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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목재를 이용해 중심잡기 놀이를 하고 있다.
 아이들이 목재를 이용해 중심잡기 놀이를 하고 있다.
ⓒ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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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해 볼래요."

한 소년이 발을 동동 뛰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름 날씨와 같이 더운 25일 해남군민광장에서는 해남교육지원청이 주관한 다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그곳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 부스도 마련됐다. 이는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을 맞아 지역의 문화예술교육단체인 야호문화나눔센터가 윤문희 자연스토리와 함께 하면서 가능해졌다.
 
고무신 멀리 던지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
 고무신 멀리 던지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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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 파티를 일 년에 한 번 하는데 지역이 하는 행사에 함께 의견을 모아 힘을 보태면 더욱더 풍성한 놀이마당을 열 수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윤문희 대표는 투호 놀이, 떡메치기, 고무신 멀리 던지기 등을 분주하게 준비하며 말했다. 아이들은 미처 놀이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그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야호문화나눔센터의 대표인 전병오씨는 잔디밭에 나무 목재를 길게 깔아 놓고 있었다. 전 대표가 깔아놓은 목제는 아이들의 중심 잡기 놀이를 위한 길이 됐다.
 
아이들을 태운 수레를 끄는 학부모
 아이들을 태운 수레를 끄는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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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는 자외선 때문에 깊숙이 눌러 쓰고 반소매, 반바지를 입은 저학년으로 보이는 초등생 남자아이는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뛰는 것에 지치는 기색이 없었다. 고무신을 널리 던져 보내고 잔디밭에 흰 양말로 껑충거리며 뛰자 그 뒤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저건 내 잘못이네, 차라리 맨발로 다녀라." 

아이의 시꺼먼 발바닥을 쳐다보며 엄마의 눙치는 소리 너머로 "가만히 구경할 때야? 누가 수레 끌어 줄 거야?"라고 말하는 다른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힘들어도 숨을 꾹 참으며 마땅히 수레를 끌어줄 사람이 빨리 나타나지 않자 엄마는 해남 군민광장을 한 바퀴 더 돌았다. 수레에 탄 아이들은 엄마의 힘든 표정이 보이지 않는 듯 그저 또, 또 할 뿐이었다. 노는데 힘이 든다는 게 무슨 말인지 도대체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문화 음식 부스에서 먹을 것 없는지 둘러보는 아빠를 부르기도 했다. 

수레에 꽂힌 빙글빙글 돌아가는 바람개비는 모두 아이들이 손수 그림도 그리고 조립했다. 수레 타기를 끝낸 아이들은 이번에는 그네를 타고 오늘 처음 본 다른 아이들과 술래잡기도 했다. 까르르 웃다가, 넘어져 울면서 너 때문에 그랬다고 했다가 또 함께 뛰어다니며 잔디밭을 종횡무진으로 움직였다.
 
동화를 낭독하는 사뿐사뿐글고양이 학교 아이들
 동화를 낭독하는 사뿐사뿐글고양이 학교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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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한 무리의 아이들이 군집을 이뤘다. 참새처럼 쫑알거리며 군민광장 야외 특설무대로 향했다. 이 아이들은 화관을 쓰고 공동으로 맞춰 입은 듯한 티셔츠에는 알록달록 물감으로 칠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전라남도 문화관광재단에서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인 '사뿐사뿐글고양이학교'에 참여하는 아이들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야호문화나눔센터와해남공공도서관이 함께 운영한다. 윤문희 자연스토리에서 기획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다른 프로그램인 '자연이 주는 건강한 요리'에 참여하는 아이들도 이날만큼은 삼삼오오 모여 무대에 오르는 아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무대에 오른 아이들은 '사뿐사뿐 글고양이 학교 교가'를 합창했다. 그리고 그 낭랑한 목소리로 동화책 한 권을 돌아가면서 한 페이지씩낭독했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무대에 서 보는 경험, 자신들이 방금까지 놀던 너른 군민장광의 정경을 아이들은 눈에 담았을 것이다.
 
윤문희(사진왼쪽)자연스토리와 야호문화나눔센터
 윤문희(사진왼쪽)자연스토리와 야호문화나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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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교육이 중요시되는 요즘, 아이들을 교육의 수혜자가 아니라 교육의 주체로, 그리고 마을과 함께 어떻게 참여할지는 늘 고민되는 지점이에요." 

야호문화나눔세터 정수연 교육팀장의 말이다. 지역의 문화예술교육단체가 함께 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각자 프로그램의 고유성 때문에 무리한 강제 결합이 오히려 교육적으로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육의 본질을 물었다. 무엇을 위해서 교육을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이에 윤문희 대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병오 대표도 동의한다는 듯 "교육의 모델이 아이들 삶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나를 알고 이웃을 알고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것, 그것이 문학이든, 미술이든, 요리이든 그 수단보다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아이가 지역과 더불어 '성장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었다. 

올해 초 두 단체는 그에 기준점을 꽂고 교육을 펼쳤다. 수업 프로그램 중 '함께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이들끼리 말을 나누기도 했다. 그렇다고 한다면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하는 것'의 문제가 남아 있었다. 

일례로 문학, 미술, 음악 등 예술을 통합한 사뿐사뿐글고양이학교프로그램을 요리와 스토리텔링과 결합한 '자연이 주는 건강한 요리'에 어느 것을 상, 하로 구분 지어 합칠 수는 없었다. 서로 대등한 관계 속에서 협력할 방안, 그것은 놀이마당을 여는 것이었다. 다양하게 펼친 놀이마당 속에서 아이들 스스로 고민하지 않고 기웃기웃해보는 것, 그래서 마음이 내키면 한 번이라도 체험해 보는 것, 그 안에서 자유롭게 상상하는 것. 

어른들의 눈에는 아이들이 마냥 뛰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생태 환경을 학습하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 두 단체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함께하는 학습 과정에서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른들이 기획한 학습 모델에서 주도권을 잃어버린 교육의 주체자인 아이들이 무기력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그 안에서 방법을 생각하고 시꺼먼 발바닥으로 땅을 짚고 더 멀리 뛰어오르는 방안을 궁리한다는 것이다. 이번 두 단체의 결합은 마을 학교 모델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마을 교육의 과제를 던져주었다.

태그:#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야호문화나눔센터, #윤문희자연스토리, #해남군민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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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생. 전남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재협동학 박사과정 목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석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졸업. 융합예술교육강사 로컬문화콘텐츠기획기업, 문화마실<이야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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