원 개개인의 자료체출 요청은 여전하다. 국회법 제128조 제1항이 이런 행위에 대한 간접근거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헌에 충실히 해석하면 엄밀히 국회의원 개개인에게는 자료제출 요구권이 없다. 법률의 1차적 해석은 문헌에 충실해야 한다. 법률이 명확히 "본회의, 위원회 또는 소위원회"로 한정해 놓은 자료제출요청권의 권리주체를 국회의원 개개인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은 매우 무리한 해석일 것이다.

이렇듯 "본회의, 위원회 또는 소위원회"에 한정된 권한을 300명 국회의원 개개인에게까지 확대시키다 보니 매번 국정감사 시기만 되면 국회의원의 부적절한 자료제출요구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지게 된다. 게다가 이번 채이배 의원 감금사건과 같이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피의자인 사건, 나아가 자신 또한 수사대상인 국회의원 사건의 수사자료 요청과 같이 누가 봐도 정치적 목적이 의심되는 자료제출요청은 그 권한의 정당성에까지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국회법 128조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20대 국회의원 배지 공개 4.13 총선을 이틀 앞두고 11일 국회에서 제20대 국회의원들에게 지급할 배지가 공개되고 있다.
 20대 국회의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배지. 사진은 2016년 4.13 총선을 이틀 앞둔 4월 11일 국회에서 제20대 국회의원들에게 지급할 배지가 공개되고 있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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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자료제출요구권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심지어 그 존재의 필요성에까지 의문이 제기되는데도 국회법 제128조가 삭제되지 않고 유지되는 이유가 있다. 이채익 의원의 주장에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바로 국회의 자료제출요구권은 "국민을 대신해 피감기관을 감독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든 의구심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삼권이 분립된 정치체제에서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인 정부 부처를 감독하는 것이 정당한가"가 바로 그것이다.

삼권분립 체계에서 입법·행정·사법부는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며 균형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국회법 제128조는 입법부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해 행정부와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채익 의원 등은 "국민을 대신해 피감기관을 감독하기 위한"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주장했지만, 정작 한국당 국회의원을 조사하는 경찰로서는 같은 당 국회의원 사건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를 순수한 의미의 감독행위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회(입법부)에 정부 부처(행정부)의 감독권을 부여한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대부분 국가는 독립성이 보장된 감사원을 설치해 정부 부처를 감독한다. 한국 역시 감사원이 있지만 그 기능이 매우 한정되고 권한 역시 제한돼 정부 부처의 감독이라는 온전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 정부 부처 감독권은 사실 감사원이 행사하는 것이 더 적합한 기능인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당 의원의 수사자료를 요청한 것이 "국회의원의 자료요구권은 국회법 제128조에 명시된 권한으로 국민을 대신해 피감기관의 정책과 활동에 문제가 없는지 감시하는 합법적 수단"이라는 이채익 의원의 주장은 명백히 틀린 것임을 알 수 있다.

행정부에 대한 감사는 독립성이 보장된 감사원에 의해 철저히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한국처럼 특수하게 감사 기능이 국회에 부여됐다고 해서 다를 것은 없다. 감사 기능은 감사원이 수행하든 국회가 수행하든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감사가 독립성과 객관성을 상실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감독이 아닌 '관리'이자 '개입'이 된다.

부여된 의무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면...
 
채이배 의원 '감금' 한 자유한국당 의원들 25일 오후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으로 보임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 사실상 '감금'됐다. 자유한국당 의원 10여명은 채 의원의 출입을 막기 위해 집무실 입구를 소파로 겹겹이 막아 놓았다. 채 의원 집무실에는 자유한국당 송언석, 정갑윤, 민경욱, 이양수, 박성중, 김규환, 여상규, 백승주, 김정재 의원 등이 있다.
▲ 채이배 의원 "감금" 한 자유한국당 의원들 지난 4월 25일 오후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으로 보임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 사실상 "감금"됐다. 자유한국당 의원 10여명은 채 의원의 출입을 막기 위해 집무실 입구를 소파로 겹겹이 막아 놓았다. 채 의원 집무실에는 자유한국당 송언석, 정갑윤, 민경욱, 이양수, 박성중, 김규환, 여상규, 백승주, 김정재 의원 등이 있다.
ⓒ 채이배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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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같은 당 의원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자료를 요청한 이채익 의원 등의 행동은 경찰이 외압으로 느꼈느냐를 묻기도 전에 그 자체로 잘못된 행동이다. 같은 당 의원을 수사 중인 경찰을 감독하겠다는 의도 자체가 객관성을 의심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법 제128조 제1항은 무소불위의 권리가 아니다. 국회에게 '행정부를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위치에서 감독하라'는 의무의 부여다. 이러한 국회의 의무를 국회의원 개개인이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마구잡이로 휘두른다면 이는 특정 국회의원의 일탈을 넘어 국가의 행정부에 대한 감독 기능 자체를 망가뜨리는 행위일 것이다. 즉 "국민을 대신해 피감기관의 정책과 활동에 문제가 없는지 감시하는" 것이 아닌 국가를 망치는 행위인 것이다.

이 의원 등이 진심으로 경찰을 감독하고자 했다면 감사원 등을 통해 감독하든지, 아니면 수사가 끝난 뒤 자료를 요청했어야 했다. 그도 아니면 더불어민주당에 감사를 요청했어야 했을 것이다. 이 의원의 말대로 정말 감사가 필요한 사항이었다면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감사를 거부했을 리 없지 않았겠는가? 만약 감사가 필요했음에도 민주당이 거부했다면 그때 가서 민주당을 비판하고 한국당이 나서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을 것이다.

이것이 국민이 국회에 부여한 행정부에 대한 감독권을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수행하는 방법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광민은 부천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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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이며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헌법 쉽게 읽기' 등이 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