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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버닝썬 사태'의 발단이 된 김상교씨가 19일 오전 명예훼손 사건의 피고소인 신분으로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2019.3.19
 이른바 "버닝썬 사태"의 발단이 된 김상교씨가 19일 오전 명예훼손 사건의 피고소인 신분으로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2019.3.19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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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버닝썬 클럽 폭행 피해자인 김상교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위법한 직권 남용이고 체포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저질렀다는 인권위 결정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 아래 인권위)는 19일 경찰이 강남 클럽 '버닝썬' 폭행 피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했다며, 경찰청에서 관련 경찰관을 주의조치하고 체포 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박광우 인권위 조사총괄과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저동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폭행피해 신고자에 대한 위법한 현행범 체포와 미란다원칙 고지, 의료조치 미흡 부분 등 3가지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행범 체포 필요성 인정 안돼... 경찰 공권력 남용"

김씨는 지난해 11월 24일 강남 클럽 '버닝썬' 앞에서 클럽 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한 뒤 112로 신고했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오히려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에 김씨 어머니는 12월 23일 "김씨가 체포와 이송 과정에서 경찰관들에게 폭행을 당했고, 얼굴에 피가 나고 갈비뼈 등을 다쳤으나 지구대에서 의료 조치를 받지 못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이날 경찰청장에게 "현행범 체포 시 체포의 필요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을 범죄수사규칙에 반영하도록 개정하고 부상으로 인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의 편의에 따라 장시간 지구대에 인치하는 사례가 없도록 업무관행을 개선"하라고, 강남경찰서장에게는 "사건 당시 지구대 책임자급 경찰관들에 대해 주의조치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관련 경찰관들에 대해 직무교육을 실시"하라고 각각 권고했다.

다만 인권위는 경찰관이 피해자를 폭행했다는 진정에 대해서는 현재 피해자 고소로 서울지방경찰청(서울시경)에서 수사 중인 걸 감안해 따로 판단하지 않고 서울시경에 이송하기로 했다.

박광우 과장은 "피해자를 경찰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욕설과 폭행이 있었는지도 일부 조사했다"면서도 "피해자 고소로 경찰에서 수사 중인 사안이라 인권위법상 판단할 수 없어 결정문에도 조사 결과를 담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과장은 "이번 결정은 현행범 체포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가운데 경찰이 과도한 공권력을 행사한 것을 지적한 것"이라면서 "경찰이 현장 출동하고 수사할 필요성까지 부정한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실랑이 약 2분... 경찰 보고서엔 20여 분"
   
박광우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총괄과장이 1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저동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버닝썬 폭행 피해자가 제기한 진정 조사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인권위는 경찰이 폭행 피해자를 현행범 체포한 것이 권한 남용이고 인권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박광우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총괄과장이 19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저동 인권위 인권교육센터에서 버닝썬 폭행 피해자가 제기한 진정 조사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인권위는 경찰이 폭행 피해자를 현행범 체포한 것이 권한 남용이고 인권침해했다고 판단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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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사건 당시 경찰이 폭행 피해자이자 112 신고자인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과정에 인권 침해가 있었음을 분명히 했다.

해당 경찰관들은 사건 당시 피해자가 흥분해 클럽 직원들에게 위협적으로 달려들고 경찰관들의 경고에도 시비를 걸고 신분증도 제시하지 않아 체포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112신고사건처리표', '현행범인 체포서', 사건 현장과 지구대 CCTV 영상, 경찰관들 바디캠 영상 등을 확인해 "▲ 경찰관들이 피해자와 클럽 직원간의 실랑이를 보고도 곧바로 하차하여 제지하지 않았고, ▲ 피해자와 클럽 직원들을 분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의 신고내용을 청취하면서 2차 말다툼이 발생한 부분, ▲ 신고자의 피해 진술을 충분히 청취하거나 이를 직접 확인하려는 적극적인 조치 부족 ▲ 피해자의 항의에 대해 경찰관 또한 감정적으로 대응했던 부분은 신속한 현장 조치와 2차적인 사고위험을 예방해야 하는 관점에서 초동조치가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인권위는 피해자가 클럽 앞에서 쓰레기통을 발로 차고 클럽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인 시간은 약 2분이었고 경찰관에게 한 차례 욕설을 했는데, '현행범인 체포서'에는 20여 분간 클럽 보안업무를 방해했고, 경찰관에게 수많은 욕설을 했다. 피해자가 폭행 가해자로 지목한 장아무개씨를 폭행했다는 등 사실과 다르게 작성됐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경찰관들이 피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전에 신분증 제시 요구나 사전 경고 과정도 없었고, 피해자가 한 차례 욕설하고 약 20초간 경찰관에서 항의하자 피해자를 갑자기 바닥에 넘어뜨려, 현장 도착 2분 만에 체포했다"며 "현행범 체포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 침해구제 제1위원회는 "피해자가 클럽 앞에서 쓰레기 등을 어지럽히고 클럽 직원들과 실랑이가 있었던 상황, 피해자가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욕설을 하며 항의했던 사정, 나아가 현장 상황에 대한 경찰관의 재량을 상당부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 사건 피해자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행위는 당시 상황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공권력 행사의 남용으로 피해자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미란다 원칙' 사전 고지 위반, 병원 치료 요구도 거부"
 
마약류 투약·유통 혐의를 받는 클럽 버닝썬의 이문호 대표가 19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마약류 투약·유통 혐의를 받는 클럽 버닝썬의 이문호 대표가 19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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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또 경찰이 피해자를 체포하기 전에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을 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니었다며, 사후에 고지한 것이 적법절차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피해자가 병원 치료를 요구했는데도, 경찰이 응급상황이 아니라는 이유로 병원 후송을 거부했고,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는 119 구급대원 의견에도 뒷수갑을 채워 의자에 결박한 채 지구대에 2시간 30분가량 대기했다 경찰서에 인계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피해자의 건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영장주의의 적용을 받지 않는 현행범 체포가 특별한 제약 없이 현장에서 오용되거나 남용된다면 영장주의 원칙이 퇴색하는 등 사법적 통제가 공동화될 수 있으므로 체포 현장에서 체포의 필요성을 고려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현장 상황을 해결하는 만능 수단이 아니라 최후의 보충적 수단으로 인식하는 태도가 요구되고 이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체포된 사람에게 부상이나 질병이 있어 치료가 필요할 때 도주나 증거인멸의 염려 등으로 수사절차상 신병 확보가 반드시 요구되지 않는다면 신속히 석방하여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조치해야 하고, 수사 편의에 따라 장시간 지구대에 인치함으로써 부당한 인신의 제한이 계속되지 않도록 업무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씨는 버닝썬은 물론 경찰에게도 체포 과정에서 폭행을 당했다며 고발했고, 버닝썬쪽과 강남경찰서도 김상교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김씨는 이날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에 명예훼손 피고소인 조사를 위해 출석하면서 "내가 112에 신고했다, 난 폭행 피해자였고 국가기관의 도움을 받기 위해 신고했는데 도움받지 못했다"고 공권력 문제를 지적했다(관련 기사 : '버닝썬 신고' 김상교 경찰 출석 "공권력이 막는다고 느껴") .

태그:#버닝썬, #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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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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