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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정치 지형의 지각 변동

유럽의 정치 지형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지난 5월 23일부터 26일(현지시간)까지 시행된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수십 년간 주도권을 장악하던 중도 성향의 정당들이 과반수 정당의 지위를 잃고 극우 성향의 국가주의 정당(ENF)과 포퓰리스트 정당(EFD), 좌파적 성향이 선명한 녹색당동맹(ENF)과 자유민주동맹(ALDE)이 약진해 유럽 정치 지형의 이념적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BBC 등의 출구 조사 결과를 보면(한국시간 기준, 추정치, 링크) '반이민', '탈EU', '국가주의'를 기치로 내건 극우 계열 정당이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 선전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주의 정당(ENF, 58)과 포퓰리스트 정당(EFD, 56)이 전체 751석 중 114석의 의석을 확보, 전체 의석의 17%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녹색당 동맹을 비롯한 선명 좌파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녹색당은 2014년 선거보다 18석 늘어난 70석을 확보해 전체 의석의 11.1%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며, 자유민주동맹은 2014년 대비 39석 늘어난 107석을 확보해 13.0%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기후변화', '난민', '브렉시트', '국가주의' 등이 중대한 이슈로 등장했다. 선거 이슈가 선명하고 입장 차이가 뚜렷해서인지 2014년 40.0%이던 전체 투표율이 이번 선거에서는 51.1%를 기록해 2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Skolstrejk For Klimatet(School Strike For Climate)가 새겨진 팻말 옆 그레타 툰베리의 모습
 Skolstrejk For Klimatet(School Strike For Climate)가 새겨진 팻말 옆 그레타 툰베리의 모습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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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약진, 10대들이 소환한 기후변화 이슈

이번 선거에서는 녹색당의 약진이 돋보이는데, 이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유럽인들의 정치 선택에 중요한 이슈로 부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10대들의 목소리가 이러한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스웨덴의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로부터 영감을 받아 지난 2018년부터 이어져 온 10대들의 동맹파업 운동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그레타는 2018년 8월 20일부터 스웨덴 총선이 열린 9월 9일까지 획기적인 기후변화 정책을 요구하며 등교하지 않고 스웨덴 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그가 들었던 푯말에는 "기후변화 대책을 위한 학교 총파업"이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그레타는 총선 이후에는 매주 금요일마다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레타 툰베리는 전 세계 10대들에게 영향을 주었는데 2018년 11월 매주 금요일 호주에서는 수천 명이 참석한 기후변화 대책 요구 학교 동맹파업이 일어났다. 호주 총리 스캇 모리스는 "학교에서는 행동보다 학습이 우선(more learning in schools less activism)"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며 만류했다. 하지만 10대들의 행동을 가로막지는 못했다. 10대들의 동맹파업은 폴란드 카도비체에서 열린 제24세 UN 기후변화 회의를 전후로 하여 전 세계 270개 도시로 확산되었다.

2019년 3월 15일에는 기후변화 대책을 요구하는 10대들의 행동이 전 세계 2000여 개의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이 동맹파업에 앞서 그레타를 비롯한 전 세계 150명의 10대들은 영국 가디언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냈다.

"우리는 우리 미래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 미래 인류에 대한 우리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우리는 이런 불의를 더 이상 받아 들일 수 없다. (중략) 우리는 전 세계 정책 결정자들에게 기후변화 위기를 해결하는 책임을 완수하라고 촉구한다. 당신들은 과거 우리를 실망시켰다. 앞으로도 우리를 실망시킨다면 우리 청소년은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2019년 5월 24일 전 세계 125개국 1664개 도시에서 대규모 학교 동맹파업이 진행되었다. 이 125개국 중에는 100여 명의 한국 10대들도 포함되었다. '청소년기후소송단' 소속 청소년 100여 명은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고, "체계적인 환경 교육을 도입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레타 툰베리는 이 세계적 동맹파업에 앞서 이번 파업은 유럽의회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함이라고 언급했다. 아직 유럽의회 선거 개표 집계가 완료되지 않았으나, 외신 등에서 10대들의 행동이 정치적 영향력을 입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는 행동해야 합니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열린 '524청소년기후변화 해결 촉구 공동행동'에 참여한 한 학생이 "우리는 행동해야 합니다"라고 써진 손팻말을 들고있다. 2019.05.24
▲ 우리는 행동해야 합니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열린 "524청소년기후변화 해결 촉구 공동행동"에 참여한 한 학생이 "우리는 행동해야 합니다"라고 써진 손팻말을 들고있다. 2019.05.24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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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0대의 목소리는 왜 사라졌나

이번 유럽의회 선거가 10대들의 정치적 영향력과 그 타당성을 입증한 결과로 조명받으면서, 한국의 상황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청소년을 '미래를 책임질 세대'로 호명하면서도, 정작 향후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책 결정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는 아직도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던 선거 연령 18세 인하 이슈는 잠잠해진지 오래다.

2016년 11월 진선미 당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선거 연령 18세 인하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소관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계류된 지 2년 반째다. 2019년 독일과 영국 등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책 촉구 학교 동맹파업 현장에서 '선거 연령을 16세로 인하하라'는 구호가 등장한 것에 비춰볼 때, 상당한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제도와 기성문화를 뛰어 넘어 10대들이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흐름이다. 단순한 직관이나 전망이 아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때문에, 10대의 정치 참여가 향후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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