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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비자림로 확장을 위해 천그루 가까운 나무가 베어졌다. 전국적으로 분노의 여론이 확산되었고 제주도는 공사를 중단했다. 그리고 올해 3월 재개되었던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다시 중단되었다.

벌써 두 번의 공사 중단이다. 작년 공사 중단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제주도의 자발적인 결정이었다면 이번에는 영산강유역 환경청이 협의 사항을 이행하라고 요청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었다.

이유는 비자림로 공사 현장에서 멸종위기종인 팔색조, 긴꼬리딱새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애기뿔소똥구리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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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림로 나무가 베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백로 .
ⓒ 김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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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제주도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이 협의를 거친 비자림로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를 들여다 보면 '사업시행으로 인한 야생동물의 변화 정도는 미미할 것으로 예측됨' '계획노선 및 주변지역에는 보호받아야 할 멸종위기야생동물은 서식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어 중요한 동물에 미치는 영향을 없을 것으로 예측됨'이라고 나와 있다.

두 기관은 '공사 및 운영 시 예측하지 못하였거나 예측의 부적정 등으로 주변 환경에 악영향이 발생 또는 예상되는 경우, 추가적인 저감대책을 조속히 강구·시행함으로써 주변 환경피해 및 민원발생을 예방하여야 한다'고 협의했다.

이 협의에 따라 영산강유역환경청은 5월29일 제주도에 공문을 보내 비자림로 도로건설 공사에 대해 '공사중지 후 공사구간 및 주변으로 법정보호종의 서식 여부 등에 대해 관련 전문가를 통한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적정 저감대책(보호대책 포함) 수립·시행방안 강구를 이행조치하라'고 밝혔다.
   
비자림로 공사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
 비자림로 공사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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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담당자는 공문을 받은 5월30일, 언론의 질문에 "지적된 사안에 대해서는 용역업체를 통해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중대한 문제가 확인된 것이 아닌 만큼 공사를 멈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제주신보 5/30)

하지만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제주도는 바로 다음 날 보도자료를 통해 영산강 유역환경청의 요청을 받아들여 공사를 중지하고 6월4일까지 관련 전문가들로 정밀조사반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단 5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정밀조사를 진행할 조사반이 꾸려졌다. 비자림로 시민모니터링단의 강력한 요구로 시민 모니터링단 추천 조사반 비율이 50%를 차지하게 되었다.

6월5일 발표된 조사반을 살펴보면 시민 추천으로 식물 분야 김종원 교수(계명대 생명과학부), 곤충 분야 이강운 소장(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조류 분야 Nial Moores 박사('새와 생명의 터' 대표), 양서·파충류 김대호 연구원(에코이스트)이 참여했고 제주도 추천으로 조류 분야 강창완 지회장(제주 조류협회) 식물문야 김철수 박사(전한라산연구소소장), 류승필 제주도의회 정책전문위원과 허창훈 제주 환경정책과 주무관이 참여하였다.

정밀조사반은 6월10일 회의에서 조사방법과 범위, 시기 등을 논의한 후 빠듯한 일정에 맞춰 6월24일까지 조사를 진행해 결과를 제출하기로 했다. 그리고 6월26일 한 번 더 회의를 통해 결과를 공유하고 보전대책 등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조사는 류승필위원과 허창훈 주무관을 제외한 총 6명이 진행했는데 제주도는 조사를 진행한 이들에게 '조사수당은 2시간까지 10만원, 초과시 1회에 한하여 5만원 추가 지급(기타소득세전)되고 교통비는 증빙서 제출시 실비, 숙박비는 1일 5만원, 식비는 1끼당 8천원 하루 최대 2만원까지 지출 가능하다'고 문자를 보냈다.

시민 추천 조사반은 모두 육지에서 와야 하는 상황이어서 하루를 꼬박 사용해서 조사해야 하지만 제주도는 그것을 고려하지 않았고 비자림로가 제주공항에서 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도내 교통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조사원들이 조사를 진행하기에는 상당히 열악한 지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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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일무어스박사의 조류 조사 .
ⓒ 제주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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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교수와 이강운 소장은 빠듯한 일정에 최대한 빠른 시간에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3명, 2명의 연구원과 같이 조사를 진행했지만 그에 대한 지원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조사 결과, 비자림로 공사구간에서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100여 개체가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됐고 팔색조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600~1700마리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은 붉은해오라기가 비자림로에 서식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붉은 해오라기는 한국에서 겨우 두 곳에서 번식이 증명된 기록이 있는 보기 드문 새이다. 애기뿔소똥구리 역시 하루 조사로 70여 개체의 서식이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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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서파충류를 조사하는 김대호연구원 .
ⓒ 박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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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조사팀 역시 제주도 보존 자원 지정 대상 식물인 붓순나무와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서 평가 대상의 중요 식물인 황칠나무 군락을 발견하였는데 이는 비자림로 공사를 위한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에는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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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원교수와 계명대학교 <서식처·식물사회학연구팀>의 조사 과정 .
ⓒ 그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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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식물 조사를 맡은 김종원 교수는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에 '현존식생도가 없는 점, 삼나무 식생 조사를 누락한 점, 달랑 3장 뿐인 식생조사표, 식생조사표 1번과 3번이 동일하다는 점, 현지 식생 조사에 17분이 소요된 점, 정원식재종을 자생종이라 표기하고 자생종을 식재종이라 표기하는 등 신뢰성이 없는 부실한 식물상 목록 등'을 들어 '제주특별자치도 시행의 비자림로(대천~송당) 도로건설공사에 관련한 2015년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의 식물상 목록은 환경영향에 대한 평가 자료정보로서 또는 법적 도덕적 근거 자료로서 타당하지 않음'이라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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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강운소장의 조사과정에서 발견된 애기뿔소똥구리 .
ⓒ 김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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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까지 조사를 마친 정밀조사반은 6월26일 최종 회의를 했다.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토론에 들어가는 시점부터 '시민들의 참관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제주도 담당자들의 입장과 '공개해도 무리 없다'라는 조사반원들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결국 회의는 이어지지 않고 끝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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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26일 파행으로 끝난 정밀조사반회의 .
ⓒ 김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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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원래 6월 28일까지 기한인 '비자림로 정밀 조사를 토대로 한 적정 저감대책(보호대책 포함) 시행 방안' 제출을 7월10일까지로 연장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비자림로 확장공사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거짓·부실 여부를 판단할 검토위원회를 구성 중이고,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인 긴꼬리딱새, 팔색조 등의 둥지가 공사 구간에서 발견됨에 따라 8월 15일까지 공사를 중지하라고 제주도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비자림로 공사는 8월 15일까지 멈춰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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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일무어스박사가 촬영한 비자림로 팔색조 .
ⓒ 김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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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어떤 내용으로 저감대책을 내놓을 것인가? 비자림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의 거짓·부실 여부는 어떻게 정리될 것인가? 7월과 8월 두달 간, 비자림로의 명운이 걸려있다
  

태그:#비자림로, #소규모환경영향평가, #공사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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