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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오픈북시험'을 검토한다는 기사를 보고 반가웠다. 필자는 그해 1학기에 그것도 고3을 대상으로 이미 실시했기 때문이다. 오픈북 시험(열린책 시험)을 하겠다는 오래된 생각을 과감히 실천한 것이다. 국어를 암기과목으로 착각하고 무조건 외는 학생부터 없애자는 목표를 세우고 글을 스스로 읽고 생각하며 감상할 줄 알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을 길러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수능은 객관식인데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실험하냐는 항의가 있을 수 있다는 가정까지했지만 과감히 실시했다. 주위 선생님들은 당혹해했다. 선생님들에게 안내를 했지만, 깜빡 잊은 선생님들이 시험시간에 책을 넣으라고 말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시험 뒤 조희연 교육감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오픈북시험을 애기할 때 우리 학생들이 "우리학교는 벌써 오픈북 시험하거든", "안 외워도 된다"면서 온라인에서 설전을 했다는 말을 듣고 왠지 어깨가 들썩했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미천한 나를 강사로 불러 준다면 최선을 다해 오픈북시험의 전도사가 될 텐데'하는 자부심도 있었다. 학생들의 의견은 한결같이 '외우지 않는 국어'가 되어서 너무 좋았다는 말이 대부분이었다.
  
오픈북 시험 및 서술형 100%에 대한 설문조사결과 72명의 학생이 자율적으로 설문에 응해서 나온 통계치
▲ 오픈북 시험 및 서술형 100%에 대한 설문조사결과 72명의 학생이 자율적으로 설문에 응해서 나온 통계치
ⓒ 추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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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북 시험 및 서술형 100%에 대한 설문조사결과2 오픈북 시험 및 서술형 100%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 오픈북 시험 및 서술형 100%에 대한 설문조사결과2 오픈북 시험 및 서술형 100%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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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교육청이 다른 시도에 비해 평가방법 개선에 다소 뒤처지는 점은 아쉽다. 여전히 수행과 서술형 평가 비중을 지필평가 비중에 맞춰 서술형을 높이려는 단순한 시도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평가가 수업을 바꾼다'는 신념을 갖고 3년 전부터 서술형 문제(논술형 문제 포함)를 100% 실시하고 있다.

제주교육청은 작년에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국제 바칼로레아) 교육과정을 도입하고 (시범)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수적인 대구교육청마저 IB교육과정을 도입하고 평가개선에 시동을 걸었다. 일본은 내년(2020년)부터 전면적인 IB교육과정을 도입하고 혁신의 길로 들어선다고 한다. 우리도 그 길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선생님들은 제자리걸음에 걷고 있다. 동료교사한테는 미안하지만 묻고 싶다. 객관식 배점에 3.1점 3.3점 3.5점, 3.7점, 4점, 4.3점 등 이렇게 나눠 줄세우기를 하는데 난이도를 정확히 해서 저런 배점을 만들 수 있는지 묻고 싶다. 10여년 전의 줄세우기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다. 몇해 전 편집을 하는데 선배교사가 총배점에 맞춰 문제 옆에 알아서 배점을 넣어라고 한 적도 있다.

이것부터 교육청에서 주의 공문을 내려주길 바란다. 소숫점 배점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줄을 세울 수 있다. 교사의 역량에 약간의 노력을 더하면 된다. 선생님들은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주저하고 관행을 따르는 데서 벗어나자.

IB교육과정 및 평가는 서구, 프랑스의 바칼로리아를 모태로 하고 있다. 일본의 평가 혁신은 4차혁명시대에 구시대적인 객관식으로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고 창의적인 인간을 기를 수 없다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시도교육청별로 부정적으로 말하면 일본의 길을 따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답이 아니다. 걱정된다.

IB교육과정 및 평가로 교직사회가 술렁대거나 사교육이 오히려 판을 칠까 두렵다. IB는 분명 장점이 있지만 부작용도 있다. 오히려 배움중심수업, 프로젝트수업, 거꾸로수업 등을 비롯하여 다양한 교수법을 연수하고 다양한 수행평가나 지필평가를 소개하고 적용하는 모델을 보여주자. 그리고 교과목 특성과 선생님들에게 자율성을 행사할 수 있게 교육청은 평가규정을 손 보고 자율성을 확대해 주자.

오픈북시험, 서술형문제 및 논술형 문제 확대, IB교육과정 등이 대두대고 있지만 여전히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흔히 말하는 중간·기말고사에서 다수의 객관식 문제를 내고 있다. 서술형은 구색을 맞추는 경우도 있다. 단답형을 '~다'로 적으라는 편법으로 서술형으로 둔갑시키기도 한다. 교과 성적이 대학입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이의제기나 학부모들의 문제제기에 부담이 되었을까? 진화중이지만 여전히 과거를 답습하는 것이 문제다.

오픈북시험 자체가 학생들이 암기위주에서 창의성 중심으로 탈바꿈시켜 주는 만병 통치약은 아니다.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더 세심하게 문제를 짜야 하고 예상 답안을 추리해야 한다.

필자는 국어 선생이다. 원칙은 세 가지로 정했다. 오픈북 시험이지만 상위권 기준으로 다 풀었을 때 5분여 정도 남을 수 있게 문제를 내려고 한다. 그리고 글자수를 대체로 조건으로 명시한다. 30%는 교과서나 교재를 찾으면 바로 쓸 수 있는 문제를 내서 오픈북 시험의 취지를 살린다. 30%는 책을 펼치고 참고해서 적을 수 있는 문제를 낸다. 나머지 문제는 열린 문제를 낸다.

무늬만 오픈북시험이 되거나 진짜 오픈만 하면 답을 쓸 수 있는 문제를 내면 안 된다. 더 정교하게 문제를 구성해서 오픈북 시험의 취지를 살리면서 단순 암기에 찌든 아이들의 뇌를 말랑말랑하게 해 줘야 한다. 그것은 수업에 있다. 수업 시간에 한 말이나 필기, 강조한 말에서 반드시 문제를 낸다. 보편적인 문제를 내지 않는다.

예를 들면 '속절없는 시비'를 해서 뭐하겠냐는 고전문학 구절이 있다. 화자가 되어 '속절없는 시비'를 추측하여 30자 이상 적으라는 문제를 만든다. 이런 문제는 어떠한 문제집에도 없다. 수업시간에 감정이입이 되고 함께 소통하는 수업에 끼지 못한 학생들은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서술형 문제 예시 열린 문제로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거나 감정입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쓸 수 없는 문제임
▲ 서술형 문제 예시 열린 문제로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거나 감정입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쓸 수 없는 문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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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답안 예시 그림 문제도 있다. 그림실력은 중요치 않다. 형태만 그려도 되는데 미술처럼 그린 학생도 있다. 시간이 없었을 텐데. 미리 안내했건만^^
▲ 학생들 답안 예시 그림 문제도 있다. 그림실력은 중요치 않다. 형태만 그려도 되는데 미술처럼 그린 학생도 있다. 시간이 없었을 텐데. 미리 안내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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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선생님들이여, 시도교육청 평가지침을 거부하고 그 이상의 실험에 동참하길 간곡히 바란다. 평가의 변화는 수업을 변화시키며 사교육을 잠재울 수 있는 하나의 작은 방법이다.

필자는 수행평가를 다섯 가지를 한다. 형식적으로 하지 않는다. 구술시험도 있다. 수행평가로도 얼마든지 학생들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다. 조용히 앉아 수업을 듣지 않고도 문제집을 풀거나 인강을 듣고 학교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맞는 학생을 양산해서는 안된다. 그런 푸념을 듣는 동료교사의 한탄 소리가 아직 들린다. 한탄을 만족으로 바꾸는 기술은 선생님이 갖고 있다. 그런 약은? 학생들을 탓하지 말자.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을 맡았는데 학교에서 유일하게 필자의 과목만 1차고사를 치르지 않았다(수행평가를 60%하기 때문이다). 필자 카페를 통해 학기초에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를 미리 고지하고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했다. 미리 안내하면 학생들의 반발도 적다.

그리고 소통의 시작이다. 저번주에 수행평가 중 하나로 구술시험을 마쳤다. 총 81개 모두 다른 문제들을 만들어 복도에 앉아 면접 보듯 하였다. 문제봉투를 여는 학생의 애처롭고 떨리는 손을 보았지만 그들은 새로운 경험을 했을 터이다. 1~3번까지 기본적인 지식문제에 '모르겠습니다'라고 한 학생이 4번 문제(열린문제)에서 자신의 생각을 맘껏 펼치는 목소리는 아직 귀에 들리는 듯하다.
  
2019학년도 1학기 '화법과 작문' 수업 및 평가 안내 2019학년도 수업방향과 평가방향에 대해 학기초에 안내하고 카페에 올려둠. 1차고사를 치르지 않고 오픈북 시험을 침
▲ 2019학년도 1학기 "화법과 작문" 수업 및 평가 안내 2019학년도 수업방향과 평가방향에 대해 학기초에 안내하고 카페에 올려둠. 1차고사를 치르지 않고 오픈북 시험을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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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교육청에 묻는다. 평가기준을 가장 앞서 나가는 시도교육청 수준으로 바꾸기를. 아니면 더 나아가 새로운 평가방법을 제시하거나, 독창적인 방법으로 경남교육을 한 단계 올리는 방법을 주문한다. 평가방법의 변화는 수업의 변화를 이끌기 때문이다.

수업과 평가를 유리하지 말자. 교사 스스로 일체화는 아니더라도 유기적으로 적용해 보자. 그런데 2차고사 오픈북시험 두 번째, 이번 학생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공부할까 벌써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 힘내거라. 찍지 말고 쓰거라. 정답이 있는 문제는 정확히 쓰되, 열린 문제는 문제에 맞게 생각을 펼치거라. 단 조건을 지켜야겠지. 다 수업시간에 말한 내용이야 정말~. 제발 시험시간이 50분이니 책을 펼치고 공부하는 학생이 없기를. 시간내에 써야 한다. 애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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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사입니다.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나누며 지식뿐만 아니라 문학적 감수성을 쑥쑥 자라게 물을 뿌려 주고 싶습니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또는 따뜻하게 볼 수 있는 학생으로 성장하는데 오늘도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