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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 경제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국민이 분연히 일어났다. '금 모으기 운동'이 일어나 집에 가지고 있던 금을 내놓기 시작했다. 돌잡이 아기의 돌 반지도 나왔고 혼인의 징표로 받은 결혼반지도 아낌없이 내놓았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우리나라는 그 위기국면을 벗어날 수 있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국민이 분연히 일어난 사례는 그 이전에도 있었다. 국난을 당했을 때마다 민초들이 '의병'을 일으켜 적과 맞서 싸웠다. 대한 제국 때인 1907년에 경제 주권을 지키려는 '국채보상운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가까운 경우에는 국정 농단을 더 두고 볼 수 없어 백만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일어났다. 이처럼 우리 국민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면 분연히 일어나 나라를 구하였다.

금 모으기 운동으로 IMF 경제위기 극복

북한은 지금 심각한 식량 부족 사태에 처해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북한 현지 조사 등을 토대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북한 식량 사정이 매우 좋지 않다고 한다. 유엔은 "북한 인구의 40%인 1010만 명이 식량 부족 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외부로부터 136만t의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배고픈 북한 어린이에게 옥수수 1만 톤 보내기. 강화군 화도면 온수리장날의 모습입니다.
 배고픈 북한 어린이에게 옥수수 1만 톤 보내기. 강화군 화도면 온수리장날의 모습입니다.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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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돕기 위해 국제 사회가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도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국내산 쌀 5만 톤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했다. 민간 차원에서도 북한 돕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구호단체인 JTS에서는 배고픈 북한 어린이를 돕기 위한 옥수수 1만 톤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부터 시작한 이 운동은 6월 말까지 할 예정인데 현재 옥수수 7천 톤을 살 수 있는 돈을 마련했다고 한다.

옥수수 1톤의 가격은 약 4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옥수수 1톤이면 100명이 50일간 연명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배고픈 것이라는데 지금 북한의 어린이들은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다. '우선 옥수수라도 보내 급한 불을 꺼보자'는 의미로 옥수수 1만 톤 보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보릿고개 넘고 있는 북한

정토회 강화법당도 북한 돕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배고픈 북한의 어린이를 돕기 위한 옥수수 1만 톤 모으기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JTS' 거리 모금 활동을 월 2회씩 해왔지만, 이번 북한 돕기의 경우는 시간이 촉박한지라 강화읍 풍물시장에서 매주 하고 있다. 그에 더해 법당에서도 작지만 의미 있는 운동을 하고 있다. 바로 '자율 보시함' 운용이 그것이다. 

지난 11일이었다. 그날 법당에 갔더니 문 앞에 못 보던 게 놓여 있었다. 밭에서 갓 캔 듯한 감자와 마늘 그리고 양파를 그물망에 담아 종이상자에 놓아둔 게 보였다. 그 위 벽에 '자율 보시입니다. 모든 수익금은 북한 어린이 돕기에 쓰입니다'란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배고픈 북한 어린이에게 옥수수 1만 톤 보내기
 배고픈 북한 어린이에게 옥수수 1만 톤 보내기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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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캔 싱싱한 농산물을 보니 불쑥 욕심이 났다. 햇마늘과 양파는 생으로 먹어도 맛있다. 남편은 햇마늘을 즐겨 먹는데 남편에게도 마늘을 맛보여 주고 싶었다. 그런데 보시함에 얼마를 넣어야 적당할지 고민이 되었다. 이 정도 분량을 돈을 주고 산다면 얼마어치쯤 될까. 만 원이면 될까? 아니면 이만 원을 넣어야 할까? 나는 내심 궁리했다. 

좋은 데 쓴다는데 통 크게 내자는 마음에 삼만 원을 넣기로 했다. 그리고 지갑을 꺼내 열었는데, 아뿔싸 만 원짜리가 하나도 없지 뭔가. 내 지갑에는 오만 원짜리 한 개와 천 원짜리 대여섯 개가 보일 뿐이었다.

자율 보시함에 모이는 정성

낭패다. 천 원짜리로는 부족하다 싶고, 그렇다고 오만 원을 내려니 아깝다는 마음이 들었다. 저것 다해봐야 만 원어치도 되지 않을 텐데. 나는 속으로 계산하기에 바빴다. 

결국 오만 원짜리를 자율 보시함에 넣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넣었지만 속으로는 내내 계산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오만 원을 냈을지도 모른다.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배고픈 북한 어린이에게 옥수수 1만 톤 보내기
 배고픈 북한 어린이에게 옥수수 1만 톤 보내기
ⓒ JT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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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는 '무주상보시'라는 말이 있다. 누구에게 무엇을 줄 때는 대가를 바라지 말고 주며, 도와주었다는 생각조차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데 나는 계속 오만 원에 메여 있었다. 무주상보시는 고사하고 쪼잔하게 굴었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양파와 마늘 등을 자율보시로 가져온 이야기를 했더니 그는 내게 "우리 집 꿀을 내놓으면 좋겠네" 했다. 그는 꿀을 서너 병 내놓으라고 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 무주상보시

남편은 취미로 벌을 치는데 올봄에 아카시아 꿀을 제법 땄다. 꿀은 벌이 주는 선물이지만 그래도 공으로 얻는 것은 아니다. 날마다 벌통을 들여다보며 벌을 관리해야 한다. 남편의 성실한 노동으로 얻은 꿀이라 내게 그 꿀들은 예사롭지가 않다. 

아카시아 꿀을 이웃과 친척들에게 나누기도 하고 또 더러는 돈을 받고 팔기도 했다. 2.4㎏ 한 병에 6만 원을 받고 팔았다. 그런데 서너 병을 내놓겠다니, 무주상보시를 머리로는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나에 비해 남편은 실행하고 있었다.
 
배고픈 북한 어린이에게 옥수수 1만 톤 보내기
 배고픈 북한 어린이에게 옥수수 1만 톤 보내기
ⓒ 이승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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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법당에서는 전부터 농사지은 것들을 나누는 좋은 풍습이 있었다. 법당 입구에 농산물들을 놔두면 필요한 사람들이 조금씩 챙겨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율 보시를 받기로 했다. 춘궁기를 힘겹게 넘고 있을 북한 어린이 돕기에 보태기 위해 그렇게 하기로 한 것이다.

마중물이 된 선한 마음, 널리 퍼지다
 

감자와 마늘 그리고 양파를 가져온 어느 분의 선행이 마중물이 되어 온갖 것들이 다 나왔다. 오이를 따와서 내놓은 분도 있었고 손수 만든 케이크, 세수 비누, 발효식품들을 내놓은 분도 계셨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함께 했다. 그중에 우리 집 벌꿀이 있었으니, 작으나마 함께 했다는 뿌듯함을 나는 돈 대신 받은 셈이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십시일반의 정신으로 이웃의 아픔에 동참했다. 내 밥그릇에 있는 밥 한 숟갈을 떠서 배고픈 이웃을 돕는다는 마음이었다. 그런 넉넉한 인심이 이번 북한 돕기 운동에도 발휘되고 있다. 벌써 목표 금액의 절반 이상을 도달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북한 주민들이 곡식을 수확할 때까지 우선 옥수수로라도 고픈 배를 채웠으면 하는 마음이다.

태그:#북한식량, #옥수수1만 톤 보내기, #정토회, #J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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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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